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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갑질, 모멸감 줘서 군기 잡는 전형적 노동자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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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이 시사하는 바는 참혹하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필수 노동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얼마나 위험하게 일을 해왔는지, 그런데도 항변 못할 만큼 얼마나 취약한지, 그들의 노동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또 왜 이렇게 비인간적인지. 지하철 청소노동자와 초·중·고교 청소노동자를 면접조사한 김영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계층 격차가 심화하면서 차별을 당연시한다"며 "내가 향유하는 삶이 누구의 노동의 산물인지를 늘 기억하는 것이 시민의 도덕이고 의무"라고 말한다. 13일 그를 만나 서울대 사건과 대응, 코로나 시대 청소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물었다.
-코로나 이후 청소노동자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나.
“지하철 청소노동자를 면접조사하면서 충격적이었던 건 평소에도 대합실에 싸놓은 분변, 토사물, 버려진 소변까지 치워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감염 공포까지 떠안는다. 마스크, 토사물, 가래 등이 모두 오염원이다. 노동강도도 크게 높아졌다. 평소 한 번 닦던 것을 하루 네 번씩 소독약 묻혀 닦고, 더운 여름에 마스크를 쓰고 일해야 한다. 조사한 청소노동자의 96.5%가 ‘내 일이 감염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했고 84.4%가 ‘일이 힘들어졌다’고 답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사망도 과로사로 보인다. 급성 심근경색이 대표적인 과로사 질병인 데다 마스크를 쓴 채 무거운 쓰레기를 들고 움직인 게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서울대 학생 수가 절대적으로 많지만 코로나로 기숙사에 머무는 학생이 더 많을 것이다. 배달음식도 많았을 텐데 음식물 쓰레기가 포함되면 훨씬 무거워진다. 이사할 때나 쓰는 100리터짜리 봉투를, 찢어질까 봐 끌지도 못하고 들어서 4층에서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고용주나 용역업체 관리자가 일반적으로 노무관리를 전혀 안 한다. 애초부터 근무조건이나 노동강도를 파악하지도 않지만 한 번 닦던 것을 네 번으로 늘리면 얼마나 숨가쁘게 일해야 하는지, 노동자에게 얼마나 무리가 갈지 생각이 없다. ‘힘들겠지만 어쩔 수 없지’가 아니라 생각 자체가 없다. 소독액 희석방법도 알려주지 않아 진하게 써야 건강에 좋은 줄 알았다는 노동자도 있고, 강하게 쐐서 쓰러졌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한다. 일하다 감염된 사례가 나왔지만 달라진 건 휴게실에서 각자 다른 방향을 향해 밥 먹으라는 게 전부였다. 좁은 휴게실에서 2m 거리 두기는 당연히 어렵다. 깐깐하게 수칙을 다 지키고도 감염된 한 노동자는 이후 출근하는 오전 4시 반부터 집에 도착하는 오후 4시 반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일한다.”
“코로나 때문에 하루 한 번만 닦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네 번을 닦아요. (중략) 그렇게 지시가 내려와서…. 에스컬레이터하고 엘레베이터 손잡이하고. 여하튼 코로나 때문에 일이 배로 많아졌어요.”
“상대방을 예방만 해주는 거지 우리 스스로가 보호받는 건 전혀 없는 거죠. (중략) 손님들 안전하게 해야 되니 소독하고 약품 하고 뿌리고 하루에 몇 번 청소해라 이것만 돌아온 거였죠. 그러다 보니 불만이, 마스크도 안 주고 무슨 소독을 하라고 하냐, 우리는 사람 아니냐 이런 식으로 좀 많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공사한테 (항의)하니까 우리는 직원이 아니라서 못 준다, 너거는 용역업체한테 달라고 해라 이렇게 된 거죠.”
“큰 역이다 보니까 술을 먹고 소변을, 대낮에 역사에 보고 갈 때 진짜 그게 힘들었습니다. 그러면 저희들이 따라가면서 마포를 들고 치웁니다. 오줌 싼 거를.”
“대합실에다가 똥도 누고 가고 그래요. CCTV 없는 데.”
“쓰레기통이 제일 취약합니다. 가래침 뱉죠, 거기에 토사물 있죠. 그게 취약하고 그거 치울 때가 제일 힘들고 토사물 해놨을 때는 대소변보다도 더 힘들어요. (중략) 월요일에 우리가 출근하면 전신에 토사물이에요.”
“코로나 후에 미화원실은 어떻게 분리를 해주냐고 물어보던데 우리는 전~혀 그런 거 없습니다. 분리가 전혀 안 돼 있고 정말로 방 요만한 데 3명, 4명, 환승역은 한 조가 6명, 5명 되는 데도 많거든요. (중략) 방 요만한 데 그냥 같이 다 있어요. 분리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먹는 것도 따로 먹을 수 없고. 거기서 밥해서 같이 먹어야 되는 입장이고.”
-김영 교수 논문 '복합적 차별과 코로나19 감염위험' (2021년 6월 <도시연구> 제19호) 중 발췌
-공립학교 청소노동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후 노동환경이 개선됐나.
“교육공무직으로 전환된 초중고교 청소노동자들은 잘릴지 모른다는 공포는 없어졌지만 처우는 같다. 오히려 이들의 노동조건이 일부 남아있는 용역 청소노동자보다 나쁘다. 탁상행정 때문이다. 교육청이 정한 원칙은 1교 1인 배치, 방학 중 비근무, 하루 6.5시간 노동이다. 하지만 용역 노동자는 한 학교에서 2명이 하루 7시간 일한다. 교육공무직 청소노동자는 둘이 할 일을 혼자 하는 셈이다. 한두 시간씩 일찍 출근하는 이유다. 방학 중 비근무라 해놓고 실제로는 청소할 일이 있으니 교장이 방학 동안 주 몇 회 나오라고 한다. 그것도 방학 직전에 알려줘 일자리와 임금을 예측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 탁상행정을 바로잡을 만큼의 관심이 누구에게도 없다. 한 학교에 한 명뿐인 학교 청소노동자는 철저히 고립돼 노동조건을 비교하기도,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대학은 그나마 많이 모여 있어 노조도 있는 것이다.”
-서울대 사건이 공분을 일으킨 또 다른 문제는 학교 안전관리팀장의 갑질이었다. 청소와 무관한 필기시험, 점수 공개, 드레스코드가 왜 필요한가.
“2007년 장기간 싸웠던 뉴코아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사했을 때 회사에서 몸에 딱 붙는 블라우스를 입도록 해 물건을 들어올리고 내릴 때 찢어질까 봐 너무 힘들었다고 하더라. 더 속상한 이야기는, 회사가 아이섀도 브라운, 립스틱 빨강으로 화장 색깔까지 지정하는데 어느 날 분홍 립스틱을 바르고 가니 반장이 로커룸으로 데리고 가서 빨간 립스틱으로 그려줬다는 거다. 듣고 있던 내가 모욕감이 들어 울컥했었는데 서울대 이야기를 듣고 그게 떠올랐다. 멋지게 정장 입고 오라는 게 누구 눈에 멋진 건가. 부하직원들이 자기에게 예의를 갖추라는 것이고, 군기 잡힌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형적으로 노동자를 통제하는 수단이다.
고용주가 노동자를 통제하는 방식을 이론적으로 인격적 통제, 관료적 통제, 헤게모니적 통제로 구분한다. 헤게모니적 통제는 스스로 회사의 이념에 동의해 동참케 하는 것이다. 관료적 통제는 쉽게 말해 임금상승 규칙이다. 호봉 승급에는 인사고과가 따르게 돼 있고 이것이 굉장한 통제 수단이다. 하층 노동 시장일수록 임금상승규칙이 없고 최저임금 외엔 보상이 없다. 그러니 인격적 통제, 즉 갑질만 남는다. 일을 무리하게 시키느라 더 군기를 잡는다. 노동자에게 모멸감을 주어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죠’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서울대 구민교 학생처장이 팀장의 이런 갑질을 관리자로서 할 일을 한 것이라며 두둔하고 청소업무가 많지 않았다고 반박하거나 민주노총의 문제 제기에 모욕감을 느낀다고 한 것이 더 충격적인데.
“학생처장의 주장은 모두 말이 안 된다. 업무량이 많지 않았다고 주장하려면 장기간 업무 기록을 먼저 공개해야 한다. 안전관리팀장에게 인사권이 없다는 말은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사건을 다룰 때 늘 듣던 이야기라 화가 났다. 고용주나 임원이 ‘권한 없는 하급직 말을 왜 들었느냐’라는 말을 흔히 하는데, 청소노동자가 사장, 총장을 볼 일이 있나. 조직 위계에서 가장 밑에 있는 청소노동자는 바로 위에 있는 하급 관리자의 지시를 받고, 그가 상급 관리자에게 어떻게 보고하느냐에 따라 평가받는다. 제도적 인사권자가 따로 있지만 팀장이 실질적 인사권자다. ‘퇴근 복장 감사합니다’라는 청소노동자의 문자를 정말 고마워하는 걸로 해석한다면 권력이 뭔지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다.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행동하고 친절하게 대할 수밖에 없는 게 바로 권력이다.
도덕적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발언이고, 계산적으로도 역풍을 예상 못한 점에서 어리석은 발언이다.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교수라는 직업이 막 나가도 브레이크 걸어줄 사람이 없는 직업이라 그럴 것이다. 교수는 학생, 교직원에게 권력자로 존재하고 수업이나 학생지도 열심히 안 한다고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검열하고 성찰하는 기제가 없으면 이런 극단적 발언이 나온다.”
-서울대가 유족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는 것을 보면(서울대는 이날 유감을 표명하고 구 처장을 보직해임했다) 구 처장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이런 발언이 보직 교수 입에서 나온다는 게 첫째로 서울대 총장과 집행부가 이를 허용하는 사람들 아닌가, 둘째 인권센터 조사에 영향을 줄 의도가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서울대의 엘리트 의식도 작용했을 것이다. 학생처장이 안전관리팀장의 석사논문 지도 교수였고 직접 채용했다는 점에서 내 새끼라는 생각이 있는 듯하고 ‘훌륭한 서울대를 감히 우습게 봐’라는 태도가 엿보인다. 이때 진짜 서울대 명예를 지키는 길은, 책임 있는 사람이 나서서 ‘우리 학교에서 학생의 생활과 안전을 위해 일하시던 분에게 불행한 일이 일어나 죄송하다. 코로나 때문에 일이 많았을 수 있는데 충분히 살피지 못해 송구하다’고 밝히는 것이다. 어떻게 노조의 선동에 넘어갔다는 식으로 유족을 모욕할 수 있나. 서울대 안에 견제 세력이 없다는 게 문제다. 민교협(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 연구자 협의회)이 문제 제기를 했으나 서울대 내에 그 숫자가 적다. 이런 사건이 터져도 목소리 낼 사람이 없는 시대가 되는 것이 우려된다.”
-코로나로 격무에 시달리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는 많이 이슈화됐지만 비슷한 처지인 청소노동자 문제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듯하다.
“주로 여성들이 담당하는 노동은 흔히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한다. 청소노동과 돌봄노동이 그렇다. 사회 유지에 꼭 필요한 필수노동이고 코로나로 일은 힘들고 감염 위험은 매우 높은데 관심이 덜하다. 여자가 하는 노동을 폄하하고 금전적으로 보상을 안 하는 일반적 경향이 있다. 남성들이 주로 일하는 직종은 임금상승규칙이 있는 반면, 여성의 일로 통하는 청소·돌봄노동은 대체로 숙련도를 인정 안 해 근속수당도 없다. 독일에 가면 화장실 입구에서 청소노동자가 돈을 받는데, 혐오노동이라 부를 만큼 힘든 노동이라면 이처럼 돈을 많이 줘야 맞지 않나. 더욱이 스스로 밑바닥이라고 표현하는 청소노동자 안에서도 남녀 임금은 20%나 차이가 난다. 한국은 성별 임금 격차가 큰 나라인데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직종에서도 성별 격차가 있다. 성폭력 문화도 지배적이다. 용역업체 관리자가 ‘노래방에 있으니 나오라’고 전화해서 노동자가 ‘몸이 안 좋아 못 나가겠다’고 하니까 ‘내일부터 출근 안 해도 되겠네’라고 한 사례가 있다. 한 노동자는 남편이 죽었는데 말을 안 했다. 과부 된 사실이 알려지면 얼마나 성적 공격에 시달릴까 두려워 경조 휴가와 경조사비를 모두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런 중첩된 차별을 받는다. 그나마 서울대 청소노동자는 직접고용 상태이고 노조가 있는데도 갑질과 과로사를 막지 못했다. 주변부 노동시장의 노동자들이 얼마나 무권리 상태인지 드러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평소 잊고 지내지만 우리 삶을 지탱하는 데에 꼭 필요한 필수노동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공동체 일원으로서 우리는 어떤 고민을 해야 하나.
“청소노동자 죽음에 대한 서울대 대응이나 땅콩회항 같은 일이 왜 일어날까. 결국 계층 격차가 심화하면서 생기는 문제라고 본다. 격차가 커서 서로 소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면서 나는 명령하고 저들은 명령대로 움직이는 걸 당연시하는 게 아닐까. 사람을 차별하고 줄 세우는 것을, 승자독식을 당연시한다. 고득점자는 다 가져도 되고 저득점자는 짓밟혀도 괜찮다는 사고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민주화의 핵심은 먹고사는 것의 민주화다. 생존에 대한 불안 때문에 인간으로서 존엄을 싹 내다버리는 상황이어선 안 된다. 품위 있게 가난할 수 있으려면 극단으로 내몰리지 않아야 한다. 심화하는 불평등이 한국 사회를 죽이고 있다.
불평등을 당연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사에 한번씩 반응해 조금씩 좋아지게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내가 향유하는 삶이 누구의 노동의 산물인지를 생각해 보라. 노동이 있어 세상이 있다. 이를 생각하는 게 시민으로서의 도덕이고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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