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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예약 5331분21초 뒤에 가능합니다" ... 50대 모더나 예약 사이트 또 '먹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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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은평구에 사는 이모(25)씨는 57세 어머니의 모더나 백신 예약을 위해 이날 저녁 일정을 취소하고 일찌감치 귀가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그리고 실시간 본인인증을 위한 어머니, 마지막으로 이씨의 손가락까지 만반의 준비를 마쳤지만, 백신 예약 사이트는 예정된 8시를 28분 지나서야 겨우 '접속 대기'로 바뀌었다. 접속까지 예상 시간은 무려 5331분 21초. 나흘이 지나야 접속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안내 문구만 나왔다.
"나 백신 맞을 수 있을까"라는 어머니의 혼잣말에 이씨는 애꿎은 책상만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그는 "집에서 인터넷이 가장 빠른 자리에 노트북을 옮겨 두고 초시계를 켜둔 뒤 기다렸는데 사이트에 접속조차 할 수 없다"라며 "오늘 예약을 성공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우려한대로 만 55~59세 대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약 접속 대란은 실제 벌어졌다. 지난 12일 모더나 백신 보유 물량 부족으로 '조기 마감'을 겪은 대상자와 예약 대리인들이 이번에도 물량이 모자랄까봐 예약 시작과 동시에 몰린 것이다.
이날 8시가 되자마자 예약 시스템은 트래픽(접속량) 폭증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은 네트워크 문제라고 진단했다. 예약 재개 후 약 1시간이 지난 뒤 추진단은 "사전예약 개통 직후 서버 구간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사례가 발생해 현재 서버 재기동을 완료하고 네트워크를 안정화하는 중"이라며 "예약도 조금씩 완료되고 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지난 12일 먹통 사태에 대해서도 추진단은 서버보다는 네트워크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우진 추진단 시스템관리팀장은 "서버는 처리량을 분산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조정 중이고, 장비도 보강해 운영하고 있다"며 "특정 시점에 초 단위로 수십만 건이 몰리는 처리를 하려면 현재의 네트워크 장비들로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꺼번에 쏠리는 예약을 네트워크가 동시에 소화하기 어렵다 보니 대기자 명단을 모아두고 조금씩 예약 시스템으로 보내야 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예약이 재개됐으니 접속자가 몰리면서 또 다시 먹통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추진단은 접속자가 몰리면 이날도 12일처럼 많은 이들이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거라는 점을 알고서도 확실한 개선책 없이 예약을 재개한 것이다.
정 팀장은 "예약 시작 즉시 접속하기보다 여유로운 시간대에 접속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접종을 희망하는 국민이 많은 데다 확보된 백신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 이미 알려진 마당에 '여유롭게' 예약하라는 안내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물은 목 마른 사람이 파는 법, 온라인에는 조금이라도 백신 예약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성공 팁'마저 떠돈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서툰 부모를 대신해 온라인 예약을 하는 자녀들끼리 만들고 공유하는 '백신 효도 성공 후기'다. "대리 예약보다 본인 예약이 간편하다", "본인 인증은 아이핀이 제일 빠르더라", "사전예약 시스템에 미리 접속해 있어야 한다", "컴퓨터로 할 경우 팝업 해제를 미리 해둬야 한다" 같은 정보들이다. 30대 직장인 전모씨는 "어머니가 백신 예약을 도와달라고 하셔서 수차례 시도 끝에 겨우 성공했다"며 "엄마 친구는 성공했다길래 백신 효도에 질 수 없어 끈기를 갖고 시도했다"고 말했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50대 초반 예약자들의 경우, 예약이 일시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연령별로 예약 가능 시간을 나눴다. 53∼54세(1967∼1968년 출생자)는 19일 오후 8시부터, 50∼52세(1969∼1971년 출생자)는 하루 뒤인 20일 오후 8시부터 시작된다. 50대 초반 성인들은 디지털기기를 다루는 데는 상대적으로 익숙한 편이지만, '광클 전쟁'을 겪어본 경험은 적어 불안해하긴 매한가지다.
50대들은 예약 자체보다 모더나 백신 물량 공급을 더 걱정했다. 정은경 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이 이날 "3분기 모더나 백신 물량은 50대 연령층이 1·2차 접종을 모두 받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 시기는 여전히 모호해서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사는 강정원(52)씨는 "우리 세대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있어서 코로나19 감염 걱정을 하면서도 고령자 우선 원칙 때문에 접종이 뒤로 밀린 채 몇 달을 기다리고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접종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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