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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굴기’ 제동 나선 바이든... “네덜란드, 핵심장비 팔지 말라”

입력
2021.07.18 17: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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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어 바이든도 "ASML 대중 수출 중단"
CEO는 우려 표명... "글로벌 공급망 문제 악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기간 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기간 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네덜란드를 향해 “중국에 반도체 핵심 장비를 수출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起·우뚝 섬)’에 대한 대응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 동일한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미중 간 ‘신기술 냉전‘도 갈수록 첨예해지는 양상이다.

17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자국기업 ASML이 만든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중국 수출을 계속 허가하지 않고 있다.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원판(웨이퍼)에 빛을 쬐어 5나노미터 이하의 회로를 새길 수 있는 첨단 장비로, 이를 생산하는 업체는 전 세계에서 ASML이 유일하다. 1년간 생산 물량은 40~50대뿐이고, 대당 가격이 1억5,000만 달러(약 1,712억 원)에 달한다.

네덜란드 정부의 대중(對中) 수출 보류는 미국의 요청 탓이다.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9년 6월,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이었던 찰스 쿠퍼먼은 “2년 전 네덜란드 외교관들을 초청해 ‘좋은 동맹국은 이런 장비를 중국에 팔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적이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도 이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2019년 마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의 방미 당시, 중국이 EUV 장비 제조 기술을 습득할 경우 빚어질 파장에 관한 기밀문서까지 보여주며 설득했다”고 전했다.

이런 기조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네덜란드의 카운터파트와의 통화에서 양국의 선진 기술 협력을 강조하며 이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ASML 장비의 대중 수출 제한은 설리번 보좌관의 최우선 업무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중국은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쉬훙 네덜란드 주재 중국 대사는 지난해 1월 언론 인터뷰에서 “네덜란드가 우리와의 무역 관계를 계속 정치화하면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도 자국 기업의 기술 개발을 전폭 지원하고 있지만, ASML 기술을 따라잡으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네덜란드도 난처한 입장이다. 피터 버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수출 규제가 남용될 경우 중기적으론 혁신이 더뎌지고, 단기적으로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가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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