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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프렌즈' 제작자 "식용개와 반려견 다르다고요? 천만의 말씀"

입력
2021.07.20 14:00
수정
2021.07.2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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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개식용 논란에 답하다]
한국 개식용 다큐 '누렁이' 제작 케빈 브라이트 감독


"개식용 산업은 식용견과 반려견이 다르다는 거짓말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모든 개는 다 똑같습니다."

케빈 브라이트 감독

케빈 브라이트 감독이 한국 개농장에서 입양한 호프(왼쪽)와 오스카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저스트 브라이트 프로덕션즈 제공

케빈 브라이트 감독이 한국 개농장에서 입양한 호프(왼쪽)와 오스카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저스트 브라이트 프로덕션즈 제공



한국 개식용 산업을 다룬 다큐멘터리 '누렁이'를 전액 사비로 제작하고 유튜브에 무료 공개한 케빈 브라이트(66) 감독은 19일 한국일보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브라이트 감독은 1994년부터 10년 동안 방영되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미국 인기 시트콤 '프렌즈'의 제작자다.

브라이트 감독은 '누렁이' 제작을 위해 2017년부터 4년 동안 국내 개농장 6곳과 도살장을 방문했고 개식용 종사자를 포함 동물보호법을 발의한 국회의원, 수의사, 훈련사, 동물보호활동가, 일반 시민까지 5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났다. "많은 한국인이 봤으면 한다"는 그의 바람대로 국내 다큐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지난 10일 유튜브에 공개된 이후 조회수는 19일 기준 33만 회, 영상에 달린 댓글만 5,200여 개에 달한다.

브라이트 감독이 이토록 한국 개식용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한국 개농장 개를 미국으로 입양 보내는 단체 설립자인 그의 아내와 한국계 미국인 태미의 영향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2017년 그가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국 내 개식용 논란을 알게 된 게 다큐 제작의 계기가 됐다. 그는 "한국 내에서조차 개식용 문화에 대해 잘못된 정보가 난무하고 논란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라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한국 내 개식용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45초 개 전기도살 촬영 너무 괴로웠다"

'누렁이 '스틸컷. 저스트 브라이트 프로덕션즈 제공

'누렁이 '스틸컷. 저스트 브라이트 프로덕션즈 제공

실제 다큐에서는 지금까지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새로운 사실들이 등장한다. 전국 개농장이 1만 개에 달하고 연간 도살량이 최소 150만 마리 이상일 것이라는 관계자들의 주장이 담겨 있다. 브라이트 감독은 "다큐를 본 한국인들로부터 개고기를 팔지 않으면 먹고살 방법이 없는 소형 개식용 농장주들의 입장에 대해 알게 됐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브라이트 감독은 누렁이 한 마리가 고통 속에 도살되는 전 과정을 직접 촬영했다. 그는 "육견협회가 개 전기도살이 고통 없고 빠르다고 주장해 촬영하게 됐다"라며 "처음에는 45초에 달하는 도살장면을 다 보여줬는데 너무 괴로웠고 오히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희석돼 영상에서는 10초만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전기 도살은 인도적인 방법이 아니다. 어떤 동물도 이런 식으로 도살돼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라며 "전기 도살은 절대 고통 없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왜 개식용만 찍었냐고요? 개는 매우 특별한 존재"

케빈 브라이트 감독이 줌으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줌 캡처

케빈 브라이트 감독이 줌으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줌 캡처

다큐가 소와 돼지 도살이 아닌 왜 유독 한국의 개식용 문화만 다뤘느냐는 지적도 있다. 왜 소와 돼지, 닭은 되고 개는 먹으면 안 되냐는 주장은 한국 내에서 개식용을 둘러싼 논쟁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에 대해 브라이트 감독은 "유튜브만 봐도 소와 돼지의 사육 문제점을 지적하는 영상이 굉장히 많다"라며 "왜 한국의 개고기만 다뤘냐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답했다. 이어 "굳이 동물을 비교해 이야기하자면 개는 사람과 함께 집에서 생활하고 교감하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라며 “솔직해지자. 개는 우리 삶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브라이트 감독은 또 한국의 개식용 산업이 식용개와 반려견이 다르다는 근거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다큐에도 나오지만 한국에서 잘 알려진 강형욱 훈련사도 '모든 개는 다 똑같다'고 이야기 한다"라며 "한국 도살장에서 구조된 호프와 역시 식용으로 길러지던 오스카를 입양해 기르고 있는데 이들은 반려견과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농장에서 학대받고 자란 개들도 시간은 걸리더라도 여느 반려견과 다를 바 없이 변한다"라며 "한국인들이 개식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을 방한, 개식용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파"

케빈 브라이트 감독이 호프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스트 브라이트 프로덕션즈 제공

케빈 브라이트 감독이 호프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스트 브라이트 프로덕션즈 제공

4년간 개식용 문화를 취재하고 고민해 온 브라이트 감독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뭘까. 그는 먼저 "한국인들이 앞으로 개고기 소비를 이어갈지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개식용 문제는 하룻밤 사이에 개농장을 다 닫는다고 해서 해결될 게 아니다"라며 "현재 식용으로 길러지는 개 수백만 마리를 어떻게 할건지, 개식용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전업은 어떻게 도울 건지에 대해 많은 논의와 계획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누렁이' 스틸컷. 저스트 브라이트 프로덕션즈 제공

'누렁이' 스틸컷. 저스트 브라이트 프로덕션즈 제공

브라이트 감독은 16일 방한해 기자간담회와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무기한 연기됐다. 그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가을에 한국을 방문해 한국 개식용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가능하면 개고기를 먹는 다른 나라에서도 누렁이를 상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브라이트 감독이 제작한 '프렌즈'와 인연이 깊은 BTS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브라이트 감독은 "BTS 멤버들에게 '프렌즈: 리유니언'에 출연, 전 세계에 프렌즈를 소개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전하고 싶다"라며 "만약 만날 수 있다면 프렌즈 배우들에게 사인 받은 대본을 전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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