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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게임체인저'까지… 김종인의 '원픽'은 과연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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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윤석열 전 검찰총장)
②"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하다더라."(→최재형 전 감사원장)
③"대통령 후보의 자질을 다 갖췄다." (→원희룡 제주지사)
④"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 못한다."(→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4월 국민의힘을 떠난 이후 아무런 공식 직책을 맡지 않고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자연인" 신분인 거죠.
그러나 그가 내뱉는 한마디에 여의도 정치는 들썩입니다. 야권 대선주자들 입장에선 자타공인 '킹 메이커'로 불리는 이의 평가인 만큼,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의 입을 더 주목하게 만드는 건, 특유의 밀당 때문입니다. 김종인표 품평 정치의 특징은 빠른 '손절'입니다. 현기증이 날 만큼 온갖 칭찬으로 비행기를 태웠다가, 본인의 말을 조금이라도 거스르거나, 심기를 건드리면 가차 없이 내치니까요.
호평과 혹평을 오가는 시간이 그리 길지도 않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김종인의 품평 정치를 두고, 정치권에선 여러 해석이 나옵니다.
야권 주자들을 한데 띄우려는 이슈 메이킹 차원이라는 선의(善意)에 가득 찬 시각은 소수이고요. 본인이 등판을 못할지언정, 내년 3월 개나리 대선 판을 김종인 주도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로 분석하는 게 중론입니다.
주자가 누구든지 간에, 버스를 태우든, 택시를 태우든, 합승시키든 청와대로 가는 운전대는 일단 내가 잡겠다는 거죠.
김 전 위원장의 속마음이야 어찌됐든 간에, 국민의힘을 중심축으로 한 야권의 대선 후보 경쟁에서 그가 역할을 할 것이란 건 분명해 보입니다. 당장 김 전 위원장을 "정치적 스승"이라 부르며 따르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는 요즘도 만나 '대선 승리 전략'을 상의할 정도라고 하니까요.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이 내년 대선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 못 박으며, "개표 방송에서 후보 옆에 같이 사진 찍힐 위치에 있을 거라 본다"고까지 했죠. 선대위원장으로 재등판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정리해봤습니다. 김종인이 점 찍은 인물들의 주가 보고서. 과연 누가 최종적으로 '김종인의 원픽'으로 낙점될는지 한번 베팅해보시죠.
김종인의 품평 정치에 가장 널뛴 주가는 아마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3월 8일 윤 전 총장이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를 제치자, 김 전 위원장은 기다렸다는 듯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한마디를 던집니다. 연초엔 "별의 순간이 보인다"더니 "잡은 것 같다"로 한발 더 나갔죠.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직을 전격 사퇴하며 내년 대선의 주도권을 쥐었다는 뜻이었는데요. 상한가를 치기 시작한 윤 전 총장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발언이었죠.
그러나 윤 전 총장이 대선 출사표를 던지며 대권 행보에 박차를 가할수록, '별의 순간'과는 점점 멀어지는 듯 보입니다. 최소한 김 전 위원장의 평가만 놓고 보면 말이죠. 과거와 비교하면 180도 바뀌었습니다.
16일 CBS 라디오에 나온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이 없다"고 깎아 내렸는데요. "초창기에 나타나는 지지도 하나만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면 안 된다"며 윤 전 총장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번 결정타 이전에도 윤 전 총장을 향해 김 전 위원장은 "간 보기 정치", "인위적 민심 투어는 국민을 짜증나게 한다"(6월 17일 KBS와의 인터뷰) 등등 견제구성 조언을 여러 차례 날렸었죠.
불과 4개월 사이, 두 사람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사실 아무 일이 없었던 게 더 문제였던 거 같기도 합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 야권의 킹 메이커라면 한 번이라도 만났어야 했는데 두 사람이 공식적으로 회동했다는 소식은 아직 없습니다.
"언제든 만나 좋은 말씀을 들어야 하지 않겠나"는 윤 전 총장과 "만나자고 그러면 내가 만날 수는 있다"는 김 전 위원장. 그저 줄타기만 하고 있을 뿐이죠.
아, 만날 뻔하긴 했습니다. 두 사람은 4월 17일 회동을 약속했지만, 윤 전 총장 측이 제 3자를 통해 회동 취소를 통보했다는 게 김 전 위원장의 전언입니다.
지난 4일엔 두 사람이 윤 전 총장 자택 인근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쳤다는 소식도 뒤늦게 들려왔죠. 윤 전 총장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 김 전 위원장의 딸 부부도 사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김 전 위원장이 가족의 집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윤 전 총장과 조우한 것으로 보입니다.
양측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수준의 대화만 오갔다고 하죠. 윤 전 총장은 참모들에게 "곧 김 전 위원장을 찾아뵐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곧'은 아직인가 봅니다.
"그동안 아무 소통도 없었다"(신동아 인터뷰)는 김 전 위원장의 말에선 서운함(?)마저 느껴집니다. 제일 먼저 찾아와도 모자랄 판에, 연락은 없고, 그 와중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어린 시절 인연까지 찾아 만났으니 말이죠.
물론 윤 전 총장 입장에선 대권 플랜에 대한 일정 수준의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부담에서 만남을 주저했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입당도 미루며 '반문재인 빅텐트'를 꾸려 정권교체를 달성하겠다는 윤 전 총장의 구상을 두고 어느 정도 접점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그렇다고 두 사람의 정치적 궁합이 맞지 않다고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을 중심에 두고 "11월에 야권 단일 후보 선출"이란 플랜을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윤 전 총장이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무소속 상태로 가되, 11월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100% 무선전화 여론조사를 통해 본선에 나갈 후보를 선출하자는 겁니다. 김 전 위원장은 줄곧 '선(先)자강, 후(後)통합론'을 제시해왔죠. 국민의힘 입당과 거리를 두고 외연 확대에 골몰하는 '윤석열의 마이웨이'와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죠?
정치적 제자인 이준석 대표는 8월 국민의힘 경선 버스 정시 승차를 거듭 역설하고 있지만 김 전 위원장 입장에선 외곽에서 윤 전 총장을 코치하는 게 훨씬 더 본인의 역할과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행보란 계산도 깔려 있을 테고요. 한마디로 김종인을 통해 별의 순간을 잡으란 거죠.
그러고 보니,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을 향해 마지막 말을 건네진 않았네요. 김 전 위원장이 평가절하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서 "2012년에 이미 '별의 순간'을 놓쳤다"고 끝낸 바 있거든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향해선 짧고 굵게 치고 빠지는 '단타' 투자를 선보였습니다.
시기는 최 전 원장이 감사원을 떠나며 정치를 할지 말지를 두고 관심이 모아지던 지난달 중순이었죠. 김 전 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뜬금없이 최재형과 개헌 카드를 엮어 들고 나옵니다. "최 전 원장이 대통령 5년 임기 중 2년만 하고, 2024년 총선에서 내각제를 도입하는 개헌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이죠.
그러면서 최 전 원장에 대한 호의는 쭉 이어집니다. "사심이 없다"거나 "나라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하다더라"(주간조선과 인터뷰) 등등 일면식은 없다면서도 칭찬 일색이었죠. 김 전 위원장은 최재형 전 원장 부친상에 직접 조문을 가기도 했죠.
온탕이 냉탕으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었습니다. 윤 전 총장에게 비전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린 16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은 최 전 감사원장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분명하게 얘기한 게 없다. 막연한 소리만 해서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죠.
최 전 원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 하루 만이었습니다. 또 최 전 원장은 이날 제 73주년 제헌절을 하루 앞두고 낸 메시지에서 "개헌 논의는 부적절하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는데요. 개헌론자인 김 전 위원장 입장에선 마뜩잖게 들렸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 전 원장에게 김 전 위원장이 해줄 게 별로 없어진 셈이죠.
윤석열, 최재형 모두까기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야권 주자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한 명이었습니다. 이제 막 대선 시동을 건 김 전 부총리는 떠오르는 신흥 시장의 주식인 셈인데요.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전 총장과 최재형 전 원장을 싸잡아 비판했던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실 인식이 아주 잘 돼 있다"며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김동연 띄우기'에 본격 나섭니다. 두 사람은 이날 밥까지 함께 먹었습니다. 앞선 인터뷰에서도 "여러모로 자질은 충분하다" "연구를 제대로 한 것 같다"고 김 전 부총리가 '준비된 지도자'라는 걸 강조했었죠.
"비전 없고"(윤석열) "막연하다"(최재형)는 평가와는 상당히 결이 다르죠? 예전부터 잘 아는 사이라는 두 사람은 경제통이라는 공통 분모도 가지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확실한 케미를 뽐내고 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줄곧 "이번에 나올 대선 주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한민국 경제에 대한 조예가 깊어야 한다"고 강조해왔거든요. 김 전 총리 역시 김 전 위원장과의 만남 이후 "국가 비전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통찰력을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감사를 표하며 칭찬에 화답하고 나섰죠.
김 전 위원장 입장에서도 김 전 총리는 우량주로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대권주자일 겁니다.
아직 이렇다 할 정치세력을 갖추지도 못한 데다 야당, 여당 입당에 대해선 선을 그으며 제3지대에 머물겠다는 생각이고, 권력분산을 강조하며 대통령 임기를 줄이는 개헌론까지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김 전 위원장과 코드가 잘 맞으니까요.
그러나 김 전 부총리에 대한 평가가 쭉 지속될 거라곤 장담할 수 없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빠른 손절이 특징이라고 말씀드렸죠? 김 전 위원장 스스로도 알고 있네요.
자신의 인물 판단 기준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합니다. "내가 박근혜·문재인을 다 도와서 그들이 영광을 갖게 해줬지만, 나는 그 사람들의 판단이 틀리거나 하면 가차없이 헤어졌다. 그 사람들에게 미련을 두고 그래 본 적이 없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김종인의 남자가 될런지, 그 원픽과 김종인 중 누가 더 미련이 남을지는 지켜봐야겠죠? 요동치는 야권의 대선 주식시장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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