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반론에도… 권익위는 왜 특검을 공직자로 판단했나

입력
2021.07.17 07:00
수정
2021.07.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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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검사 준하는 지위…?겸직 금지 규정도 근거
직무 기간 동안 영리 목적 업무 금지 규정도
"특검 청탁금지법 대상" 유권해석 선례 남겨
朴 측 "권익위 아닌 법무부가 해석해야" 반발

116억 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로부터 외제차 포르쉐 렌터카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 뉴스1

116억 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로부터 외제차 포르쉐 렌터카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 뉴스1

국민권익위원회가 16일 특별검사가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영수 전 특검에 대한 수사당국의 사법처리 시도가 중요한 문턱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박 전 특검은 "특검은 공직자가 아닌 공무수행사인(私人·민간인)"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은 채 법무부 유권해석을 요청하고 있어 향후 법적 논쟁이 치열해질 공산도 있다.

이날 권익위가 내린 유권해석 요지는 청탁금지법에 법 적용 대상으로 적시된 '공직자 및 공적 업무 종사자'에 특검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 법 제2조 2항에는 이들을 △국가공무원법 또는 지방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 △다른 법률에 따라 그 자격·임용·교육훈련·복무·보수·신분보장 등에 있어 공무원으로 인정된 사람으로 규정했는데, 특검은 특검법 등에 비춰볼 때 후자에 해당한다는 게 권익위 결론이다.

권익위는 박 전 특검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내사하던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로부터 지난 5일 '박 전 특검을 피의자로 입건할 수 있는지'를 타진하는 유권해석 의뢰를 받고 2주간 검토했다. 박영수 특검은 지난해 말 김씨로부터 '포르쉐 파나메라4' 차량을 제공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권익위는 검토 과정에서 주무부서인 청탁금지제도과의 내부 분석은 물론이고, 청탁금지법 해석자문단에 소속된 각계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13일부터는 박 전 특검 측 의견서를 전달받고 향후 법 해석상 다툼의 여지를 추가적으로 검토했다. 권익위는 당초 13일쯤 '특검은 공직자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 결과를 공개하려다가, 박 전 특검 측 반론을 검토하기 위해 일정을 미뤘다.

"고검장 준하는 대우에 겸직 금지… 공무원으로 봐야"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권익위는 유권해석 근거로 △특검법상 특검은 담당 사건에 있어 검사와 같은 직무·권한·의무가 있는 점 △임용·자격·직무범위·보수·신분보장 등에 있어 검사나 판사에 준하도록 규정한 점을 먼저 들었다. 실제 특검법은 특검이 고검장급의 보수와 대우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고, 대통령의 특검 임명 절차, 자격·직무범위, 파면에 따른 신분보장 및 퇴직 절차 등도 명시했다.

권익위는 또 공공기관 위임을 받아 업무하는 다른 공무수행사인과 달리, 특검은 별도 법률(특검법)을 통해 수사권·공소권을 부여받는 독임제(獨任制·권한을 일임 받음) 행정기관이라 공직자 성격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특검법상 '형법이나 그 밖의 다른 벌칙을 적용할 때엔 (특검을) 공무원으로 본다'는 조항도 근거로 제시됐다.

특검법에 '특검은 영리 업무에 종사할 수 없으며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는 겸직 금지 조항이 있는 점도 권익위가 특검을 공직자로 판단한 근거다. 특히 박 전 특검의 존립 근거였던 '국정농단 사건 특검법'에는 해당 조항이 문구 그대로 포함됐다. 이전 개별사건 특검법에 해당 조항 뒤에 '수사를 마치고 공소유지를 하는 기간엔 겸직 금지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이 있던 것과는 구별된다.

법조계에선 이번 유권해석을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형사법을 연구해온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특검이 청탁금지법 적용 범위에 해당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확인한 유권해석"이라며 "학계에선 이론의 여지가 적은 부분이었고 타당한 결론이라 본다"고 평가했다.

박 전 특검 "권익위 유권해석 권한 없다" 논쟁 예고

국민권익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박 전 특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권익위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정부조직법 등에 의하면 벌칙 조항에 대한 유권해석은 법무부 권한이고, 권익위의 업무 범위엔 법령에 대한 유권해석을 할 권한이 없다"면서 법무부 유권해석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검은 공무를 수행하는 민간인'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공인받고자 법적 논쟁을 계속 이어갈 의지를 밝힌 셈이다.

한국일보가 박 전 특검 측이 13일 권익위에 제출한 의견서를 입수한 결과, 박 전 특검은 특검법에 '(이럴 때)공무원으로 본다'는 의제조항이 있는 것부터가 '특검은 공무원이 아니다'라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특검이 법률에 의해 공무원으로 인정됐다면 이런 조항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국정농단 특검법에 '겸직 금지는 수사 기간에만 적용된다'는 단서 조항이 빠진 것은 단순한 입법상 실수이고, 겸직 금지 조항만으로 특검이 공무원이라고 볼 수도 없다는 입장도 내놨다.

박 전 특검은 다른 공무수행사인에 대해 대법원이 '지위를 남용해 범법행위를 한 경우 공무원 의제조항이 적용된다'고 판단한 점도 지적했다. 김씨에게 렌터카, 대게·과메기 등 수산물을 받은 것은 특검 지위 남용과 무관해 의제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또 청탁금지법이 공직자의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것은 '장래에 불공정한 직무수행으로 이어질 위험'을 막기 위한 취지인 만큼, 그런 위험이 없는 자신까지 처벌하는 건 부당하다는 주장도 했다. 특검 업무가 국정농단 사건에 한정돼 있고, 일부 상고심·파기환송심 외엔 종결 단계라 불공정한 직무수행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는 논리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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