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첫 경제부총리 김동연 "최저임금 소주성 정책 성과 못내"

입력
2021.07.1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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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CBS 라디오 인터뷰
"나라 위해 몸 던지는 것 도리" 대선 출마 시사
문재인 정부 경제 실정 직격하며 차별화 행보

"좋은 의도에 비해 성과를 내지 못했죠. 가야 하는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겐 부정적 인상을 주게 된 것이 제가 가장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내부적으로 반대했던 건,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를 오히려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 제기를 했던 겁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 조문을 위해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 조문을 위해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잠재적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문재인 정부의 대표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사실상 실패했다고 각을 세웠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부각시키며 '법치', '헌법' 등을 강조해 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본격 차별화에 나서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전 총리는 19일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와 해법을 고민한 저서 '대한민국 금기 깨기'를 출간하며 대권 도전에 시동을 걸었다.

그의 대선 출마 의지는 한층 확고해졌다.

이날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그는 "미래와 우리 국민을 위한 길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몸을 던지고 헌신하는 것이 34년간 공직에 몸담아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은 사람의 도리"라며 정치 입문과 대권 도전 의사를 좀 더 확실히 밝혔다.


"최저임금, 소주성...시장과의 소통 부족으로 역효과"

야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김동연(오른쪽)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21일 충남 서산시 지곡면 중리어촌체험마을을 방문, 한 어민과 악수하고 있다. 서산=연합뉴스

야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김동연(오른쪽)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21일 충남 서산시 지곡면 중리어촌체험마을을 방문, 한 어민과 악수하고 있다. 서산=연합뉴스

김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두 정책 모두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지만, '속도전'으로 밀어붙여 역효과를 냈다는 취지다. 특히 그는 '시장과의 소통 부족'을 가장 큰 패착으로 꼽았다.

김 전 부총리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방향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는 틀림이 없다"면서도 "다만 이것을 우리가 시장과 소통하면서 방향은 제시하고 비교적 시장에서 수용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시장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부총리 재임 기간에도 이 같은 우려와 함께, 반대 목소리를 꾸준히 냈다고도 했다.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올 수 있으니, 보완책을 잘 만들어서 임기 내 계획성 있게 추진하자"는 주장을 내부적으로 펼쳤고 "대통령께서도 제 얘기를 경청을 많이 해 주셨지만, 결국 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


"수요가 있는 사람에 두텁게" 재난지원금 '선별'에 방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서울 보라매병원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하러 온 시민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서울 보라매병원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하러 온 시민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편'이냐, '선별'이냐를 두고 정치권과 정부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두고, 김 전 부총리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손을 들어줬다.

김 전 부총리는 "보편적 복지의 철학은 누구에게나 준다는 획일이 아니라, 수요가 있고 위험에 처한 사람에게 빠지지 않게 준다는 형평의 문제"라며 "수요가 있는 사람에게 두텁게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서 전국민 지급의 근거로 삼는 소비진작효과에 대해서도 "많은 분이 경기 진작을 위해 (재난지원금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제3지대? "정치 세력 교체에 찬성하는 분들 힘 합쳐야"

김동연 전 부총리가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내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에서 노숙인 무료급식봉사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동연 전 부총리가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내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에서 노숙인 무료급식봉사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 전 부총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선 정권 재창출이나,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 세력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진영싸움과 이념 논쟁에 파묻힌 정치판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

더불어민주당 및 국민의힘과 거리를 두는 행보 탓에 제3지대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을 두고는 "'제3지대'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정치 세력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환골탈태해야 한다. 먼저 변하고 완전히 변하는 쪽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선 "국가비전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통찰력을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긍정 평가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 등과의 정치 세력화를 묻는 질문에는 "미래, 경제, 글로벌, 그리고 이런 것들을 위한 정치 세력과 의사결정 세력의 교체, 그리고 아래로부터의 반란에 찬성하는 분들이라면 저는 힘을 합쳐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도 야도 아닌 제3지대에서 정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발상으로 보인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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