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9160원 결정에 편의점들 "'무인화' 고려"

입력
2021.07.14 19:30
수정
2021.07.14 19:3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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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오른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됐다.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회의 중 한 관계자가 9,160원을 가리키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오른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됐다.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회의 중 한 관계자가 9,160원을 가리키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대학가라 심야 영업을 할 수밖에 없어요. 매출 30%가 심야 영업에서 나와요. 그런데 이제는 무인으로 돌려야 할 것 같아요. 손님 대부분이 학생들이니 기계도 잘 다룰 거고...”

서울 성북구 편의점 점주 A씨

내년도 최저임금이 9,160원으로 결정되면서 편의점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었는데, 올해보다 최저임금이 평균 5.1% 오르며 인건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 고용 인원을 줄이며 무인점포를 늘리는 편의점 등 소매유통업체의 ‘무인화’ 추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국의 편의점 점주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시간당 440원 올랐지만 주휴수당을 감안하면 아르바이트생에게 지급해야 하는 실질 최저임금은 1만원이 넘는다는 게 편의점 점주들의 설명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오른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되자 편의점주들은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13일 서울 송파구 한 무인 편의점에서 소비자가 셀프계산대를 이용하는 모습.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오른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되자 편의점주들은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13일 서울 송파구 한 무인 편의점에서 소비자가 셀프계산대를 이용하는 모습. 연합뉴스

소매유통업계는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대면 판매해야 수익이 올라간다’는 경향이 짙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자 ‘비대면’ 하이브리드 점포를 택하겠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고 싶어도 줄 수 없으니 방법은 그것뿐"이라는 것이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도 전날 성명을 통해 "그간 점주들이 근무시간을 늘리면서 인건비를 줄였지만 인상된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내년부터는 그렇게 하더라도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대형마트의 3분의 2 정도가 무인 계산대를 운영하고 있어, 무인 계산대 사용에 대한 소비자의 부담감이 줄어든 상태”라며 “매장 설치비용도 본사에서 부담하니 앞으로 도심에서도 자정부터는 무인화하는 매장이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셀프 계산대, 자동 잠금 장치, 보안 시스템 등 무인화 매장 구축비용이 보다 경제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 편의점들은 심야 영업(0~6시)을 줄여 나가는 추세다. 편의점 업계 3사에 따르면, 매장 5곳 중 1곳이 심야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365일·24시간’이 편의점 운영 기조지만 비용 대비 수익이 크게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하이브리드형 무인 매장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서비스업 특성상 완전 무인화가 어려우니 인건비 부담이 큰 심야시간만 무인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GS25의 무인 점포는 △2019년 16곳 △2020년 181곳 △올해 상반기 430곳으로 급증했다. CU도 △2019년 90개 △2020년 200개 △올해 상반기 280개로 늘었다. 세븐일레븐도 △2019년 17개 △2020년 46개 △올해 상반기 130여 개를 ‘하이브리드’ 무인 매장으로 운영 중이다.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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