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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보드 견인' 일주일째, 거리는 여전히 '불법주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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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공유 전동킥보드의 불법 주차 행태를 뿌리뽑겠다며 견인 조치를 시행하고 나섰지만, 거리는 여전히 널브러진 킥보드 천지다. 한국일보 뷰엔팀이 킥보드 견인 조치가 시작된 지난 15일부터 일주일간 주요 지역을 살펴본 결과다.
시행 첫날 오후 영등포구 문래역과 영등포역, 여의나루역 일대를 지켜보니, 전동킥보드 90여 대 중 ‘즉시 견인’ 대상이 32대에 달했다. 송파구 가락시장역, 석촌역, 잠실역 일대에서는 100여 대 중 절반에 가까운 44대가 '불법' 주차 중이었다. 이들 킥보드는 대부분 견인되기는커녕 종일 그 자리에 버젓이 방치됐다. 실제로 이 기간 자치구별 견인 대수는 하루 평균 10대~20대에 그쳤고, 그나마 많은 경우 50대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었다.
서울시는 최근 공유 킥보드로 인해 불편하다는 민원이 쏟아지자 칼을 뽑아들었다. 영등포구와 송파, 마포, 동작, 성동, 도봉구 등 6개 자치구에서 먼저 즉시 견인 구역에 주차된 전동킥보드를 견인하기 시작했다. 즉시 견인 구역은 △차도 △지하철역 출구 좌우 △버스 정류소와 택시 승강장 10m 이내 △점자블록 위, 교통약자 엘리베이터 진입로 △횡단보도 진입로다.
일반적으로 불법 주차 차량 단속의 경우 과태료 또는 견인료를 부과받는 위반 당사자가 차주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재발방지 효과가 있다. 그러나 공유 킥보드의 경우 견인료 4만 원을 이용자가 아닌 업체에 전액 부과한다. 직접 과태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니, 이용자 입장에선 견인을 하든 말든 '강 건너 불구경'인 셈이다.
15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역 인근에서 만난 장모(25)씨는 “견인 지역에 주차한다고 해서 딱히 이용자가 직접적인 손해나 불이익을 보는 건 아니니, 사람들이 많이 세운 곳에 대강 따라 세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용자의 불법 주차 행위를 직접적으로 규제하지 않으니, 수고롭게 견인을 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킥보드 견인 작업은 '견인'이라기보다 단순 '수거'에 가깝다. 적재함을 갖춘 트럭이 효율적이지만, 대다수 자치구가 차량 견인용 레커차를 투입해 전동킥보드를 견인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견인 작업을 맡은 하청업체도, 직원들도 난감하다. 레커차는 후방에 차량 견인을 위한 기중기가 설치돼 있는 등 물건을 적재하기에 부적합한 구조인 데다 공간이 워낙 협소해 많이 실어 봤자 킥보드 4~5대가 고작이다. 덩치 큰 레커차에 킥보드가 꾸역꾸역 올라타 있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견인업체 직원은 20㎏짜리 킥보드를 직접 들어 올려 싣느라 진땀을 뺀다. 그뿐만 아니다. 킥보드 몸체에 흠집이 나지 않게 스티로폼 등 보호대를 덧대야 하고, 이동 중 떨어지지 않도록 끈으로 고정해야 하는데, 여간 신경 쓰이는 작업이 아니다. 동작구 견인업체 관계자는 “차량 견인은 3분이면 끝나는데 킥보드는 대당 최소 10분 이상이 걸리고 무척 번거롭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 역시 “킥보드가 너무 무거워 맨손으로 들어올리기가 힘들다”며 “어쩔 수 없이 매일 파스 신세를 지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속 시간도 효과적이지 못하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만 견인을 하는데, 킥보드 이용량이 출퇴근 시간대인 오전 9시 이전과 오후 6시 이후, 주말에 몰리는 것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한참 떨어진다. 견인 물량이 실제 불법 주차된 킥보드 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확하고 신속한 민원 신고를 위해 만들었다는 '서울시 전동킥보드 주정차 위반 신고' 웹페이지는 오히려 신고에 방해가 될 정도로 사용성이 떨어졌다. 킥보드에 부착된 큐알 코드를 스캔하고, 불법 주차 위치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잦아 민원 접수를 방해한다. 필수적으로 입력해야 하는 킥보드의 고유 ID가 핸들 상단에 적혀 있어 휠체어를 탄 보행약자나 시각장애인은 이용이 불가능하다.
견인료 납부 고지서를 받게 된 공유 킥보드 업체들은 불만이다. 공유 킥보드 서비스 ‘씽씽’ 관계자는 “견인 조치가 근본적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고 본다”며 “킥보드를 비롯해 자전거, 오토바이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를 이용할 수 있는 전용 도로와 주차공간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동킥보드 관련법이 통과되지 않은 현재로선 지자체나 업체가 임의로 킥보드 전용 주차공간을 만들 수도 없다.
공유 킥보드 업체의 난립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임코리아 관계자는 “검증된 소수의 업체가 관리하에 운영될 수 있도록 장기적 대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공유 킥보드 업체는 21개에 달한다. 이중 불법 주정차 구역을 반납금지 구역으로 설정하고 지도상에 상세히 안내하는 경우는 4~5개 업체에 불과하다.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5개 업체는 아예 주차 금지 구역 자체를 설정하지 않았다.
지자체가 전동킥보드의 거치구역을 구축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 및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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