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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율 어기고 무단이탈?... '90% 집단감염' 청해부대 사태 3가지 의문점

입력
2021.07.21 20: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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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23명 더 늘어 270명... 최악 방역 실패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집단 발생한 청해부대 제34진 장병들을 태운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가 2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착륙한 뒤 장병들이 수송기에서 내리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집단 발생한 청해부대 제34진 장병들을 태운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가 2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착륙한 뒤 장병들이 수송기에서 내리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초유의 ‘앰뷸런스 귀환’을 한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가 최악의 방역 실패 사례로 기록됐다. 21일 국방부가 전날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전원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다시 실시한 결과, 총 301명 가운데 270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귀환 전(247명)보다 확진자가 23명 더 늘어 감염률은 무려 90%가 됐다. 동일집단 10명 중 9명이 감염된 건 전례가 없다.

대규모 감염의 충격을 넘어 풀어야 할 미스터리도 한둘이 아니다. ‘감염경로’부터 오리무중이다. 40도가 넘는 고열 증세를 보이는 장병에게 감염병을 의심하지 않고 감기약만 처방한 이유도, 국방부의 지침을 어기고 감염 여부를 즉각 판별할 수 없는 ‘신속항체검사 키트’만 챙겨 간 경위도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①사흘간 기항지에선 무슨 일이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을 태운 버스가 20일 오후 충북의 한 생활치료센터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을 태운 버스가 20일 오후 충북의 한 생활치료센터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감염경로와 관련, 그나마 유력한 가설은 문무대왕함에 바이러스가 침투한 시점이 기항지에 머물렀던 6월 28일~7월 1일이라는 점 정도다. 청해부대가 육지와 떨어진 바다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코로나19에 감염될 틈은 군수품 보급을 위해 땅을 밟았을 때밖에 없다. 34진은 출항 후 총 9차례 육지에 닻을 내렸는데, 최초 확진은 복귀를 앞둔 마지막 기항 기간에 발생했다.

추정되는 감염경로는 크게 세 갈래다. 현지 항구에서 선박을 안전한 수로로 안내하는 도선사가 함정에 승선했을 때 접촉했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당시 도선사와 장병들 모두 방호복을 착용해 감염 확률은 낮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앞선 8차례 기항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로 설명된다.

기항지에서 군수품을 적재한 과정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당시 항구엔 크레인이 없어 장병 10여 명이 직접 내려가 물자를 일일이 배로 옮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역시 현지인들이 항구에 물품을 쌓아놓으면 방호복을 입은 장병들이 나르는 식으로 진행돼 접촉은 없었다고 한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장병들이 군율을 어기고 무단 이탈했을 경우다. 평소라면 장병들은 해상에서 2~3주간 계속 근무하는 탓에 함정이 기항할 때마다 외출이 허용됐다. 땅을 밟는 자체가 고립감을 해소하는 일종의 휴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면 금지됐다.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무단 외출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도 추가 조사 여지를 남겼다.

②군의관 두 명이나 있었는데 감기약만 처방?

문무대왕함 귀항 임무를 맡은 특수임무단이 21일 출항 전 훈련 및 장비 점검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문무대왕함 귀항 임무를 맡은 특수임무단이 21일 출항 전 훈련 및 장비 점검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함정에 군의관을 두 명이나 동반하고도 고열 증세를 보이는 장병에게 격리조치는커녕 고작 감기약을 처방한 까닭도 석연치 않다. 육군 대장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당시 군의관들이 군함 내 엑스레이 장비로 촬영까지 했는데 폐 손상이 없어 단순 감기로 오인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국군의무사령부에 전화해 토의도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오진이지만, 잘못된 진단의 대가는 너무나 컸다.

③국방부 지침도 이행 안 해... 수뇌부 문책론 고조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이 21일 현지 항구에서 출항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이 21일 현지 항구에서 출항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지휘명령 체계의 허점 역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발병 위험이 큰 장기 출항 함정에 감염 여부 판별이 즉시 가능한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구비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34진은 항체 형성 여부만 알 수 있는 신속항체 검사 키트 800여 개만 배에 실었다. 파병부대를 관할하는 합동참모본부나 해군에서 ‘항원 키트’와 ‘항체 키트’의 차이를 잘 몰랐거나 방심하다 지시를 흘려들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군 당국은 귀국한 청해부대원들이 안정을 찾는 대로 역학조사는 물론 진상조사에 착수해 시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감염원 차단에서부터 초기 대응까지 방역 대응에 관한 총체적 부실이 이미 확인된 만큼, 특정 개인을 희생양 삼기보다 군 수뇌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문책론은 더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와 함께 서욱 국방부 장관 해임을 요구하는 등 공세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한편 청해부대 34진이 두고 온 문무대왕함도 이날 아프리카 현지에서 출항했다.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50일 동안 2만4,000㎞를 항해해 9월 12일쯤 경남 진해항에 도착한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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