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워킹과 맘의 기로에 놓인 워킹맘...이래도 성평등 사회인가요"

입력
2021.07.18 14:00
수정
2021.07.19 15:47
구독

[용혜인 의원·신보라 전 의원 인터뷰]
의정 활동 중 임신·출산·육아 경험 후
'건강권' 위해 의원 출산휴가 법제화
'일 돌봄 양립' 위한 아이동반법 주장
"여성·남성 모두의 돌봄권 보장 위한 것
국회가 변화의 본보기 돼야하지 않을까"


국회의원의 일과 돌봄의 양립 문제를 최초로 가시화한 신보라(오른쪽)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 의원과 최근 생후 59일 된 아들과 함께 출근하며 '아이동반법(국회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국회의원의 일과 돌봄의 양립 문제를 최초로 가시화한 신보라(오른쪽)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 의원과 최근 생후 59일 된 아들과 함께 출근하며 '아이동반법(국회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한국 사회에서 '워킹'과 '맘'은 사실상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걸을 수 없는 개념이다. 임신, 출산, 육아 휴직 후 복귀, 초등학교 입학 등 '돌봄 공백의 불안'을 느끼는 순간마다 엄마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기로에 놓이기 때문이다. 워킹맘의 95%가 '일 포기'를 고민한다고 한다.(KB금융경영연구소 '2019 한국 워킹맘 보고서')

돌봄 공백을 메워줄 제도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엄마들은 제도를 이용하기보단 친정 엄마 또는 시어머니 '찬스'를 쓰거나(34%) 사비로 육아도우미를 고용(6.8%)한다. 하지만 워킹맘 생활을 유지하는 비율은 결국 57%(15세 미만의 자녀를 둔 여성 중)에 머물고 만다. (한국경제연구원) 제도가 제 구실을 못하는 탓이다.

누구는 '성평등 사회를 이룩했다'고 말하지만, 통계는 '돌봄이 여전히 여성이,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치부되고 있다'고 반박하는 셈이다.

5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아이 동반 출근은 그래서 더 화제가 됐다.(▶관련기사) 사적 영역에 머물러야 할 돌봄의 문제를 '공적 영역의 끝판왕' 국회로 밀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히 아들의 유아차를 끌고 온 것이 아니다.

용 의원 이전엔 신보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 의원도 있었다. 그는 2018년 9월 국회의원 최초로 45일의 출산 휴가를 냈고,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달라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출산한 여성 의원의 건강권' 문제를 화두로 던졌다.

신 전 의원은 용 의원에 앞서 '아이동반법(국회법 개정안)' 발의도 했다. "의정활동과 돌봄의 양립을 보장해야 한다"며 정기적인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 국회의원 자녀의 본회의장 출입을 허용해 달라고 했다.

비단 자기 권익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은 아니다. "법과 제도를 만드는 국회부터 달라져야 워킹맘의 부조리한 고민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두 엄마 정치인의 얘기다. 13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이들을 만났다.


출산: '워킹'과 '맘', 선택의 첫 갈림길

2018년 9월 출산을 사흘 앞둔 신보라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8년 9월 출산을 사흘 앞둔 신보라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용혜인 의원님, 최근 국회의원 사상 두 번째 출산 휴가를 쓰고 국회로 복귀하셨는데요. 신보라 전 의원님이 발판을 마련해 주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닥뜨린 어려움이 있었을까요.

용혜인(이하 용)= "'내가 이걸 써도 되나'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가장 먼저 든 고민도 '국민들이 양해할 수 있는 일인가'였거든요.

처음엔 한 달 만에 복귀하려 했어요. 그런데 보좌진이 '슈퍼맘이라는 부적절한 롤모델이 되면 안 된다'고 강하게 반대했죠. 의견 충돌이 많았는데 결국 보좌진 뜻에 따라 출산 휴가 45일과 재택근무 13일을 붙여 58일 만에 출근하게 됐어요."

-신 전 의원님은 물꼬를 트신 거라 더욱 난관이 많았을 것 같아요.

신보라(이하 신)= "국회에 젊은 여성들이 진입한 전례, 게다가 출산까지 한 전례가 거의 없다 보니 이전엔 '의원의 출산 휴가도 보장해야 한다'는 논의 자체가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출산 휴가의 명분을 살리면서 '출산한 여성의 건강권'이라는 실리를 찾을 수 있는 길을 고민했어요.

그런데 근로기준법에 '출산 휴가 90일을 보장하고 그중 45일 이상은 반드시 산후에 써야 한다'(제74조)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법을 만들고 지키라고 주장하는 국회의원이 '나는 예외다' 할 수는 없다는 명분을 찾은 거죠."


용혜인(가운데)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 앞서 동료 위원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용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임신 7주차 예비엄마가 되었다”고 임신 소식을 알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용혜인(가운데)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 앞서 동료 위원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용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임신 7주차 예비엄마가 되었다”고 임신 소식을 알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당시 국회의원의 출산 휴가를 법제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하셨는데요.

신=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전례도 다 찾아봤어요. 2018년 당시 161개의 시·군·구의회 중 서울시, 경기 부천시 단 두 곳만 의원의 출산 휴가를 보장하는 조례가 있었어요.

마침 우리 당 부천시 여성 의원이 출산을 했는데 당당히 잘 쉬고 돌아와서 의정활동을 더 잘하더라고요. 반면 다른 지역 여성 시의원은 눈치를 보며 '배려를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걸 보며 국회에서도 여성 구성원의 건강권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논의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어요."

-'국회의원이 휴가가 웬말'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아직 남은 것 같아요

신= "저는 최소한의 건강권을 보장받으면서 의정 활동을 '병행'하고 싶다는 거예요. 국회의원들은 기본 사명감이 있어요. 4년이라는 주어진 시간 안에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하고 싶은 의정 활동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동시에 권리를 지키는 일도 중요해요. 국회든 5인 미만 사업장이든 여성의 건강권이 지켜지고, 그 위에서 사회 참여를 더 잘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전제 위에서 문제를 봐 주셨음 해요."


현행 국회법은 임신 또는 출산을 이유로 청가(請暇)가 가능한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신 의원은 임신·출산을 청가 사유로 명시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20대 국회 기간 만료로 폐기됐다.

21대 때는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5월 발의했다.


'음지'에 파묻힌 돌봄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생후 59일 아들과 함께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출산 후 첫 등원'을 해 로텐더홀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생후 59일 아들과 함께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출산 후 첫 등원'을 해 로텐더홀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용 의원님의 출산 휴가 후 아이와 동반 복귀가 큰 화제가 됐더라고요.

용= "그저 아이가 엄마 일터에 가는 건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큰 이슈가 됐어요.

또 깜짝 놀랐던 게 사실 해외 국회의원이 자녀와 동반 출근하는 사례가 굉장히 많고,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언론에서 항상 '우리는 언제쯤?'이라는 어조로 보도했잖아요. 그런데 막상 제가 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분위기가 다른 거예요.

'어떻게 국회에 아이를 데려올 수 있냐'는 질문을 받으면서 우리 사회가 돌봄을 사적인 것, 덜 중요한 것으로 치부하고 있구나. 그래서 여성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숨죽여 돌봄 노동할 것을 강요당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아이를 데려가면 일이 되냐'며 보여주기라는 비판도 있었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관한 우려도 있었고요.

신= "국민들이 보시기에 이벤트성으로 비춰질 수는 있겠지만, 일과 돌봄의 양립에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화두를 던지는 역할도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용=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그러나 보여주기를 위한 보여주기는 아니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비슷한 이유로 '아이동반법'에 의문을 품는 시선도 있는데, 본회의 때마다 아이를 데려가겠다는 게 아니에요. '굳이' 금지하는 게 잘못이라는 거죠.

아이를 키우면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요. 갑자기 하교·하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때 도움을 받을 곳이 없으면 결국 내가 돌봐야 하는 상황이 존재하잖아요.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많은 분들이 경험하셨을 거예요.

일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아이를 돌보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달라는 측면으로 이해해 주세요.

게다가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잖아요. 육아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국회의원의 입법권이나 정치 영역에서의 권한이 제한당해선 안 되죠."


김상희(왼쪽) 국회부의장이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출산 후 출근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을 만나 용 의원의 아이를 안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희(왼쪽) 국회부의장이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출산 후 출근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을 만나 용 의원의 아이를 안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신 전 의원님께서는 앞서 본회의장 동반 출입을 거부당하셨는데요.

신= "제가 발의했던 '행복한 육아 4종 패키지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통과가 돼 제가 본회의에서 제안 설명을 하기로 돼 있었는데, 우리 사회에 일, 돌봄 양립이 필요하다는 화두를 던지고 싶어서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님께 출석 허가를 요청드렸어요.

그런데 불허하셨어요. '법안의 본회의 통과를 종용하게 되는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거였어요. 납득하기 어려웠죠."

용= "그때 의원들의 입법권을 침해한다는 얘기도 나왔었어요.

그런데 사실 제 입법권을 더 많이 침해하는 건 모든 것을 양당 간사 간의 합의로만 이뤄지게 하는 국회 운영방식이 저 같은 비교섭단체 의원의 입법권을 침해하거든요.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많이 사라졌지만 단상을 점거하고 소리치는 이런 것들도 마찬가지고요."

신= "호주를 공식 방문했을 때 한국계 엘리자베스 리 의원이 국회에 아이를 안고 왔더라고요. 미팅도 했어요. 그런데 우리처럼 뉴스에 나오지도 않았어요.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란 거죠.

우리도 누구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아이를 안고 일을 할 수 있는 문화가 있고, 그게 일상화된다면 일과 돌봄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 거예요."


'여성에 의한, 가정에서의 보육'을 당연시하는 사회

2018년 롯데그룹 남성육아휴직자 교육 대디스쿨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2018년 롯데그룹 남성육아휴직자 교육 대디스쿨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우리 스스로도 무의식중에 엄마의 육아를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용= "여성들은 '애는 어떡하고'라는 질문을 많이 받잖아요. 남성에게는 절대 물어보지 않죠.

거꾸로 아빠의 육아휴직을 낯설게 받아들이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얼마전에 아이가 폐구균 백신 접종을 맞았는데 남편이 혼자 데리고 갔어요.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아이가 모유를 먹는지 분유를 먹는지' 필수 정보를 묻는 것도 조심스러워 하셨대요.

굳이 '아빠가 오셨네요' 하기도 하고. 남편은 '아, 네' 하면서 서로 민망한 웃음만 지었다죠."

-남성이 육아휴직을 하려면 '이직 준비를 하려고 한다'고 지레짐작한다고들 하죠.

신= "'여성의 돌봄'이 당연시되는 건 제도적 습성에도 자리 잡고 있어요. 현재 아빠가 육아휴직을 쓰면 첫 석 달 동안 통상 임금의 80%가 아닌 100%를 지급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엄마 다음에 쓸 때만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아빠가 육아 휴직을 엄마보다 먼저 쓰더라도 인센티브를 보장해 주는 법안을 제출했는데 통과되지 않았어요.

300인 이상 대기업들이 아빠 육아 휴직을 조금씩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사용률이 그나마 높아졌어요. 그러나 대기업이 아닌 이상에야 아빠가 먼저 육아휴직 쓰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죠.

여전히 돌봄은 대체적으로 여성의 몫, 남성이 함께하면 고마운 일로 인식돼요."

용= "인식의 문제도 있지만 30대 초중반 넘어가면 남녀 간 임금 격차도 발생해요. 돌봄공백을 메우기 위해 둘 중 한 명이 휴직하거나 그만둬야 한다면 여성이 그만두는 게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거죠."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아빠 육아 휴직률은 1.8%였다.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 기업은 2.9%, 50~299명 1.4%, 5~49명 0.9%, 5명 미만 0.6%였다. (▶관련기사)

그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연령대별 임금격차는 15~19세 4.8%, 20~24세 7%, 25~29세는 10.1%지만, 30~34세 19.4%, 35~39세 28.1%, 40~44세 34.9%, 45~49세 38.5%, 50~54세 45.7%, 55~59세 48.6%로 30대부터 격차가 급격히 커졌다.


13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용혜인(왼쪽) 기본소득당 의원과 신보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13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용혜인(왼쪽) 기본소득당 의원과 신보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두 분이 발의하신 아이동반법과 관련해서요. 이 법을 여성의원들만 발의했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돌봄은 여성이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고착화되는 효과도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신= "많은 의원들이 자신의 관심사, 정책적 전문성을 기반으로 의정 활동을 하기 때문에 출산을 직접 경험하는 여성 의원이 돌봄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긴 해요.

그런데 남성 의원님도 함께 해주셨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20대 때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배우자께서 출산을 하셨는데, 그때 출산휴가를 좀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빠 출산휴가도 10일로 늘어나기도 했고, 국회에서 먼저 보여줬다면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용= "아이동반법이 여성의원을 위한 법만은 아니에요. 아이를 돌봐야 하는 남성 의원들도 있을 수 있잖아요.

올해 초 민주당 오영환 의원님의 딸이 태어났어요. 그래서 제가 임신했을 때도 신경 많이 써 주셨는데, 아이동반법이 이슈가 되니까 사무실에 찾아오셔서 본인도 법 통과되는 날 아이랑 올 테니 같이 본회의장 들어가자고 약속하셨어요.

그럼 돌봄이라는 것이 여성 의원들의 문제만이 아니구나라는 점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20대 국회 때도 아이동반법에 큰 이견이 있었던 건 아니라고 들었는데, 여야가 협상하는 과정에서 빠졌다고 들었어요."

신= "국회법이 운영위원회 소관이거든요. 국회 운영에 관한 여러 가지를 논의하기 때문에 파행이 되는 경우가 많고, 큰 이견은 없었지만 반드시 통과시켜야 된다고 보지는 않았던 거죠."

-핵심 법안이라 생각을 안 한 거네요.

신= "이견이 없어도 관심이 없는 법안은 늘 이렇게 계류되는 일이 흔해요.

이번에 운영위가 열릴 때, 또 각 당 원내대표들께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일도 필요할 것 같아요. 제도적 개선을 위해 머리를 함께 맞대 주셨으면 참 좋겠네요."


국회법 외에도 개선 필요한 지점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3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3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 외에도 돌봄 문제에 있어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 지점들이 있을까요.

용= "개인적으로 임신, 출산, 돌봄 3종 세트를 경험하면서 이것저것 고민하는 게 많아요. 특히 임신과 출산에서 개인의 경제적 부담으로 남겨져 있는 영역이 굉장히 많다고 느꼈어요.

제가 예정일보다 한 달 먼저 출산했는데 조산을 막기 위한 자궁 수축 억제제 중 보험이 되는 건 부작용이 세더라고요. 저는 일주일만 맞으면 되니까 부작용이 있어도 참고 버텼어요. 그래도 심장이 뛰고 열이 나고 숨이 가빠지고 잠을 못자는 지경에 이르렀죠.

부작용 없는 약은 두 번까지인가밖에 보험이 안 되는 걸로 알아요. 그런데 조산기가 있어서 20주부터 출산까지 쭉 수축억제제를 맞아야 하는 분이 있거든요. 그럼 그분은 보험도 안 되는 비싼 약을 계속 맞거나, 보험은 되지만 부작용이 있는 약을 계속 맞아야 하는 거예요.

건강한 아이를 낳기 위해 엄마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신보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13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신보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13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신= "저는 유치원 하원, 초등학교 하교 시간이 너무 빠른 것에 애로사항을 호소하는 부모들을 굉장히 많이 만났어요.

국공립 유치원은 평균 하원 시간이 오후 4시 30분이에요. 그런데 엄마 아빠의 평균 퇴근 시간은 오후 6~7시죠. 그 사이 생기는 돌봄 공백을 어떤 방식으로든 부모가 메워야 하는 거예요.

유치원 비용은 비용대로 나가고,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하원 도우미를 쓴다든가, 각자 개인이 대체할 방법을 꾸준히 고민하지 않으면 해소할 방법이 없어요.

게다가 초등학교 1학년은 낮 12시 30분 이전에 하교해요. 그래서 많은 엄마들이 첫 번째 육아휴직은 출산 직후에, 두 번째 육아휴직은 초등학교 입학 때 써요. 그리고 그때 경력단절을 크게 고민하게 된다고 하잖아요. 이 부분에 대한 실질적 개선이 필요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육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교육시간보다도 굉장히 낮은 수준이래요. 그래서 초등 교육시간을 좀 더 확대하는 것이 낫지 않냐는 논의들이 급물살을 타고 있죠.

그런데 '왜 교사들이 돌봄의 영역까지 책임져야 하느냐'는 교원 단체의 반발도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할 것 같아요."


15일 오전 강원 춘천시 석사동 성림초등학교에서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15일 오전 강원 춘천시 석사동 성림초등학교에서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앞서 언급한 2019 한국 워킹맘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생 이상 자녀를 둔 워킹맘들은 퇴사나 이직을 고민한 시기로 '초등학교 입학 시'(자녀가 현재 초등학생인 워킹맘의 50.5%, 중고등학생 이상인 워킹맘의 39.8%)를 가장 많이 꼽았다.

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 영향과 대응 방향' 전략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교 정규 수업 시간은 연간 655시간이다. OECD 평균인 804시간을 크게 밑돈다.


아이를 낳는 선택이 인생의 고통이 되지 않도록

용혜인(가운데) 기본소득당 의원, 신보라(오른쪽)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13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용혜인(가운데) 기본소득당 의원, 신보라(오른쪽)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13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다시 국회법 개정안으로 돌아가 볼게요. 국회의원의 출산휴가 보장법, 아이동반법이 통과되면 우리 사회 전반의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을까요.

용= "임신, 출산, 돌봄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음 좋겠다고 생각해요. 제가 국회법 개정을 주장하는 과정이 곧 일하는 여성의 '스피커'로 기능하는 것이기도 한 것 같아요."

신= "국회에서의 변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가족친화적인 일터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알려졌음 하는 바람이에요.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같은 경우 육아휴직, 출산휴가를 못쓰는 경우가 많은데, 국회의 변화를 보면서 그런 기업들도 상황이 바뀌면 좋겠어요."

-앞으로 일, 돌봄 양립 문제와 관련한 활동 계획이 있으실까요.

신= "34개월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의 성장 과정과 함께하는 여러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저출생을 걱정하지만 관련 예산 대부분은 인력 충원이나 현금으로 지원하는 단순한 정책들이 많아요.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부모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식의 세심한 정책 설계는 잘 안 돼 있는 편이에요.

저출생 사회가 성장 동력으로서 굉장히 중요한 화두라면 돌봄도 국가의 문제로 치환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제가 대학원 박사과정 3학기 학생이기도 한데요, 그런 점에서 여성, 육아, 청년 정책에 집중해 연구해 보고 싶어요."

용= "정부가 저출생, 고령화 문제에 대한 여러 대책들을 내놨잖아요. 그런데 '청년이 결혼하지 않는 것이 문제고, 여성은 아이를 낳아야 돼'라고만 하는데, 아이를 낳고자 하는 사람들이 원한다면 아이를 낳을 수 있고, 그게 인생의 고통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 인구 대책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전환이 필요한 것 같아요."


윤주영 기자
박고은 PD
현유리 PD
이수연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