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집회 13일 뒤에 확진? 정부의 마녀사냥” 반발

입력
2021.07.19 04:30


18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 걸린 민주노총 현수막 뒤로 거리가 썰렁한 모습이다. 이날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3일 민주노총의 서울 도심 집회 참석자 중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뉴스1

18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 걸린 민주노총 현수막 뒤로 거리가 썰렁한 모습이다. 이날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3일 민주노총의 서울 도심 집회 참석자 중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뉴스1

지난 3일 8,000명이 모인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 가운데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대규모 도심 집회가 4차 대유행의 도화선이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집회를 전후로 신규 확진자 수가 두 배가량 늘어난 만큼 작년 여름 보수단체들의 이른바 태극기 집회가 2차 대유행을 촉발시킨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집회 이후 13일이나 지난 후 확진 판정을 받은 만큼 집회를 통한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반박했다. 민주노총에 대한 '마녀사냥'이라는 것이다.

정부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 전원 전수조사" 행정명령

18일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사무처 직원 A씨는 지난 14일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인 후 15일 진단검사를, 16일에는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공공운수노조는 즉시 사무실 근무자 122명 전원을 검사받도록 했고 17일 2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두 사람은 A씨와 같은 부서 소속으로 여러 차례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조사됐다.

확진 판정을 받은 이 세 사람은 지난 3일 민주노총 집회에 참석했다. 당시 서울시와 경찰은 집회를 불허했고, 김부겸 국무총리는 집회 전날인 2일 민주노총을 찾아가 집회 자제를 요청했으나, 민주노총은 김 총리 면담을 거절하고 3일 종로에서 집회를 강행했다. 그랬던 민주노총에서 확진자 3명이 나오자 김 총리가 17일 깊은 유감을 표시한 데 이어, 질병관리청도 집회 참가자 전원에 대해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난해 보수단체들의 8·15 집회 이후 2차 대유행이 시작된 것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방역당국은 8·15 집회 참가자 등 1만 여명에 대한 검사를 진행해 확진자 82명을 찾아냈다. 야당인 국민의힘 임승호 대변인은 이날 곧바로 "작년 보수단체가 주최한 광복절 집회 참가자들을 '살인자'라고 규정했던 정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 성명을 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행정명령이 '뒷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집회 참여자가 8,000명에 달했고 확진자가 늘어나는 시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집회 개최 후 전수검사를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통상적인 잠복기 지나'... '집회서 감염'은 사실 왜곡"

하지만 민주노총은 3일 집회와 4차 대유행을 연결시키는 것은 근거없는 정치 공세라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입장문을 통해 "확진된 민주노총 조합원의 감염경로가 7월 3일 집회라는 것인지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며 "공식적인 역학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집회가 주요 감염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정부가 발표한 것은 부적절할뿐더러 마녀사냥이나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르면, 확진환자가 나오면 통상 증상 발생 2일 전(무증상자의 경우 검체 채취일 기준 2일 전)부터 누구를 접촉했는지 찾아내 감염경로 파악을 위한 역학조사를 실시한다. 보통 감염 시점으로부터 48시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3일 도심 집회와 14일 증상 발현과는 시간차가 제법 나기 때문에 집회가 아닌 다른 경로에 의한 감염을 의심하는 게 맞다는 얘기다.

질병청도 "민주노총 관련 확진자들의 감염 경로를 확인 중이며 집회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증상 발생일을 고려할 때 높지는 않다"고는 했다. 하지만 동시에 "최장 잠복기 즉, 14일 범위 이내에 있어 배제할 수는 없다"고 꼬리표를 붙여뒀다. 역학조사 결과를 좀 더 지켜보자는 얘기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지난해 광화문 집회는 이미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상황에서 주최 측이 집회를 강행하고, 의도적으로 조사를 방해하기까지 했던 것이라 방역수칙 준수, 진단검사 등 모든 절차에 협조적인 민주노총 집회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고 일회성 집회를 한 것이 4차 대유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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