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와 환유

입력
2021.07.16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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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와 환유는 말의 꾸밈을 풍부하게 하는 언어적 장식물 정도로 여겨져 왔다. 이러한 인식을 바꾼 사람이 미국의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이다. 레이코프는 사람들이 사물과 사태를 인식하고 개념화하는 방식이 본질적으로 은유적이라고 보았다. 은유는 하나의 사물을 다른 사물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경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간을 낭비하다, 시간을 투자하다, 시간을 절약하다, 시간을 빼앗기다, 시간을 아껴 쓰다”와 같은 표현에서 시간은 돈에 비유된다. 이는 시간이 정확한 양으로 측정되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시간을 소비하거나 낭비하거나 또는 투자하거나 할 수 있는 돈과 자원으로 이해하고 경험한다는 의미이다.

은유가 두 사물의 유사성에 기반하여 작동하는 비유라면 환유는 두 대상의 인접성을 바탕으로 발생하는 비유이다. 일상적인 언어 사용에서 은유 못지않게 환유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나에게 빵을 달라, 머리를 자르다, 지하철 파업이 시작되다” 등은 모두 환유 표현이다. 빵은 부분으로 전체(음식)를 지시하는 환유이다. 반대로 머리를 자르다에서 머리는 머리카락을 가리키므로 전체로 일부분을 지시하는 환유이다. 지하철 파업은 하나의 대상을 위치적으로 인접한 다른 대상으로 지시하는 환유이다. 지하철이 파업을 하는 노조원 혹은 소속 구성원을 지시한다.

은유와 환유는 의미 변화를 이끄는 주요 기제이기도 한다. ‘읽다’는 글자를 읽다, 책을 읽다와 같은 기본 의미에서 감정을 읽다, 마음을 읽다처럼 읽는 대상이 확장되고 의미도 넓어졌다. 글자를 보고 의미를 해독하는 행위와 감정이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하는 행위가 유사한 데 기반한 은유적 확장이다.

남미정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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