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내각 마비시킨 코로나… 보건장관 확진 이어 총리·재무장관도 자가격리

입력
2021.07.18 22:22
수정
2021.07.18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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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총리·수낙 재무장관, 원격으로 내각 참여
격리 면제 시범사업 참여하려다 특혜 논란 직면
19일 봉쇄 전면 해제 앞두고 비판 더 거세질 듯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2일 런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책에 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2일 런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책에 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영국 내각을 덮쳤다.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여파로 보리스 존슨 총리와 리시 수낙 재무장관까지 자가격리에 들어간 것이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5만 명씩 쏟아지는 엄중한 상황에서 내각 1인자와 2인자, 방역 총책임자가 한꺼번에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방역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이날 존슨 총리와 수낙 재무장관은 국민보건서비스(NHS)로부터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을 통보받았다. 두 사람은 16일 자비드 장관과 접촉했는데, 자비드 장관은 17일 신속 검사에 이어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도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해 3월 말 코로나19에 감염돼 중환자실 신세를 져야 할 정도로 큰 위기를 겪었다.

현행법상 NHS가 접촉자로 분류한 사람은 열흘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자비드 장관은 확진 판정을 받은 즉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존슨 총리와 수낙 장관은 NHS와 잉글랜드 공중보건국(PHS)이 진행하는 ‘접촉자 일일검사 시범사업’에 참여해 집무실에서 업무를 계속하려다가 ‘특혜’라는 비판이 일자 다급하게 계획을 철회했다. 이 사업은 증상이 없는 접촉자를 대상으로 일주일간 매일 아침 자가검사를 실시해 음성이 나오면 격리 의무를 면제하고 외부에서 필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자유민주당 에드 데이비 대표는 “의료 인력과 대중교통 종사자, 교사들도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시범사업이) 소수 특권층만을 위한 것이었는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제1야당인 노동당 앤절라 레이너 부대표도 “현 정부는 자신들이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며 국민을 경멸했다”고 비판했다. 결국 존슨 총리와 수낙 장관은 한 발 물러나, 자가격리 상태에서 원격으로 내각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19일부터 영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을 비롯해 집합 금지 규정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를 대부분 해제할 예정이다. 법적 규제 대신 생활 방역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내각마저 방역에 구멍이 뚫리면서 규제 해제 조치는 더 큰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제러미 헌트 영국 하원 보건·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여름에 입원율이 계속 증가한다면 다시 봉쇄 조치를 시행해야 할 수도 있다”며 “현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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