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의 홍남기 제압' 결론도 동일?... 1차·5차 재난지원금 '평행이론'

입력
2021.07.17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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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로금 명목의 5차 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주는 것이 16일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이다. 지난달 당정이 도출한 합의는 '소득 하위 80% 가구에 1인당 25만 원 지급'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상위 20%의 표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민주당은 2주 만에 약속을 깼다.

#2020년. 1년 전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21대 총선을 열흘 앞둔 지난해 4월 6일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일주일 전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소득 하위 70% 지급안’을 뒤집은 것이었다.

1년 3개월의 시차를 두고 민주당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몰아붙이는 모습이 ‘평행이론’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까지의 시나리오는 거의 판박이다.

①민심 이반을 우려한 민주당이 당정 합의 파기를 검토한다. ②제1야당 대표가 “모든 국민에게 돈을 주자”고 동조한다. ③이를 빌미로 민주당이 보편 지급을 밀어붙인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민주당 입장을 끝내 수용했다. 이번에도 민주당 손을 들어 주면, '평행이론'이 완성된다.

①당정의 '선별 지급' 합의 → 여당의 파기

지난해 4월 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중앙당 상임선대위원장인 이해찬 당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중앙당 상임선대위원장인 이해찬 당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정부는 '소득 하위 50%에 가구당 최대 100만 원'을 제시했고, 민주당은 “중산층까지 넓혀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소득 하위 70%에 가구당 최대 100만원 의 절충안이 채택됐다. 민주당은 “국민들에게 힘과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만족해했다.

상황은 다르게 굴러갔다. 4·15 총선을 앞두고 '선별 지급은 상위 30% 표심 포기'라는 논리가 민주당에서 힘을 얻었다. 이해찬 대표는 4월 6일 “모든 국민을 국가가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전 국민 지급을 발표했다. 청와대, 정부와 제대로 상의하지 않은 채였다.

요즘 상황도 비슷하다. 이번에도 여당이 약속을 어겼다. 당내 최대 계파 ‘더좋은미래’ 등이 집단 행동에 나서자, 당 지도부는 13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론을 바꾸었다.

②야당이 '변심'의 빌미를 줬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정 합의를 뒤집을 결정적 명분을 국민의힘에서 찾았다. 이해찬 대표가 전 국민 지급안을 발표하기 하루 전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 원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매표'라고 비판하던 통합당의 돌변을 민주당은 정부를 압박하는 호재로 활용했다.

황 전 대표의 역할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넘겨 받았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전 국민 지급'에 합의했다. 국민의힘 다수 의견인 '선별 지급'을 뒤집은 '대형 사고'였다. 송 대표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다음 날 전 국민 지급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③최종 열쇠는 문 대통령의 '결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7일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정책의원총회에서는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오대근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7일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정책의원총회에서는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오대근 기자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당정 합의를 깬 이후 청와대 설득에 집중했다. ‘정부 곳간지기’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우회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문 대통령은 ‘총선을 앞둔 여당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보편 지급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5차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에 대해서도 철벽을 치진 않은 상태다. 지난달 당정 논의 과정에선 전 국민 지급에 난색을 표했지만, 민주당의 당론 변경 이후 물러서는 기류가 감지된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홍 부총리의 권위를 세워 주면서도 민주당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거중조정' 역할을 맡았다는 얘기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주말 당정청이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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