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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은 해악이다

입력
2021.07.14 20:00
25면

편집자주

'호크마 샬롬'은 히브리어로 '지혜여 안녕'이란 뜻입니다. 구약의 지혜문헌으로 불리는 잠언과 전도서, 욥기를 중심으로 성경에 담긴 삶의 보편적 가르침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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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의 계절이 왔다. 톱니바퀴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휴식은 꿀송이처럼 달고 가뭄철 단비 같다. 넉넉한 보너스라도 받았다면, 땀 흘려 일한 보람에 마음은 이미 하와이로 갔을 것이다. 그리고 쉴 때는 당당하게 게으름을 피울 수 있어 더 즐겁다.

사실 근면 성실을 십계명처럼 따르는 한국인들에게 게으름은 거의 ‘악’으로 여겨진다. 성서도 마찬가지다. 늘 부지런히 살아 온 바울은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며 게으름을 질타했다.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는 잠언도 게으름에 대하여 훈수를 둔다. 바울이 독설을 날렸다면 잠언은 유머를 더해 고약하다. “문짝이 돌쩌귀를 따라서 도는 것같이 게으른 자는 침상에서 도느니라.”(26:14) 상상하자니 우습다. 게으른 사람을 떠올려 보면, 문짝이 문설주에 붙어 움직이는 것처럼 침대에 몸이 붙어 뒹구는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3,000년 전이나 21세기에나 침대는 게으른 사람과 단짝이다.

침대는 잠을 자는 곳이고 게으름은 늘 잠과 연관되어 있다. “게으른 사람아, 언제까지 누워 있으려느냐? 언제 잠에서 깨어 일어나려느냐? ‘조금만 더 자야지, 조금만 더 눈을 붙여야지, 조금만 더 팔을 베고 누워 있어야지’ 하면, 네게 가난이 강도처럼 들이닥치고, 빈곤이 방패로 무장한 용사처럼 달려들 것이다.”(6:8-11) 물론 현대 사회 구조 안에 반드시 맞는 말은 아니다. 게을러도 금수저로 난 자는 안정적으로 살 수 있고, 바지런해도 물려받은 것이 없으면 2년마다 이사 다니느라 삶이 버겁다. 그러나 성서의 배경이 되던 원시 농경사회에서는 낮에 그 생산력을 끌어올려야 했기에 조금이라도 일찍 일어나 분주히 일하면 정직한 노동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또 하나 웃픈 이야기가 잠언에 나온다. “게으른 자는 그 부리는 사람에게 마치 이에 식초 같고 눈에 연기 같으니라.”(10:26) 알바생이 게으름만 피우면 월급 주는 사장은 쓰라리고 아프단다. 이가 아파 신경치료를 해본 분들은 잘 알 것이다. 시큰하게 아픈 순간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최루탄 연기에 눈이 따가워 봤던 분들도 잘 알 것이다. 월급 주는 사장에겐 직원의 게으름이 거의 고문 수준이다.

잠언은 게으름에 대하여 이렇게도 분석한다. 게으른 자들은 일 안 할 핑계를 잘 대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게으른 사람은 핑계 대기를 ‘바깥에 사자가 있다. 거리에 나가면 찢겨 죽는다’ 한다.”(22:13) 사자를 맞닥뜨릴 시도도 안 하고 누군가 처리해 주기만을 바라는 보신적 겁쟁이들이다. 이런 사람이 그저 자기 인생만 유유자적하게 살면 다행이다. 문제는 게으른데 욕심이 가득한 경우다. “게으른 자의 욕망이 자기를 죽이나니 이는 자기의 손으로 일하기를 싫어함이니라.”(21:25) 일하기는 싫은데 욕심이 많으면 자기만 죽는 것이 아닐 수도 있어 더 문제다. 자기 노력 없이 욕심을 채우려니 결국 남의 것이 훼손당한다.

게을러도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으려 한다면 다행이다. 게으르면서 남의 것까지 가로채려고 하는 파렴치는 그 욕망으로 자기 주변 사람들도 괴롭힐 것이니, 결국 다 같이 죽는 것이다. 잠언은 그런 자의 정신상태를 이렇게 분석한다. “게으른 자는 사리에 맞게 대답하는 사람 일곱보다 자기를 지혜롭게 여기느니라.”(26:16) 그야말로 최악이다. 종합해 보자면 욕심은 많은데 자기가 수고하기는 싫고, 이에 더하여 자기만 우월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주변의 사리에 맞는 사람 여럿을 괴롭힐 것이 분명하다.

선거철만 되면 우리는 사람 품평을 강요받는다. 감사하게도 인류의 지혜는 어느 정도 가이드 라인을 주었다. 자기 힘으로 일궈 놓지도 않은 것에 편승하면서 욕심은 부리고, 게다가 자기만 옳아 주변을 아우르지 못한 자는 우선 피하고 볼 일이다.

기민석 목사ㆍ침례신학대 구약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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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석목사ㆍ한국침례신학대 구약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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