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휴대용 선풍기 목에 걸고 "청년 목소리 듣고 싶다"

'올림픽 개막' 전 출마선언 가능성

최재형(오른쪽 세번째) 전 감사원장이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국민의힘 대변인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0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대변인들과 사무처 직원들을 만났다. 최 전 원장의 요즘 행보는 요란하지 않다. 국민의힘 당원으로 단단히 뿌리내리고 세를 모은 뒤 뜻을 펼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에 묻히지 않도록, 대선 출마선언은 마냥 미루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최 전 원장은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국민의힘 대변인이다)’를 통해 선발된 임승호ㆍ양준우 대변인, 김연주ㆍ신인규 상근부대변인과 만났다. 국회 본청을 돌며 국민의힘 사무처 직원들에게 인사하고,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최 전 원장은 “당원들의 목소리, 젊은 청년을 대표하는 대변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입당 신고식'을 한 셈이다.

최 전 원장은 대변인단과 국회 잔디마당에 둘러앉아 간담회도 가졌다.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휴대용 선풍기를 목에 건 채였다. 최 전 원장은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기왕 국민의힘에 들어온다고 했으면 재기보다는 (바로 입당하는 것이) 제가 살아온 원칙에 맞다”고 했다. 국민의힘 입당을 놓고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은근히 견제한 것이다.

청해부대 집단 감염 사태에 대해 최 전 원장은 “국가 명령에 따라 복무하는 군인들에게 국가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비판했다. 현안에 대해 꼭 필요한 언급은 하는 것이 요즘 그의 스탠스다.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0일 국회를 방문, 국민의힘 사무처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대선후보 지지율이 상승세를 탄 것에 고무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최 전 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뜻이 반영돼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이 기세를 몰아 이르면 이번 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오는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이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기 전에 출마 선언과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는 것이 후발주자인 최 전 원장에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최 전 원장 측 관계자는 “외부적으로는 ‘당심 속으로’ 들어가고, 내부적으론 각 분야 정책을 가다듬고 있다”며 “출마선언 시점과 방식을 놓고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