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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들의 청해부대 책임 공방, 부끄럽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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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아덴만에 파병된 문무대왕함(청해부대 34진) 장병 301명 전원이 20일 군 수송기로 귀국했다. 확진자가 247명(82%)에 달하는 데다 밀폐된 해상근무 특성과 잠복기를 감안하면 거의 전원이 코로나에 감염된 방역 참사다. 이들의 이송과 치료가 다급했던 엊그제 국방부와 질병관리청이 방역실패의 책임을 놓고 낯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국민은 왜 백신접종에 실패했는지 묻고 있는데, 잘못이 없다는 이들의 행태는 실망스럽고 무책임하다.
국방부는 처음엔 청해부대가 백신접종 시작 한 달 전인 2월에 출항한 이유를 들었다. 그런데 남수단의 한빛부대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아크부대는 유엔, 주둔군 협조로 백신을 접종했다. 이에 국방부는 청해부대는 유엔의 접종 대상이 아니란 새로운 이유를 댔다. 또한 질병청과 '논의'를 했으며, 파병부대 접종은 백신 부족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자 질병청은 파병부대용 백신의 국외반출 문제를 '세부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논의는 했으나 세부 논의는 하지 않았다는 핑퐁식 변명은 종잡기 어렵고 그 내용조차 아연할 뿐이다. 더 놀라운 건 누구도 감염을 어떻게 막을지 고민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 점이다. 청해부대의 방역참사는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인데 그렇다면 왜 국가기관이 필요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제한된 코로나 백신을 누구에게 먼저 접종할지는 사회의 가치를 배분하는 정의, 공정의 문제에 맞닿아 있다. 어느 국가든 사회에 가장 필요한 사람이 제일 먼저 백신의 생명 재킷을 받는 것은 공통된다.
이런 점에서 접종 최상위에 있어야 할 ‘퍼스트 피플’인 청해부대 장병들이 아예 배제된 것은 국방부와 질병청만의 문제에 그칠 사안은 아니다. 정부와 우리 사회 모두가 이번 참사가 무엇을 뜻하는지, 방역 사각지대는 또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발언과 서욱 국방부 장관의 대국민사과가 그런 계기가 되려면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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