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제주 제2공항 '반려' 결정... "무책임한 결정" 비판 쏟아져

입력
2021.07.20 17:50
수정
2021.07.20 17:5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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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요청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가 반려했다. 2015년 서귀포 성산읍을 사업예정지로 정한 뒤 6년간 추진된 사업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하지만 '부동의'가 아닌 '반려'여서 사업이 완전 중단되는 것도 아니다. 찬반을 떠나 대선을 앞둔 정권 말, 정부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0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대수산봉 주차장에서 제주 제2공항 예정지를 살펴본 뒤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제주=뉴시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0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대수산봉 주차장에서 제주 제2공항 예정지를 살펴본 뒤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제주=뉴시스


환경부, KEI 모두 "국토부 보완 미흡"

환경부는 20일 반려 결정을 내리면서 "협의에 필요한 중요사항이 재보완서에서 누락되거나 보완내용이 미흡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조류와 서식지에 대한 보호 방안 검토 미흡 △항공기 소음 평가 때 최악 상황 등 고려 미흡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맹꽁이에 대한 영향 예측 미제시 △숨골에 대한 보전 가치 미제시 등을 들었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앞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도 비슷한 이유로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부적합' 판단을 내렸다. KEI는 국토부가 제시한 조류 등에 대한 보호 방안이 자연을 위한 게 아니라 공항을 위한 것이라 지적했다. 또 숨골과 용암동굴 등에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힌다고 판단했다.

무산도, 강행도 아닌 '정치적 결정' 비판

지역개발과 환경보전을 두고 팽팽히 맞섰던 문제라 찬반 양측의 반응도 엇갈렸다. 제주 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은 환경부 결정을 환영하면서 "환경부가 제시한 반려사유는 절대 해소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국토부는 제2공항 사업계획을 철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병관 제2공항 성산읍추진위원장은 "포화된 제주공항의 안전 문제가 시급한데 제주도민과 국민의 안전을 외면하고 또다시 정치적 판단만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가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면, 국토부는 아예 초안부터 다시 짜야 한다. 사실상 무산에 가깝다. 이에 반해 반려의 경우 반려된 이유에 대한 보완책을 내놓으면 언제든 다시 협의가 가능하다. 실제 전남도가 추진하던 흑산공항도 환경부 반려 결정 뒤 재협의를 통해 최종 추진 결정이 났다.

결국 이날 환경부 결정으로 6년간 논의되어오며 주민갈등을 불러일으켰던 사안이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구체적 반려 사유를 통보받으면 그 내용을 검토해보고 후속조치를 어떻게 할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김영헌 기자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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