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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전략은 '윤석열 반면교사'... 입당은 스피드, 소통은 다이렉트

입력
2021.07.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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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입당 신청을 마친 최재형(왼쪽) 전 감사원장에게 당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입당 신청을 마친 최재형(왼쪽) 전 감사원장에게 당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지난달 28일 감사원장 사퇴 이후 17일 만이자, 정치 참여 의사를 밝힌 지 일주일 만에 쾌속으로 정치 한복판에 발을 딛은 것이다. 국민의힘과 애매한 관계를 설정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다르게 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행보다.

국민의힘은 평당원이 된 최 전 원장에게 ‘꽃가마’를 내어 주며 반겼다. 거물급 대선주자의 등장 자체가 희소식인 데다, 유권자들의 시선을 '당 밖'에서 '당 안'으로 끌어당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전 원장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콘텐츠'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그를 기다리는 건 '꽃가마 조기 하차'가 될 것이다.

◇이준석 만나고 30분 만에 '결단'... QR코드 즉석 입당

최 전 원장의 결단엔 거침이 없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이준석 대표와 환담한 뒤 30분 만에 입당을 결정했다. 최 전 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온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인 정권 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입당 절차도 속전속결이었다. 입당 환영식에서 이 대표가 '모바일 당원 가입과 문서 가입'이라는 선택지를 제시하자, 최 전 원장은 “모바일로 한번 해보겠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QR코드가 새겨진 명함을 건넸고, 최 전 원장은 스마트폰으로 즉석에서 입당을 마쳤다. 김기현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들은 기립 박수를 쳤다.

◇결정은 빨리, 소통은 직접.... '윤석열 반면교사' 전략

최 전 원장의 속도감 있는 행보엔 지난달 대선 출마선언 이후 2주 넘게 갈팡질팡 중인 윤 전 총장을 반면교사 삼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①최 전 원장은 ‘국민의힘과의 교감→접촉→결단’에 걸린 시간을 극도로 단축했다. ‘간 보기 정치’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 '감사원장의 정치 직행'이라는 비판을 감수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선언 전엔 국민의힘 의원들을 접촉하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고, '입당을 안 할 건 아닌데 지금은 아니다'라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②최 전 원장은 앞으로 ‘사이다 화법’을 구사할 것이라고 한다. 공보팀 기능은 강화하되, 정치·정책 현안에 대해 본인 입으로 입장을 밝힐 기회를 많이 만들 예정이다. 최 전 원장 측 관계자는 “언론·국민과 자유롭게 소통하자는 것이 최 전 원장의 생각”이라고 했다. 측근을 통해 메시지를 내는 윤 전 총장의 ‘전언 정치’와 구분 짓기 위한 것이다.

③최 전 원장은 대선 출마선언문을 직접 쓰고 있다. 대선 출마 메시지도 윤 전 총장과 결을 달리할 가능성이 크다. 윤 전 총장이 ‘반(反) 문재인' 표심의 '분노'를 자극했다면, 최 전 원장은 ‘통합’ ‘치유’ ‘공존’ '희망'에 좀 더 방점을 찍을 것으로 알려진다. 최 전 원장은 15일 “새로운 변화와 공존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말했다. 12일 대전현충원에서도 '소외된 분들에게 빛을 비추는 정치'를 언급했다.

◇감사원장 대권 직행 '오점'... '역량' 입증 과제

최 전 원장 앞에 '꽃길'이 깔린 건 아니다. 감사원장에서 도중하차해 대권을 잡기 위해 야당과 손잡았다는 비판을 우선 극복해야 한다. 감사원의 정치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오점은 두고두고 그를 따라다닐 것이다.

최 전 원장의 경력은 '판사 30여 년·감사원장 4년'으로 요약된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될 만한 역량과 비전이 있는지는 전혀 검증된 바 없다. 최근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최 전 원장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아직은 그를 '확실한 대안'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조기에 '실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국민의힘도 이내 얼굴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김현빈 기자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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