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궁지 몰린 미얀마 군부 "반군 이동 감추면 마을 불태우겠다"

입력
2021.07.21 17:04
수정
2021.07.21 17:04

軍, 킨마 마을 등 반군 지역서 보복 방화 전력 있어?
코로나 확산 최악… NUG "30만~40만명 사망 가능"

지난 20일 미얀마 쿠데타 군부의 포격을 받은 사가잉주 한 민가의 모습. 미얀마 나우 캡처

지난 20일 미얀마 쿠데타 군부의 포격을 받은 사가잉주 한 민가의 모습. 미얀마 나우 캡처

미얀마 소수민족 반군과의 충돌에 고전을 겪고 있는 쿠데타 군부가 민간 마을을 상대로 ‘보복 방화’를 하겠다는 협박까지 하고 나섰다. 좀처럼 잡기 힘든 반군의 동선 확보를 위해 주민들의 제보를 강요한 것이다. 이미 수차례에 걸친 군부의 '화풀이' 방화 전력을 아는 주민들은 협조가 아닌 피난을 택하며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21일 미얀마나우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사가잉주 정부군은 지난 15일부터 이틀 동안 소수민족 반군 카친독립군(KIA) 9여단의 기습 공격으로 병력 10여 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반격에 나섰지만 밀림과 민가로 숨은 KIA 군인들을 찾지 못하자, 정부군은 반군 활동 지역으로 추정한 흐파칸트 지역을 급습해 무고한 시민 6명을 살해했다. 그럼에도 화를 주체하지 못한 정부군은 19일 마을 대표자들을 불러 모아 "앞으로 KIA가 마을에 진입했는데도 정부군에 알리지 않으면 모든 집을 태울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그러나 주민들은 협박에 굴하지 않았다. 정부군은 이에 전날부터 임시 대피소로 쓰이는 교회와 민가 곳곳을 조준 포격하는 등 압박을 이어갔다. 결국 주민 5,000여 명은 정든 집을 버리고 황급히 밀림으로 대피했다. 흐파칸트의 한 주민은 "반군의 동선을 알지도 못하고, 알아도 군부에 알려주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 가족을 살려야 하기에 이웃들과 함께 피난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민들 결정은 군부의 협박이 '말'에 그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마그웨주 정부군은 지난달 15일 친정부 관료를 암살했다는 의혹만으로 킨마 마을을 통째로 불태운 바 있다. 이달 중순엔 카렌주 정부군이 카렌민족연합(KNU) 산하 5여단에 패한 뒤 쿠세익 지역 민가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군부는 이들 지역에서도 "비협조 시 같은 피해가 이어질 것"이라고 공공연한 협박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5일 미얀마 쿠데타군의 방화로 전소된 마궤주 킨마 마을의 모습. 이라와디 캡처

지난달 15일 미얀마 쿠데타군의 방화로 전소된 마궤주 킨마 마을의 모습. 이라와디 캡처

군부가 반군 진압에만 혈안이 돼 있는 가운데, 미얀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최악의 상황을 갱신하고 있다. 군부의 공식 발표만 따져도 전날 5,860명의 신규 확진자와 286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하지만 대다수 감염자가 자가 치료 중인 상황을 감안하면, 실제 수치는 발표치의 최소 4~5배일 것이라는 게 현지의 중론이다.

민주세력의 대표 격인 국민통합정부(NUG)의 조 웨 소 보건장관도 "군정 발표와 달리, 실제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최소 2만 명, 사망자는 1,000여 명에 달한다"며 "필요한 조치들이 시의적절하게 취해지지 않으면 30만~40만 명까지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NUG는 시민들을 위해 의료용 산소통 공유 정보망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동시에 출장 의료 상담도 확대해 자가 치료 중인 시민들을 계속 도울 계획이다.

21일 미얀마 모에가웅 지역 주민들이 마스크 무료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미얀마는 군부의 방역 물품 독점으로 마스크는 물론, 해열제 등 기초 의약품이 턱없이 부족하다. SNS 캡처

21일 미얀마 모에가웅 지역 주민들이 마스크 무료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미얀마는 군부의 방역 물품 독점으로 마스크는 물론, 해열제 등 기초 의약품이 턱없이 부족하다. SNS 캡처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