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NO백신 참사'… 軍은 '방심'했고, 질병청은 '관심 밖'이었다

입력
2021.07.21 04:30

서욱(가운데) 국방부 장관이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왼쪽은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 오른쪽은 박재민 차관. 국방부 제공

동일집단 82%란, 최악의 감염률을 기록한 청해부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당국의 무성의와 무신경이 빚은 참사로 귀결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내국인 우선 접종’ 원칙을 앞세워 파병장병들을 외면했고, 파병부대 백신 수급에 소극적인 군 당국은 방심으로 일관했다. 대규모 감염 가능성을 낮출 기회가 없던 것도 아니었다. 두 기관은 두 번이나 머리를 맞대고도 으레 그렇듯,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통상적 수준에 그쳤다.

국방부·질병청, 두 차례 협의 때 무슨 일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4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와 질병청은 올 초 해외체류 장병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해 두 차례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 국방부가 먼저 국내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이틀 전인 2월 24일 질병청에 문의했다. 파병장병 접종 여부를 묻는 질의에 질병청 측은 “주둔국이나 유엔에서 제의할 경우 개인 동의하에 접종이 가능하다”면서도 “현지 접종이 제한되는 부대는 국내 백신 수급의 어려움을 고려해 백신 접종을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육지 파병된 아크부대(아랍에미리트)와 한빛부대(남수단)는 백신을 맞고, 바다에서 독자 작전을 수행하는 청해부대는 ‘백신 사각지대’가 된 이유였다.

국방부는 엿새 후인 3월 2일 다시 문의했다. 파병부대, 장기 파견자 등 해외 출국 장병에 대한 포괄적 지침을 물어보자, 질병청은 “해외 출국자 백신 우선 접종은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당시는 내국인 접종 수요를 맞추기에도 수급 상황이 빠듯했던 터라 출국 예정자까지 챙기는 건 국내 백신 관리에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협의는 그걸로 끝이었다. 지난달 미국 행정부가 공여한 얀센이 국내로 들어와 백신 상황에 숨통이 트여 추가 논의를 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이역만리 아프리카 해역에 있는 청해부대원들은 정부 관심에서 벗어난 지 오래였다.

보건당국 “백신 해외반출 논의 안해”시인했지만...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전원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출국한 특수임무단이 19일 오후 문무대왕함에 승선해 방역 준비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19일 확진자가 247명으로 폭증하자 국방부와 질병청은 한때 상대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연출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백신 국외 반출과 관련해 국방부와 세부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 제약사와 협의해 백신을 보내는 건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질병청과 협의해 청해부대원들에게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는 국방부 입장을 반박한 것이다.

사태가 당국 간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자 양측은 이날 밤 늦게 “청해부대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해외파병부대 접종 문제를 구두로 협의한 적은 있다”는 내용의 공동 입장문을 냈다. 질병청은 20일 “백신 해외 반출 등 구체적 방안까지 국방부와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고 거듭 인정했다. 그러나 “백신을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면 우선순위와 절차를 사안별로 면밀히 검토해 협의해 나가겠다”는 답변이 전부였다. 원론뿐인 대책에서도 반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백신 접종 노력 미흡” 또 사과한 국방장관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을 태운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가 2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착륙한 뒤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이송 준비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그렇다고 군에 면죄부가 주어진 건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군 당국의 안일함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백 번 양보해 국방뿐 아니라 치안, 의료 등 사회 전 분야의 백신 접종을 챙겨야 하는 보건당국은 파병 장병들을 뒷전으로 놓을 수 있다고 쳐도, 국방부만큼은 자기 식구를 끝까지 챙겼어야 했다. 유엔을 비롯, 모든 수단을 강구해 아프리카 현지에서라도 청해부대 장병들의 접종을 추진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군함은 국제법상 소속 국가 영토로 간주하는 치외법권 지역으로 대한민국 영토다. 서욱 국방부 장관 역시 이날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며 “청해부대 장병들에 대한 백신 접종 노력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더구나 합동참모본부와 해군은 국방부가 지난해 12월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즉각 확인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장기 출항 함정에도 구비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백신 없이 무사귀환한 청해부대 31~33진처럼 34진도 별 탈 없이 돌아올 것이라고 마음을 놔버린 것이다. 국방부와 합참이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청해부대는 감기증상자가 최초로 발생한 지 8일 만에 합참에 늑장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열, 후각 마비 등 증상자에겐 해열제인 타이레놀만 줬다고 장병 가족들은 주장하고 있다.

청해부대원 34진 301명 전원을 태운 공군 공중급유수송기는 이날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마치고 민간 및 국방어학원 생활치료센터 등에 분산 입소해 격리 치료를 받는다.

한편 전원 접종을 완료했다던 군 당국의 설명과 달리 후속 임무를 수행할 35진 장병 300여 명 가운데 5명은 백신을 맞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자유 의사에 따라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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