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슈퍼밴드2 여성 연주자들

입력
2021.07.15 22:00
27면
JTBC '슈퍼밴드 2' 영상 캡처

JTBC '슈퍼밴드 2' 영상 캡처


"아 이거다! 진짜 좋다." 티비를 보다가 나는 어느 한 장면에서 눈이 번쩍 뜨였다. 우연히 본 '슈퍼밴드 2'에서 여성 연주자들이 무아지경으로 자신들의 연주를 즐기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해방감을 느끼고 세상이 변하는 것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2019년 방영되었던 '슈퍼밴드 1'의 기획 의도는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오디션 지원 자격을 남성으로 한정하고 있었기에 나는 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다. 음악적 역량을 가진 참가자들이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데에 대체 성별이 어떤 타당한 근거로 자격 제한 요소가 될 수 있는지를 나는 조금도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히 보게 된 여성 연주자들의 실력과 모습에 나는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들의 실력은 지금까지 밴드 음악에서 드럼이나 일렉 기타가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온 역사를 단숨에 이상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내 기억 속에는 파워풀한 연주를 보여주는 여성 일렉 기타리스트가 많지 않다. 물론 훌륭한 여성 뮤지션들은 역사상 존재해 왔으나, 밴드에서 여성의 역할은 보컬이나 키보드 등에 한정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슈퍼밴드 2'의 이 젊은 여성 연주자들은 이 전형을 아주 박살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그들의 표정과 태도였다. 이 연주자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연주에만 집중하고 자신의 음악을 마음껏 즐기고 있을 뿐, 다른 누구의 시선도 개의치 않는 듯했다. 드럼을 치며 배시시 웃거나 자기 흥에 겨워 노래를 따라 부르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머리를 흔들며 헤비 메탈을 연주하다가 기타를 주먹으로 때리고 총을 쏘는 모습으로 기타를 휘둘렀다. 그들은 자신들이 욕망과 음악에 몸을 맡기고 표현하고 움직였다. 그 순간 이들의 무엇이 나를 사로잡았는지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티비에 나오는 여성들은 그들이 연예인이건, 아나운서이건 혹은 정치인이건 간에 대상화의 시선을 피해갈 수 없었다. 어떤 방식으로건 여성은 대상화하는 시선 아래 놓였고, 그 시선은 여성들에게 내면화되어 왔었다.

하지만 무아지경이 되어버린 이 연주자들에게 그런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들은 자신의 음악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고 그 욕망의 주체가 되어 자유롭게 자신의 연주를 즐기는 존재일 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그저 악기를 연주할 뿐이었지만, 사실 이 앳된 여성 연주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욕망의 주체가 되어 즐기는 모습은 기분 좋게 낯설고 새로웠으며, 나아가 지금까지 여성에게 가해지던 사회적 시선, 성적 대상화의 시선 등을 순식간에 무화시켜버리며,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해방의 순간을 펼쳐 보였다. 부러웠고 희망이 피어올랐다.

아, 그래서 '슈퍼밴드 1'에서 여성 지원자를 배제한 것이었을까? 지금까지 여성의 역할과 능력을 제한하고 여성들이 자신의 쾌락을 추구하지 못하게 한 불합리한 문화를 기타와 드럼스틱을 쥔, 제멋대로 웃는 여성들의 환희에 깨어져 나갈 현실을 기득권층은 감당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세상의 변화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이미 '슈퍼밴드 2'의 여성 지원자들은 세상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고, 나아가 그 변화를 이끌고 있으니까.

이 변화로 가능해질 더 자유롭고 평등한, 무아지경의 쾌감으로 채워지는 다양한 무대와 음악을 기대해 본다.



이지영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BTS예술혁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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