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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되어버린 세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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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뉴스에 세대 논쟁이 자주 눈에 띈다. 세대는 사회학자들이 사회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개념인데, 중요한 사회적, 문화적 변화가 보통 세대교체를 통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30여 년 미국 사회의 큰 변화 중 하나는 종교가 없는 사람들의 증가인데,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종교적인 것으로 추정되는 20세기 초반에 태어난 세대가 점차 종교성이 약한 젊은 세대들로 교체되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세대교체로 인한 변화이다. 20세기 이후 서구사회의 세속화는 모두 이런 세대교체를 통해 점진적으로 일어났다.
세대는 이처럼 사회변화를 이해하는데 유용하지만 여러 가지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특정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고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다른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과의 차이를 강조하는 '세대론'이 그렇다. 이런 세대론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이 특정 역사적 시기를 젊은 시절 같이 경험하면서 다른 세대와 구분되는 집단적 특성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 그 기본 전제이다.
얼핏 그럴듯해 보이는 이 세대론에는 벌써 여러 가지 함정이 숨어 있다. 세대 구분의 기본인 출생연도는 연속적인데 비해 세대는 서로 다른 집단을 구분하는 범주의 성격을 가져서, 어디에 선을 그어도 그 구분이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밀레니얼은 보통 1981년에서 1996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지칭하는데 1980년과 1981년생 미국인들의 경험이 서로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세대교체를 통한 사회적 변화는 대개 점진적이고 연속적인데, 이를 임의적 세대 구분의 렌즈로 보면 그 차이가 더 크고 단절적으로 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또 이런 세대론은 세대 내 다양성을 숨긴다. 요즘 화제가 되는 MZ세대는 한국 인구의 35%에 달하는데, 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는 당연히 공통점보다 차이가 많을 것이다.
세대 간 차이가 정말 세대에 따른 차이인지 아니면 생애과정의 다른 단계에서 나타나는 차이인지도 알기 어렵다. 만약 지금 20대가 50대와 다른 가치관을 보인다면 그게 과연 젊은 나이에 흔히 나타나는 태도인지, 아니면 지금 50대가 20대일 때와 비교해도 독특한 세대적 특성인지 알 수 없다. 지금도 모자람이 많지만 20대의 나는 더 이기적이고 관대하지 못한 사람이었는데, 그게 내 세대적 속성 탓은 아닐 것이다. 설문조사로 의식과 태도를 측정하는 연구의 역사가 짧은 한국에서 이는 특히 큰 문제인데, 지금 50대 이상 한국인들이 젊은 시절 어떤 가치관과 의식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한 체계적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금 20대가 이전 세대의 젊은 시절과 비교해 확연히 다른 가치관을 가진다고 해도 그 차이는 과연 어디서 왔을까? 출생연도는 숫자일 뿐 그 자체가 어떤 효과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그들의 가치관은 나고 자란 한국사회의 상황과 조건의 산물일 것이고 그 상황과 조건은 물론 윗세대들이 만든 것이다. 이를 간과하고 세대 간 차이를 도덕화하고 정치화하는 세대론이 생산적일 수 없다. 아마 인류의 시작부터 있었을 '요즘 젊은 것들'에 대한 불평에 그럴싸한 이름을 붙이고 선택적 설문조사로 포장한 세대론에 집착하기보다, 최근 한국 사회학자들의 치밀한 세대 간 불평등에 대한 실증 연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나의 세대 논쟁 감상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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