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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학자' 최장집 만난 윤석열 "승자 독식은 자유민주주의 아니다"

입력
2021.07.1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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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 尹 면전서 '적폐 청산'에 대한 쓴소리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진보 성향의 정치학계 원로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윤 전 검찰총장은 이날 한국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윤석열 캠프 제공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진보 성향의 정치학계 원로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윤 전 검찰총장은 이날 한국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윤석열 캠프 제공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2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주제로 대담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진보성향의 정치학계 원로인 최 명예교수를 만난 것은 '반문(反文) 일변도'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외연 확장 시도로 풀이된다.

14일 윤 전 총장 측이 공개한 주요 발언록에 따르면, 최 명예교수는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 위기는 자유주의적 기반이 허약한 데서 비롯된다"며 윤 전 총장이 출마 선언문에서부터 강조해온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힘을 실었다. 다만 "자유주의를 '냉전 자유주의'와 구분시키며 현실에 뿌리내려야 한다"며 "반드시 다원주의를 동반해야 하며 노동·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크게 공감한다"며 "자유민주주의는 승자와 사회적 상층 집단을 위한 것이란 오해가 있다. 승자 독식은 절대로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유시장경제에 대해서도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선 기업이 공정한 경제 질서를 헝클어뜨리는 행위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도 했다.

최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대해 "이를 모토로 하는 과거 청산 방식은 한국 정치와 사회에 극단적 양극화를 불러들이고,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 분열을 초래함으로써 개혁의 프로젝트가 무엇을 지향하든 성과를 낼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한 윤 전 총장 면전에서 쓴소리를 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그런 상황이 정권 교체의 역사적 소명과 신념을 강화한다"고 답했다. 그는 "정권 교체를 하지 않으면 개악을 개혁이라 말하는 개혁꾼들, 독재·전제를 민주주의라 말하는 선동가들, 부패한 이권 카르텔이 지금보다 더욱 판치는 나라가 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개헌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 명예교수는 "대통령의 권력을 하향·분산시켜야 하는 점은 맞다. 하지만 정부 형태를 바꾸는 개헌 논의는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며 "현행 헌법의 틀 속에서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도 "헌법 틀 안에 있는 총리의 역할이 보장되면 내각의 결정권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집중화된 청와대 권한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동의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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