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권익위 "박영수 특검은 공직자" 청탁금지법 넘어 뇌물로 번지나

입력
2021.07.16 17:30
수정
2021.07.16 20:49
6면
구독

'특검은 공무수행 민간인' 반론 물리치고 결론?
경찰, '포르쉐 의혹' 관련… 다음주 중 소환조사
뇌물 혐의 적용 땐 공수처가 수사 맡을 수도
박 특검 측 "법무부 유권해석이 우선" 반발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수사해 단죄한 박영수 특별검사가 외제차 렌트 의혹으로 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수사해 단죄한 박영수 특별검사가 외제차 렌트 의혹으로 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가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로부터 고급 수입차를 제공받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공직자로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권익위가 박 전 특검을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적용이 가능한 공직자로 규정함에 따라 경찰은 박 전 특검을 입건해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피의자 신분이 된 박 전 특검의 소환조사는 이르면 다음주 중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권익위는 16일 "특별검사는 김영란법에 따른 '공직자 등'에 해당해 법 적용을 받는 대상"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권익위 측은 판단 근거로 △특별검사는 담당 사건에 대해 검사와 같거나 준용되는 직무·권한·의무를 지는 점 △임용·자격·직무범위·보수·신분보장 등에 있어 검사나 판사에 준하도록 규정된 점 △벌칙 적용시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점 △공공기관의 위임을 받은 것이 아니라 법에 의해 창설적으로 수사 및 공소제기 등의 권한을 부여받은 독임제 행정기관으로 보이는 점 △직무수행 기간에 영리 목적 업무 및 겸직이 금지되는 점을 들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앞서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권익위에 박 전 특검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권익위는 당초 특검이 공직자에 해당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결과를 발표하려다가, 지난 13일 박 전 특검 측이 '특검은 공직자가 아닌 공무수탁 사인(私人·민간인) 신분'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자 일정을 미뤘다. 권익위는 이후 외부 자문을 받아 추후 법 해석상 다툼 가능성 등을 검토한 뒤 이날 처음과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박 전 특검의 의견서에는 △역대 특검법 대부분이 특검의 영리 행위 및 겸직 금지 규정을 수사 기간에만 적용하고 기소 후 공소유지 기간엔 적용하지 않았던 점 △특검법에 '형법 등 벌칙조항에 있어 공무원으로 본다'는 공무원 의제조항을 따로 두고 있는 점 등이 '특검은 민간인' 주장 근거로 담긴 걸로 확인됐다. 박 전 특검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도 해당 의견서에 담긴 논리를 되풀이하면서 "권익위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벌칙 조항에 대한 유권해석은 법무부 권한이라며 "우선 법무부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특검, 이르면 다음주 피의자 조사

5일 박영수 특검에게 수십억원대 포르쉐 차량을 빌려 준 것으로 확인된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송동리에 있는 렌터카 회사 마당이 텅 비어 있다. 이곳은 자신이 포항에서 수산물업계 재력가라며 정계와 검찰과 경찰, 언론에 알리고 다녔던 김 모씨(43)의 회사다. 포항=뉴스1

5일 박영수 특검에게 수십억원대 포르쉐 차량을 빌려 준 것으로 확인된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송동리에 있는 렌터카 회사 마당이 텅 비어 있다. 이곳은 자신이 포항에서 수산물업계 재력가라며 정계와 검찰과 경찰, 언론에 알리고 다녔던 김 모씨(43)의 회사다. 포항=뉴스1

경찰은 권익위 판단에 따라 박 전 특검을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로 입건하고 구체적 혐의 입증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번주 내로 박 전 특검에게 소환을 통보하고 일정을 조율할 방침이다. 조사는 이르면 다음주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박 전 특검이 지난해 12월 김씨에게 '포르쉐 파나메라4' 차량을 제공받은 것은 김영란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 경찰은 현행법상 금품 수수는 받는 즉시 혐의가 성립하기 때문에 '3개월 뒤 렌트비 250만 원을 현금으로 김씨에게 전달했다'는 박 전 특검 측 해명은 참작 사항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박 전 특검 수사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시작됐지만 향후 뇌물수수 혐의로 전환될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특검에게 뇌물 혐의가 적용될 경우, 청탁금지법과는 달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맡아 수사하게 될 공산이 있다. 김씨는 박 전 특검에게 차량을 제공한 이유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과정에서 금품 제공의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입증될 경우, 전직 특검이 공수처 수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박 전 특검 측이 권익위 유권해석에 앞서 의견서를 제출하며 적극 반론을 제기한 것을 두고 공수처로 사건이 이첩되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검을 청탁금지법 위반 및 형법상 뇌물죄의 주체인 공무원으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한 논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포석을 깔았다는 것이다. 향후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되는 이유다.

손효숙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