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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아이티’ 모이즈 후계자로 총리 교체… 정국 안정될까

입력
2021.07.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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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프 임시 총리 사의... 아리엘 앙리 새 총리로
미국 등 '코어그룹', 아이티 내정 직접 개입 의혹
시민사회 "같은 정권이 다른 이름으로 계속" 반발


피살된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사진 액자가 걸려 있는 포르토프랭스 사저에서 클로드 조제프 임시 총리가 13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피살된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사진 액자가 걸려 있는 포르토프랭스 사저에서 클로드 조제프 임시 총리가 13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대통령 암살 사건 이후 아이티 국정을 책임져 온 클로드 조제프 임시 총리가 19일(현지시간) 사의를 밝혔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은 아리엘 앙리 총리 후보자가 뒤를 이어 새 내각을 구성한다. ‘한 국가 두 총리’라는 정국 혼란은 이로써 일단락됐다. 하지만 외세 개입 등을 지적하는 시민 사회 반발이 거세 정국 안정이 조기에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조제프 임시 총리는 이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앙리 총리 후보자와 논의한 끝에 국가의 이익을 위해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른 시일 내에 앙리 후보자에게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조제프 임시 총리는 사임 후 외무장관을 맡기로 했다.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살해되기 이틀 전인 지난 5일, 새 총리 후보로 지명된 앙리 후보자도 이날 녹음 연설에서 “우리를 위협하는 여러 도전에 맞서 단합할 것”이라며 “아이티 국민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다양한 의견들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조만간 새 내각 명단을 발표한 뒤, 9월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달 7일 모이즈 대통령 사망 이후, 서로 “내가 총리”라며 대립했던 양측의 합의는 사실상 미국과 독일,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 유럽연합(EU) 등의 대사들로 구성된 ‘코어 그룹’이 주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아이티를 이끌 사람은 아이티 국민들이 정해야 하지만, 미국은 포용적이고 단합된 정부가 들어서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아이들이 성당에서 배급하는 음식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아이들이 성당에서 배급하는 음식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그러나 아이티 시민사회에선 ‘외세 개입’이라는 반발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샤반느 장 바티스트 시민운동가는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이 아이티(정부)의 인사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매우 역겨운 일”이라며 “여러 국가들의 연대가 필요하지만 그들이 우리의 문제를 결정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제사회는 아이티 상원에서 선출된 대통령 권한대행인 조제프 랑베르 상원의장에 대해서도 압력을 가했다. 랑베르 상원의장은 “지난주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아이티 정치 상황이 명확해질 때까지 뒤로 물러나 있으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하지만 나는 여전히 대통령 권한대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임 총리에 앙리가 오르더라도 그가 모이즈 대통령과 가까운 이들로 내각을 꾸릴 것 같아 걱정된다”며 “지금 아이티는 (정부 구성에 대한) 국가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앙리 후보자가 꾸릴 내각이 실패로 끝난 모이즈 정권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인권변호사인 사무엘 매디스틴은 “모이즈 대통령에 의해 총리로 지명된 앙리의 취임은 같은 정권이 다른 얼굴과 이름으로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모이즈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미국이 독재적인 그의 통치를 암묵적으로 지지했는데, 이는 미국이 민주주의의 문제가 있는 국가에서 안정을 유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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