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대권 도전 3주... "국민·자유 넘쳤고, 여성·약자는 없었다"

입력
2021.07.19 09:00

출마선언 후 13차례 공개 행보 발언 분석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열사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열사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국민ㆍ국가ㆍ자유민주주의는 있고, 노동ㆍ약자ㆍ여성은 없다.”

지난달 29일 “도저히 두고볼 수 없었다”는 일성과 함께 대선판에 뛰어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3주는 이런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일보가 윤 전 총장이 출마 선언 이후 17일까지 한 발언(언론 인터뷰 제외)을 분석해보니 그가 자주 입에 올린 단어는 ‘국민’ ‘자유’ ‘공정’ ‘민주주의’였다. 대선 출마는 국민의 부름에 응답하기 위한 소명의식의 발로이고, 국가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문재인 정권에 반대한다는 이미지가 윤 전 총장의 말에 그대로 투영된 것이다.

분석은 총 13번의 공개 행보에서 나온 공식 언급을 대상으로 삼았다. △대전현충원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방문(6일) △역삼동 스타트업 육성지 방문(8일) △백반집 등 민생 탐방(1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예방(15일) 등이다.

출마 선언도 이후 행보도 방점은 '국민'

최다 노출 빈도를 보인 단어는 ‘국민(105회)’이었다. 정치 참여의 명분과 지향점을 모두 국민에게서 찾은 것이다. 출마 선언부터 “(검찰총장) 사퇴 후에도 국민들께서 끊임없는 성원을 보내주신 건 정권교체에 앞장서라는 뜻”이라고 했고, 6일 대전현충원을 찾은 자리에서는 “국민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뭐든지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자연스레 국민을 위한 공동체의 바람직한 역할을 설명하며 ‘국가’도 45회나 언급했다.

국민과 국가가 출마의 근거가 됐다면, 대권의 가치와 비전은 ‘자유민주주의’와 ‘공정’을 내세웠다. 윤 전 총장은 12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만나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이며 전제”라고 주장하는 등 보혁 간 이념갈등 전선이 뚜렷한 자유민주주의 용어를 총 21차례 썼다. 자유(69회)와 민주주의(39회)를 따로 언급한 횟수는 더 많았다. 17일 광주를 방문해서도 5ㆍ18정신을 일컬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숭고한 정신”이라고 거듭 역설했다. “혁신은 공정한 기회와 보상에서 나온다”며 공정도 틈 날 때마다 애용(49회)한 단어였다.

反문재인 대표 용어는 '원전과 '경제'

윤석열 출마선언 후 주요 발언 횟수. 그래픽=송정근 기자

윤석열 출마선언 후 주요 발언 횟수. 그래픽=송정근 기자

반(反)문재인 슬로건을 내건 탓인지 문 정부와 각을 세우려는 용어도 빈번히 등장했다. 중도층과 민주당 이탈층을 품기 위한 목적이다. 윤 전 총장은 첫 정책 행보로 5일 서울대, 6일 KAIST를 연이어 찾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당연히 ‘원전(38회)’과 ‘정책(41회)’이란 단어가 자주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8일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선 “정치가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는 등 현 정부의 경제 방향성을 지적하려는 듯 ‘경제(31회)’ ‘규제(21회)’ ‘성장(24회)’ 등을 많이 썼다.

'약자' '노동' 등 진보 의제는 낙제점

윤 전 총장은 “압도적 정권교체”를 목표로 보수와 중도뿐 아니라 합리적 진보 및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탈진보층까지 아우르는 국민 대통합 구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3주간 발언만 보면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때리는 데 집중한 나머지 모든 계층을 대표하겠다는 약속은 공염불이 된 것처럼 보인다. 진보적 이슈에 대한 고민은 거의 없고 보수 일변도로 생각의 무게중심이 쏠렸다. 그나마 했던 ‘여성(1회)’과 ‘약자(2회)’, ‘노동(3회)’ 언급도 의미를 부여할 수준에는 한참 못 미쳤다.

박재연 기자
송진호 인턴기자
신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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