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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여성, 내가 ADHD 환자였다

입력
2021.07.20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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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ADHD의 슬픔’ '나는 오늘 나에게...’ 등
성인 여성 ADHD 다룬 책 나란히 출간돼 주목

정지음 '젊은 ADHD의 슬픔'(민음사)

정지음 '젊은 ADHD의 슬픔'(민음사)


희망이 옅어질 때마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고 싶었다. 작가가 한국의 미혼 여성 ADHD이고, 자기애로 가는 걸음마 중이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없었다. 세상에는 ‘네가 무엇이든 소중하고 아름답다’라는 식의 낙관이 유행했지만 내게 적합한 안심은 아니었다.

정지음 '젊은 ADHD의 슬픔'

정지음씨는 흡연 습관을 고치기 위해 정신과에 갔다가 금연보다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문제인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아 든다. 주변이 늘 어지럽고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특성, 물건을 잘 잃어버리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의 특성이 단순히 성격적 개성이 아니라 ADHD라는 질환의 증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의 나이 26세 때의 일이었다.

그러나 아동 ADHD가 아니라 성인, 그것도 여성 ADHD 환자에 대한 정보는 찾기가 어려웠다. ‘천방지축 남자아이’라는 정형화된 이미지 바깥의, 성인 ADHD 환자의 증상은 개인의 특성으로 이해되기 쉽기 때문에 당사자조차 질환을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성인 ADHD 발병률은 약 4%로 한국에서도 약 82만 명이 해당 질환을 겪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치료를 받는 비율은 1%에 불과한 이유다.

신지수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휴머니스트)

신지수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휴머니스트)

임상심리학자인 신지수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학 병원에서 심리 평가로 ADHD환자를 발견해내는 것이 신씨의 직업이었지만, 정작 본인이 ADHD라는 사실은 서른이 되어서야 알 수 있었다. 이후 ADHD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 신씨는 중요한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주로 여자아이들이 ADHD 진단에서 배제돼 왔으며, 제때 치료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되어서야 뒤늦게 병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남자아이에 주목한 학계의 편견, 의사들의 선입견, 그리고 사회의 다른 역할 기대 때문이었다.

정씨와 신씨가 각각 쓴 ‘젊은 ADHD의 슬픔’(민음사)과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휴머니스트)는 이처럼 성인 여성 ADHD 환자의 목소리를 담아낸 드문 책이다. 지난달 나란히 출간돼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성인 여성 ADHD 환자의 실상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서점가 에세이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중이다.

데보라 레버 ‘우리 아이는 조금 다를 뿐입니다’, 토드 로즈 '평균의 종말'

데보라 레버 ‘우리 아이는 조금 다를 뿐입니다’, 토드 로즈 '평균의 종말'

이 같은 잇따른 ADHD 도서 출간은 최근 몇 년간 서점가에 떠오른 정신질환, 심리치료 에세이 바람의 연장이다. 우울증, 공황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과 신경다양성에 주목한 책들이 쏟아진 데 이은 것이다. 이 외에도 ADHD, 아스퍼거,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신경다양성을 가진 아이를 위한 부모 가이드인 ‘우리 아이는 조금 다를 뿐입니다’, ADHD 장애 판정을 받은 뒤 성적 미달로 고등학교를 중퇴했지만 현재는 교육신경과학 분야 사상가이자 하버드 교육대학원 교수인 토드 로즈의 교육비평서 ‘평균의 종말’도 지난달 함께 출간돼 서점가의 ADHD 담론을 이끌어가고 있다.


한소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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