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에 묻혔던 스키아파렐리의 화려한 부활

입력
2021.07.14 22:00
27면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스키아파렐리 옷을 입은 레이디 가가. AFP 연합뉴스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스키아파렐리 옷을 입은 레이디 가가. AFP 연합뉴스


‘변화에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라고 생물학자였던 찰스 다윈이 말했다. 브랜드도 똑같다. 변화에 적응하고 진화하지 못하면 사라지게 된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패션계 케이스로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과 엘자 스키아파렐리(Elsa Schiaparelli)를 들 수 있다.

샤넬이 질투한 디자이너라는 꼬리표가 붙은 스키아파렐리는 샤넬과 똑같이 2차 세계대전 때문에 프랑스를 떠났다가 6,70대 나이에 다시 돌아와 패션 브랜드를 새로이 시작했다. 둘은 똑같이 혹평을 받았다. 샤넬은 혹평 속에서도 계속해서 디자인을 이어갔고 재기에 성공하게 된다. 스키아파렐리는 그 이후에 패션을 그만두고 책을 펴내기도 했지만, 대중에게 잊히게 되었고 그녀의 브랜드는 명맥이 끊기고 만다.

왜 샤넬은 되고 스키아파렐리는 안 된 것인가? 라고 한다면, 스키아파렐리의 패션은 독특하고 예술적이지만 입기 꺼려지는 아이템이 꽤 많았던 게 이유라면 이유였다. 하이힐을 뒤집어쓴 모양의 모자라든지 마주 보는 두 여인의 옆모습이 마치 화병 같아 보이는 자수가 놓인 상의가 그랬다.

이랬던 스키아파렐리가 21세기에 기업에 의해 다시 론칭되면서 패션계에서 예술, 자유, 개성을 표현하는 브랜드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실례로 레이디 가가가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노래를 부를 때 입었던 옷이 스키아파렐리였을 정도이다. 이토록 화려한 부활을 할 수 있었던 방법은 한자 속담과 사자성어로 정리할 수 있다.

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모른다(不知何雲終雨其云·부지하운종우기운)라는 속담이 있다. 스키아파렐리는 독창적인 아이디어 즉, 비를 품었을 가능성이 큰 구름이 많은 브랜드였다. 그 많은 구름 같은 과거의 디자인 중에 21세기에 폭우를 쏟아줄 구름은 바로 살바도르 달리와 함께했던 주얼리 컬렉션(진주 치아에 루비 입술을 한 브로치 등)이었다.

과거에는 마른 구름이었을지 모르나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타고 이를 재해석한 눈꺼풀을 본뜬 황금 선글라스, 폐를 형상화한 황금 목걸이 같은 독특한 아이템들은 스키아파렐리의 부활을 알리는 단비이자 고유한 디자인이 됐다. 브랜드를 부활시키고 싶다면 지금에 맞게 비가 올 만한 구름을 기상 예측해야 한다. 영화 제목을 비틀어 말하자면, 그땐 틀렸지만, 지금은 맞을 수 있으니 ‘내가 해봤는데~ 그거 안 되더라~’라는 관성을 버려야 한다. 시대에 따라 비를 내리는 구름은 달라진다.

하늘 밖에는 또 다른 하늘이 있다(天外有天·천외유천)라는 말이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도 있다. 혹평은 받은 스키아파렐리가 포기하지 않았다면 아마 우린 지금, 샤넬과 스키아파렐리를 럭셔리 브랜드의 양대 산맥쯤으로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평은 심장을 무딘 칼로 찌르는 것처럼 아프고, 계속해서 비판받는 것은 지옥을 걸어가는 기분일 것이다.

윈스턴 처칠은 "지옥을 지나고 있다면, 계속 가라"라고 했다. 무너졌다는 그 하늘이 시야에 들어오는 하늘 즉, 거대한 하늘의 극히 일부일 수 있다. 그러니 지옥의 하늘을 지나면 또 다른 하늘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절대로 변화가 안겨준 실패에 항복하지 말고 적응하길! 그것이 브랜드 부활의 정도(正道)이다.



박소현 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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