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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실험이나 재미가 아니다… 메타버스로 사업하는 기업들

입력
2021.07.19 04:30
수정
2021.07.19 08:5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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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익숙한 MZ세대서부터 메타버스 인기
코로나19로 대면 어려워지자 기업들도 뛰어들어
사무실 없애고 가상공간에서 협업
"메타버스, 우리의 삶 일부 될 것"

직방 직원들이 메타버스 사무실인 '메타폴리스'에서 근무하고 있다. 직방 제공

직방 직원들이 메타버스 사무실인 '메타폴리스'에서 근무하고 있다. 직방 제공

부동산 스타트업인 직방은 최근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운영했던 사무실을 3차원(3D)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로 이사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전 사원의 원격근무 전환을 위한 조치였다. 회사에선 이전 사옥과 동일한 구조의 35층 건물을 가상공간인 '메타폴리스'에 구현했다. 건물 4층에 자리한 사무실엔 팀별 자리에, 회의실까지 마련됐다. 3D 아바타로 구현된 직원들은 각자 자리에서 평소처럼 근무하고, 다른 직원에게 다가가면 자동으로 화상 채팅을 할 수 있다. 마치 오프라인 공간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팀원들과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셈이다. 여선웅 직방 부사장은 "일반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면 자기에게 떨어진 과제만 수행하는 반면 메타버스 근무는 온라인이지만 직원들이 한공간에 모여서 근무하는 만큼 효율적"이라며 "직원들도 출퇴근 시간을 아끼다보니 근무에 더욱 집중할수가 있어 오히려 대면 근무보다도 업무 성과가 좋다"고 말했다.

메타버스에 올라탄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단순히 MZ세대(1980년대 초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2000년대 초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말)들의 놀이터로만 알려진 메타버스가 코로나19 이후 생활 전반을 바꿀 차세대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비대면이 일상으로 자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가상세계에서의 주도권을 잃을 경우, 자칫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느끼고 있다.

MZ세대들이 푹 빠진 '로블록스', '제페토'…"몰입도 높고 이용시간 길어"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1992년 미국의 공상과학 소설가 닐 스티븐슨이 '스노 캐시'라는 소설에서 처음 사용했다. 최근 들어 미국의 메타버스 관련 서비스인 로블록스의 인기에 힘입어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메타버스 서비스가 기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과 다른 점은 3D 기반의 가상공간에서도 현실처럼 사회나 문화, 경제활동 구현까지 가능하다는 데 있다. 그만큼 서비스에 대한 몰입도가 높다.

예컨대 로블록스에서도 또 다른 '나'의 상징인 3D 아바타가 직접 게임이나 콘텐츠를 제작하고 판매도 할 수 있다.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 플랫폼으로 떠오른 로블록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는 1억5,000만 명 이상이다. 이용자 일평균 이용시간은 2시간 36분으로, SNS인 틱톡(58분)이나 유튜브(54분)를 압도한다. 비즈니스 모델도 구축된 상태다. 실제 지난해에만 로블록스 내에서 게임 등을 만들고 판매한 개발자만 127만 명으로 이들의 평균 수익은 1만 달러에 달했다.

시장성도 확인됐다. 지난해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Z가 만든 '제페토'에 열렸던 국내 걸그룹 블랙핑크의 가상 사인회엔 5,000만 명 이상이 몰리면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입자만 2억 명 이상을 확보한 제페토엔 구찌와 크리스찬 디올 등 명품 브랜드들 상품 출시도 잇따랐다.


현대차 직원들이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하고 메타버스 공간에서 협업하고 있는 모습. 현대차 제공

현대차 직원들이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하고 메타버스 공간에서 협업하고 있는 모습. 현대차 제공


대면 활동 제한되자 기업들, 메타버스 가능성에 주목

이렇게 대세로 부각된 메타버스의 인기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과 무관치 않다.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에 제약이 빚어지면서 모아진 관심이 자연스럽게 메타버스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때마침 활성화된 가상현실(VR)·컴퓨터 그래픽 기술과 5G(5세대) 통신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렇게 잠재성장성이 감지된 메타버스 시장엔 기업들의 이목도 쏠렸다. 현대차·기아는 메타버스를 디자인과 설계 등 차량 개발 업무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덕분에 최근까지 신차 디자인 품평회를 위해 전 세계에 흩어진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한곳에 모여야만 했던 불편함도 사라졌다. 2019년 현대차·기아가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도입하면서 디자이너들은 VR 헤드셋을 쓰고 각국 사무실에서 가상회의에 참석만 해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의 VR 개발 공간에 접속만 하면 신차 모형을 실물처럼 볼 수 있고, 다른 지역의 동료들과 자유롭게 의견도 교환할 수 있다. 종전처럼 디자인 품평회를 위해 최대 대당 1억 원 상당의 모형 디자인 차량 제작의 필요성도 없어진 셈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실물 시제작 자동차를 이용했을 때보다 오류 검증 등이 용이해 자동차의 완성도를 높이는 시간이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는 대면 활동의 대체용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신입사원 교육을 진행했다. 약 200명의 신입사원들은 아바타를 통해 메타버스 교육장에 참석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교육 후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신입사원의 91%는 메타버스 방식이 동기들과의 소통에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메타버스 신입사원 교육 기획에 참여한 서민우 LG디스플레이 선임은 "보통 비대면 행사가 일방향적인 것과 달리 화상을 기반으로 서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동기들 간의 친밀감을 높여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고려대와 함께 메타버스 기반의 캠퍼스까지 조성한다. 온라인 강의만 들어왔던 학생들은 메타버스 공간에서 동아리 활동과 팀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다.

"메타버스, 한때 열풍으로 끝나지 않을 것"

전문가들은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메타버스의 열풍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지난해 957억 달러(약 110조 원)이던 메타버스 관련 시장 규모가 2030년엔 1조5429억 달러(약 1,77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미 많은 기술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며 "디지털은 결국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광범위하게 일상을 뒤덮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메타버스도 삶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하늘 기자
류종은 기자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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