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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황경선 언니가 내게 해준 말 [도쿄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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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는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의 무게감이 큰 종목이다. 상대 선수들도 우리나라랑 붙으면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임하기 때문에 이변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2016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였다. 나는 첫 올림픽 출전이다 보니 대회 날짜가 다가올수록 떨리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실수를 하진 않을지, 지금껏 쌓아 온 것들이 물거품이 되진 않을지 온갖 걱정이 앞섰다. 그때 황경선(2008 베이징ㆍ2012 런던올림픽 금) 언니가 내게 해준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김)소희야, 올림픽도 그냥 국제대회 중 하나야. 태권도는 국내대회가 더 어렵지, 국제대회는 오히려 너에게 더 잘 맞을 거야. 전국체전이라 생각하고 마음 편히 먹어." 언니의 말을 듣고 용기를 얻은 난 극도의 긴장감을 조금씩 추스르면서 경기에 임해 결국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년 전의 나와 같은 마음 상태에 놓여 있을 동료,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레전드인 이대훈 선배도 유독 올림픽에서만 아직 금메달이 없으니까. 다만 황경선 언니의 말처럼 스스로를 믿어야 그 '운'에 다가갈 수 있다. 기량적으로 우리나라는 굳건한 세계 최강이다. 6명 중 이대훈 선배를 빼곤 5명이 올림픽 첫 출전이지만 그만큼 두터운 국내 선수층을 뚫었단 얘기다. 나 역시 최종 선발전에서 접전 끝에 (심)재영이에게 패했다. 올림픽 2연패가 목표였기에 난 선수 생활 미련을 접고, 올해부터 소속팀에서 코치로 후배들을 돕는 일을 시작했다. 당시엔 아쉬움이 컸지만 돌아보면 어차피 정해진 운명이 아니었나 싶다. 재영이가 나 대신 금메달을 딴다면 더없이 기쁜 운명의 장난일 것 같다. 지도자 입장이 되어서 냉정하게 보니 그만큼 탄탄한 한국 태권도의 선수층을 새삼 알게 되었다.
결전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올림픽 중ㆍ후반부에 열렸던 태권도는 처음으로 대회 초반에 편성됐다. 태권도의 성과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첫날 열리는 경기는 공교롭게도 재영이의 여자 49kg급, 그리고 역시 세계최강으로 군림하던 김태훈 선배를 꺾고 나간 남자 58kg급의 (장)준이다. 그리고 1년 선배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쓰이는 선수는 같은 소속팀의 인교돈 선배다. 5년 전 황경선 언니가 내게 해준 말처럼 난 그가 도쿄로 떠나기 전 말했다. “우승후보로 손색없으니까 스스로를 믿고 경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동료들 모두 후회없는 경기를 펼치고 돌아왔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확산 속에 무사ㆍ안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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