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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오르락내리락…오비맥주 '고무줄 가격' 논란

입력
2021.07.14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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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 프레시·카스 라이트 등 출고가 잦은 변동
주류업계 "시장 교란"…도매상 "재고관리 어려워"
오비맥주 "다른 업체도 조정하는데…"

배하준 오비맥주 사장이 투명병에 담긴 '올 뉴 카스'를 소개하고 있다. 오비맥주 제공

배하준 오비맥주 사장이 투명병에 담긴 '올 뉴 카스'를 소개하고 있다. 오비맥주 제공

오비맥주가 '카스 프레시' 등 대표 상품의 출고가를 3년간 수차례 올렸다 내렸다 조정해 주류업계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주류가격신고제가 시행된 2019년부터 업체가 출고가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됐는데, 이때부터 인하와 인상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잦은 출고가 조정으로 주류 도소매상들은 재고관리가 어렵고 소비자 혼란이 가중된다고 지적한다. 반면 오비맥주는 "경쟁사보다 제품 종류가 많아 그렇게 비친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출고가 조정'의 이유는 점유율 지키기?

오비맥주 3년간 출고가 변동. 그래픽=강준구 기자

오비맥주 3년간 출고가 변동. 그래픽=강준구 기자

1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 4월 카스 프레시와 '카스 라이트' 330㎖ 병 출고가를 11.5원(845.97원→857.47원) 인상했다. 카스 라이트 330㎖는 지난해 8월 887.4원에서 845.97원으로 출고가를 낮췄는데 1년도 안 돼 다시 올린 것이다. 카스 프레시 500㎖병은 2019년에만 네 차례 출고가를 조정했다. 그해 4월 주요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56.22원(1,147원→1,203.22원) 인상했는데, 4개월 만에 특별할인 형태로 8월까지 한시적으로 출고가를 되돌려 놨다. 다음 달엔 같은 제품의 출고가를 원상복귀했다가 그해 10월 다시 1,147원으로 인하했다. '필굿' 500㎖ 캔도 2019년부터 지난 4월까지 세 차례 출고가가 변동됐다.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가 2019년 '테라' 출시 이후 맥주 시장점유율을 40%대로 끌어올리자 1위 오비맥주가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가격 조정'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의 점유율은 한때 60%를 넘었지만 지금은 40%대 후반으로 내려왔다.


출고가 조정, 법적 문제 없다지만…

오비맥주의 대표 상품 '카스'의 과거 광고 포스터 이미지. 오비맥주 제공

오비맥주의 대표 상품 '카스'의 과거 광고 포스터 이미지. 오비맥주 제공

오비맥주가 출고가를 조정하는데 법적인 문제는 없다. 2019년 주류가격명령제가 폐지되고 주류가격신고제로 전환되면서 업체가 자율적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빈번한 가격 조정으로 거래에 혼선이 생기고 시장질서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도소매상들은 빈번한 가격 조정으로 '밀어내기'와 '사재기' 현상이 반복되면서 재고관리와 자금운용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한 도매상 관계자는 "출고가를 인하한다고 하면 쌓여있는 재고를 빨리 소진해야 하고 가격이 다시 오른다고 하면 미리 저렴한 출고가에 물량을 확보해 놔야 한다"고 말했다.

출고가가 인하돼도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한정적이다. 음식점, 술집 등의 경우 출고가 조정에 따라 기존 가격을 변경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탓이다. 통상 제조사에서 유통 경로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몇 주가 걸려 수시로 바뀌는 출고가에 맞춰 가격을 조정하기도 어렵다.

오비맥주는 그동안 시장 환경 변화와 소비자 혜택 증대 취지에 따라 출고가를 조정해왔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지난 4월 카스 프레시와 카스 라이트 가격 인상은 "맥주에 붙는 주세 종량세가 1ℓ당 0.5% 인상된 것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또 2019년 반복된 가격 조정은 프로모션 행사로 한시적 할인이라고 해명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시장 환경에 맞춰 소비자에게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며 "다른 업체들도 출고가를 조정하는데 제품군이 다양해 유독 인상이 잦은 것으로 비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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