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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성별을 위한 영양제...먹을까, 말까

입력
2021.07.17 05:30
13면

편집자주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가 격주 토요일 <한국일보> 에 찾아옵니다. ‘여행하는 과학쌤’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인 이은경 고양일고 교사가 쉽고 재미있게 전해드립니다.

현대인들은 건강에 대한 불안감에 매일 몸에 좋다는 다양한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 게티이미지뱅크

현대인들은 건강에 대한 불안감에 매일 몸에 좋다는 다양한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 게티이미지뱅크

"같이 먹자"는 제안에 그 친구는 고개를 저었다. "안 될걸. 남자는 먹지 말래."

스무 살 생일에 남자친구에게 받은 영양제는 꽤 귀여운 선물이었지만 놀기 바쁜 대학생이 꼬박꼬박 챙겨 먹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20대 여성을 위한 제품이라기에 혼자서만 품고 있다가 통 안에 가득 남은 오래된 알약들을 모두 버린 후 다시는 영양제를 사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만성피로에 찌든 직장인이 된 후 한번은 미국에 사는 친구가 젤리형 영양제를 추천해줬다. 입이 심심할 때 군것질하듯 씹어 먹을 수 있어서 꾸준히 먹게 된다는 조언을 덧붙여서.

국내에서 판매하는 젤리형 영양제는 대부분 어린이용이라 구입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어린이용 제품을 먹으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성인의 권장 섭취량을 채울 수 없기 때문에 해외 사이트에서 젤리형 종합 영양제를 검색했다. 특별한 기능 개선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일반적인 종합 영양제에는 나이나 성별과 무관하게 비타민, 아연, 아이오딘 정도가 공통적으로 들어 있었다. 그 외에 엽산, 비오틴, 나이아신 등이 성분표에 별도로 적혀 있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들은 사실 비타민B의 일종이다. 비타민은 다소 복잡한 형태를 가진 화합물이고 아연과 아이오딘은 단일 원소다.

아연은 생명체 내의 다양한 효소 활동을 보조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단백질의 접힌 부분에서 '아연 집게'라 불리는 안정된 구조를 만들기도 한다. 유전자를 조절하는 단백질들에 이러한 구조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광범위한 생명 활동에 아연이 필수적이다. 재미있는 것은 영양제가 대상으로 하는 성별에 따라 아연의 양이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아연을 섭취했을 때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던 까닭인지 여성용 젤리형 영양제에 포함된 아연은 권장 섭취량의 15~30%가량이지만 남성용 젤리형 영양제에는 권장 섭취량의 50%에 달하는 아연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다.

대신 여성용 영양제에는 비타민D가 많이 들어 있는 편이다.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D 중 일부는 음식을 통해서도 섭취 가능하고 피부 세포에 있는 전구물질이 자외선을 받아 비타민 D로 전환될 수도 있다. 음식을 통해 얻거나 자외선에 의해 합성된 비타민D는 모두 불활성 형태로, 간과 신장에서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활성화된다. 활성 형태의 비타민D는 소장에서 칼슘을 흡수하는 작용에 관여한다. 자외선이 포함된 햇빛을 충분히 쬔다면 우리 몸에 필요한 양의 비타민D를 문제없이 얻을 수 있지만 자외선에 의해 발병하는 피부암 또한 심각한 문제라 마냥 일광욕을 즐길 수만은 없다. 더욱이 여성들은 자외선 차단 크림까지 꼼꼼히 챙겨 바르는 편이니 대부분의 여성용 영양제에는 하루 권장 섭취량의 두 배에 달하는 비타민D가 들어 있다.

이쯤이면 여성용 영양제를 남자친구와 함께 먹어도 됐을지에 대한 답을 찾은 듯하다. 성분표를 꼼꼼히 살펴 남녀 모두에게 필요한 영양소만을 담은 일반적인 종합 영양제임을 확인했다면 다른 성별을 위한 제품을 먹어도 부작용은 없다. 깨끗하고 하얀 피부를 꿈꾸며 자외선 차단제를 애용하는 남성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물론 자신의 상태에 맞는 영양소를 골라서 챙겨 먹는다면 더 좋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상시의 균형 잡힌 식습관과 생활 습관임을 모두가 알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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