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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개헌론' 승부수 띄운 김동연… "다음 대통령, 임기 절반 줄인다는 각오로"

입력
2021.07.16 13:15
수정
2021.07.16 20: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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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에서 '분권형 대통령제' 소신 거듭 피력
김종인, 金 직접 만나 '경제대통령' 띄우기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대령의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대령의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정식 출간을 앞둔 저서에서 “다음 대통령은 임기 초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후발 대선 주자로 아직 지지율과 인지도 모두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론을 띄우며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김동연 "4년 연임·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꾸자"

김 전 부총리는 16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새 책 ‘대한민국 금기 깨기’에서 “정치 영역을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우리 정치의 전형적인 승자독식 구조를 깨는 것”이라며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바꾸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5년마다 집권하는 승자가 모든 권력을 독식하는 현행 정치구도에선 정쟁과 파국이 불가피하고, 국가의 장기 비전을 세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 김 전 부총리는 임기 4년, 한 차례 연임 가능한 대통령제로 바꾸고 국회에서 추천ㆍ선출한 국무총리에게 실질적 권한 행사를 보장하는, 이른바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안했다. 이어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르도록 선거 사이클도 변경하자”라며 “다음 대통령 임기 초에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선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했고, 청와대는 과도한 권한을 내려놓고 ‘책임장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김 전 부총리의 정치철학이다. 퇴임 후 언론 인터뷰나 강연을 통해서도 꾸준히 개헌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개헌 시기나 선거제 변경 방식 등 세세한 구상을 제시한 건 처음이다. 당장 2024년 4월 예정된 차기 총선과 대선 일정을 일치시키려면 다음 대통령은 임기 5년 중 절반 이상을 희생해야 한다. 김 전 부총리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듯, 책 말미에서 “차기 대통령은 임기의 절반을 줄여도 좋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며 “(정치 대타협은) 그 정도의 비장한 각오와 자기를 던지는 희생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임기 단축을 기꺼이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종인 말처럼 '게임체인저' 될 수 있을까


이미 막 오른 대선 정국에서 김동연발(發) 개헌론이 얼마나 공감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야권의 대표적 개헌론자이자 '킹메이커'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일단 후한 평가를 내놨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책을 미리 받아 읽어봤다"면서 “당면한 현실에 대한 인식이 아주 잘돼 있다”고 호평했다. 또 “일반 국민의 삶이 피폐해지기 시작하면 ‘경제대통령’이란 말이 나오게 돼 있다”며 김 전 부총리가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김 전 부총리를 직접 만나 대권 도전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이 외에도 김 전 부총리는 ‘기회복지 국가’를 핵심 키워드로 사회 각 분야에 뿌리 내린 ‘승자독식 구조’를 진단하고 이를 타파할 정책 제안을 저서에 두루 담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도 빠지지 않았다. 특히 소득주도성장을 겨냥해 “네이밍(naming)부터 잘못됐다. ‘소득’만이 ‘주도’해서는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제3지대’를 표방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 전 부총리는 책에서도 명확한 노선을 밝히지는 않았다. 대신 “국민의 눈으로 보면 정치집단은 거대한 기득권 조직에 다름 아니다”라며 정치권 내 진보ㆍ보수 세력을 동시에 저격했다.

강유빈 기자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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