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구설 도쿄올림픽... 유니폼 몰래 파는 자원봉사자들로 골머리

입력
2021.07.15 09:00
수정
2021.07.1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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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패럴림픽 자원봉사자들
경매·중고 사이트에 유니폼, 신발 등 재판매
조직위 "자원봉사 그만두면 지급품 반환해야"
선수촌 내 방역 시스템 허술 등 연이어 도마

일본 NHK 방송 영상 캡처

일본 NHK 방송 영상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이나 개최가 연기되고 대부분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등 가뜩이나 침체된 분위기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이 이번에는 자원 봉사자들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4일 일본 NHK 방송은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자원 봉사자에게 지급된 유니폼과 신발 등 지급품이 경매사이트나 중고품거래 플랫폼 등 온라인에서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에 참여하는 자원 봉사자들은 목 라인에 칼라가 붙어 일명 폴로셔츠라 불리는 '피케셔츠'와 함께 바지, 신발 등을 지급받았다. 하지만 이들 지급품들은 경매 사이트 야후 오크!, 중고품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메루카리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중 피케셔츠는 한 벌에 1만 엔(약 10만 원) 이상에 거래되거나, 신발을 포함한 '유니폼 세트'도 판매 목록에 나와 있었다. 심지어 조기 품절된 상품도 있다.

또 일부 물품 중에는 판매자가 '자원 봉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판매한다'고 판매 이유를 밝힌 경우도 있다.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개막을 보름 앞둔 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쓴 인부가 개·폐회식이 열릴 도쿄 국립경기장 인근 도로를 정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개막을 보름 앞둔 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쓴 인부가 개·폐회식이 열릴 도쿄 국립경기장 인근 도로를 정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올림픽 개막도 하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이래저래 체면을 구기게 됐다.

조직위원회 측은 자원 봉사자들이 무더기로 그만두는 상황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자원 봉사자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올림픽 개막이 미뤄지는 등 진통을 겪으면서 지난달 초까지 약 1만 명이 그만뒀다. 최근에는 올림픽 경기의 97%가 무관중으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더 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그만둘 것으로 보인다.

자원 봉사자는 그만둘 경우 유니품 등을 반납해야 한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자원 봉사자의 약관에는 지급품의 재판매 및 양도는 금지돼 있다. 제3자에게 주게 될 경우 범죄 등에 악용될 우려가 있어서다.

이 때문에 조직위원회 측은 "규정에 반하는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러한 행위를 중단하라고 호소하고 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그러자 야후오크!를 운영하는 야후 측은 조직위원회와 정보를 공유하면서 자원 봉사자의 지급품 판매 정황이 발견되는 즉시 삭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태가 커지자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까지 진화 작업에 나섰다. 그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조직위원회는 유니폼이 경매사이트 등에 판매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사이트 운영 회사에 물품 삭제를 의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가토 장관은 이어 "유니폼은 자원 봉사자에게 빌려준 것이므로 자원봉사를 그만둘 경우에는 되돌려줘야 한다"며 "조직위원회에서 계속해서 상황을 파악해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이은 구설로 '바람 잘 날 없는' 도쿄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 개막을 열흘 앞둔 13일 일본 도쿄 하루미 지역의 선수촌 전경.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선수촌 내 식당을 비롯한 공용 공간에 선수들의 동선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아 허술한 방역 관리로 도마에 올랐다. EPA 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개막을 열흘 앞둔 13일 일본 도쿄 하루미 지역의 선수촌 전경.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선수촌 내 식당을 비롯한 공용 공간에 선수들의 동선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아 허술한 방역 관리로 도마에 올랐다. EPA 연합뉴스

일본은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연이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세계 207개국 선수들이 머무는 선수촌 등에서의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허술해 집담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조직위원회 측은 선수촌 식당을 비롯한 공용 공간의 혼잡을 막기 위해 선수들의 동선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용자의 동선을 파악하는 데 흔히 활용되는 QR코드 등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경우 역학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집단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 보인다.

또한 얼마 전에는 도쿄의 한 호텔이 일본인과 외국인의 엘리베이터를 분리해 운영했다가 차별 논란이 일었다.

2020 도쿄올림픽 취재진이 12일 도쿄 분쿄구 미디어호텔 앞에서 편의점 이용 시간을 스톱워치를 이용해 체크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의 권고에 따라, 일본에 입국하는 외국 취재진은 3일간 호텔 내에서 자가격리를 해야 하며, 15분 이내로 인근 편의점 사용을 위한 외출만이 허용된다. 도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20 도쿄올림픽 취재진이 12일 도쿄 분쿄구 미디어호텔 앞에서 편의점 이용 시간을 스톱워치를 이용해 체크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의 권고에 따라, 일본에 입국하는 외국 취재진은 3일간 호텔 내에서 자가격리를 해야 하며, 15분 이내로 인근 편의점 사용을 위한 외출만이 허용된다. 도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 호텔은 9일 엘리베이터 4대 중 2대는 '일본인 전용', 나머지는 '외국인 전용'이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심지어 외국인과 일본인은 같은 엘리베이터에 타지 말라고 요청했다.

이를 테면 외국인 전용 엘리베이터에는 "이 엘리베이터는 외국인만 이용 가능하다"면서 "일본인은 동승하지 말아달라"는 안내문이 게시됐다. 이 같은 내용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미국 CNN,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하는 등 해외 곳곳에서 비난을 받았다.

그러자 호텔 측은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사과했다. 호텔 관계자는 "일반인과 올림픽 관계자의 동선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였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문제의 안내문도 철회하겠다고 했지만 차별 논란은 쉬 사그라들지 않았다.

앞서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올림픽 선수촌 내 식당에 후쿠시마에서 온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제공한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원전 사고로 방사성 물질 유출이 우려되는 지역의 식자재를 굳이 선수촌에 공급하겠다는 발상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방사능 오염 우려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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