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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수 끝 거머쥔 행운의 올림픽 “요즘은 꿈에서도 노를 저어요” [도쿄올림픽 우리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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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꿈에서도 배를 타요. 기구 운동을 많이 한 날엔 꿈에서도 그 운동을 하고요. 올림픽이 머릿속에 너무 박혀서 잘 때도 그러는 것 같아요.”
못 나갈 뻔한 올림픽이었다. 조정 국가대표팀은 지난 5월 일본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조정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정혜정(24·군산시청)도 여자 싱글스컬에서 6위를 기록, 5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티켓을 놓쳤다. 하지만 귀국해 자가격리 중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복수 종목 출전 금지 규정에 따라 일부 국가가 싱글스컬을 포기하면서 정혜정에게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진 것이다. 1984년 LA올림픽 이후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다.
정혜정은 국가대표들이 모인 진천선수촌이 아닌 충북 충주 탄금호에서 올림픽을 준비했다. 다른 조정 선수들과 함께 하는 훈련이다. 조정 종목에서 홀로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정혜정은 남자 선수들 사이에서 전력 스프린트와 휴식을 수십번이고 반복하며 자신의 한계를 넓혔다. 탄금호 훈련장에서 만난 정혜정은 극적인 도쿄행에 대해 “솔직히 나도 얼떨떨하다”고 했다.
“5위 안에 들지 못해서 별 생각을 안 하고 있다가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저에게도 이런 운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버티다 보니 이런 기회가 오는구나 싶었죠.”
정혜정이 조정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언니(정혜리)가 조정 선수였다. 부모님은 “네가 언니보다 신체 조건도 좋지 않냐”며 넌지시 조정을 권유했다. 그때까지 국악 타악기를 전공했던 정혜정도 왜인지 자꾸 운동에 눈이 갔다. 결국 조정부가 있는 충주여고에 진학, 1학년을 한 번 더 다니며 조정을 하게 됐다. 그는 “사실 시작하기 전에는 무슨 운동인지도 몰랐다. 이름이 조정이니까 뭔가를 조정하는 줄 알았지 이렇게 힘이 많이 필요한 운동인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웃었다. 늦게 시작한 운동이지만 조정에 빠져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힘들다가도 배로 호수를 가르면서 시원한 바람이 불고 경기장의 경치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있어요. 그 기분은 아무도 모를 거예요.”
정혜정은 올림픽 이야기를 할 때마다 “운이 좋았다”고 반복했다. 하지만 팔다리에 짓게 자리잡은 구릿빛 근육은 더 많은 것을 말해줬다. 올림픽 대비 훈련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진다. 변덕스러운 여름 날씨다보니 날이 좋으면 무리해서라도 배를 탄다. 온종일 노를 젓고도 꿈속에서 노를 젓는다. 인생 최고의 순간에 찾아온 황금 같은 기회를 정혜정은 그냥 보낼 수 없었다. 한 걸음 더 내디디고 싶다.
올림픽 목표는 파이널B(준결승 경기)에 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조정의 올림픽 최고 성적은 리우 대회 때 일군 파이널C 진출이다. 당시 김동용과 김예지는 남녀 싱글스컬에서 각 17위, 18위를 기록했다. 파이널B에 오르면 정혜정은 ‘한국 조정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다.
여자 조정 싱글스컬은 올림픽 개막일인 23일 오전에 예정돼 있다. 개막 전 시작하는 축구 조별리그를 제외하면 한국의 올림픽 첫 경기다. 정혜정은 자신의 새 기록을 세우며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그 순간을 꿈꾼다. “나라를 대표해서 가는 것이니 최선을 다해야죠. 사람들은 1~3등만 알아주지만 목표한 기록을 생각하면서 최고로 잘할 거예요. 많이 배워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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