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인원으로 4400톤 문무대왕함  끌고 온다는데...

입력
2021.07.19 00:1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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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명 운용 함정 귀환에 148명 투입?
사병 없고, 소규모로 잦은 당직 악조건
軍 "청해부대 유경험자들" 성공 자신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을 현지에서 인수하는 해군 파견부대 지휘관 양민수 준장(해사 44기). 해군 제공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을 현지에서 인수하는 해군 파견부대 지휘관 양민수 준장(해사 44기). 해군 제공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승조원과 함정(문무대왕함)을 전부 조기 귀국시킬 방침이다. 사람을 실어 나르고 배를 끌고 올 특수임무단 200명도 18일 현지로 떠났다. 하지만 300명이 운용해온 4,400톤급 구축함을 절반(148명)에 불과한 인원으로 안전하게 귀환시키는 일은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이날 이경구 국방부 국제정책차장(육군 준장)을 단장으로 하는 특수임무단 구성안을 발표했다. 200명 가운데 공중수송급유기 승무원(39명)과 의료진(13명)을 뺀 148명이 현지에서 임무를 교대해 문무대왕함 귀환 업무를 담당한다. 300여 명이 탑승한 청해부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병력 규모다.

해군은 이 정도 인원이면 구축함 항해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해군 관계자는 “청해부대원이 300명이 넘었던 건 선박검색단(UDT)과 항공 요원 등 비필수 항해 병력까지 포함시켰기 때문”이라며 “어려움은 있겠지만 성공적으로 귀항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4,400톤급 구축함 승조원 정원은 200명 이상이다. 적어도 50명은 부족하다는 얘기여서 ‘악조건’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구축함 운용에 필요한 최소 인력을 채우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특수임무단에서 ‘사병’은 제외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해군은 문무대왕함과 동급(DDH-Ⅱ) 구축함인 강감찬함 승조원들을 특임단 요원으로 선발했는데, 병사(수병)는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다. 최소 40일, 길게는 50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작전에 복무 기간이 짧은 일반 병사들을 긴급 투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해 전원 장교와 부사관들로 팀을 꾸렸다.

해군 4,400톤급 구축함인 문무대왕함. 연합뉴스

해군 4,400톤급 구축함인 문무대왕함. 연합뉴스

적은 인원으로 거대한 함정을, 또 장기간 운전해야 하는 만큼 귀항 길에는 여러 어려움이 예상된다. 군 관계자는 “매 끼니 준비도 간부들끼리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수병 없이 이처럼 긴 항해를 하는 것은 전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해군 함정은 통상 승조원 전원을 3등분한 뒤 하루 3교대 근무를 반복하는 식으로 항해한다. 병력이 줄면 더 자주 항해 당직에 투입되고, 당연히 체력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안전사고에 노출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게 되는 셈이다.

해군은 ‘경험’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148명 중 청해부대 2회 파견자가 16명이나 되는 등 대부분 전직 청해부대원이어서 높은 숙련도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문무대왕함 귀항 작전은 양민수(해사 44기ㆍ준장) 해군 7기동전단장이 총지휘를 맡는다. 양 준장은 2006년 문무대왕함을 타고 환태평양훈련(림팩ㆍRIMPAC)에 작전참모로 참가하는 등 대형 구축함 운용에 정통하다. 그는 이날 현지로 떠나기 전 “파견단 모두가 하나로 뭉쳐 문무대왕함의 안전 귀항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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