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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싱가포르처럼 우리도 중환자만 대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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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명률도 떨어졌다는데 확진자가 늘어났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바짝 죌 필요가 있을까요. 모두가 힘든 사회적 거리두기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답답합니다.”
13일 경기 안양시에 사는 40대 여성 신모씨의 하소연이다. 4차 대유행 위기 때문에 수도권에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면서, 신씨는 또다시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번갈아 하며 두 아이의 온라인 수업까지 챙기는 신세가 됐다. 좀 나아지나 했는데 다시 원점이다. 주변 얘길 들어보니 지금 확진자들은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라 중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드물다 한다. 우리도 영국이나 싱가포르처럼 방역을 풀고, 중증인 환자들 중심으로 관리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신씨의 하소연은, 일부이긴 하지만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나오는 주장이다. 고강도 거리두기 때문에 1년 반 가까이 생업에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들로서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은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 방역 해제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이미 코로나19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이 아니라 계절독감 같은 ‘엔데믹(풍토병)’으로 다루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어차피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이 어렵다면, 확진자 수 증가를 막는 것보다 중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쪽으로 대응법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응 기준을 하루 신규 확진자 수에서 중증 환자 수로 바꿀 예정이다.
영국도 19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사적 모임 인원 제한, 거리두기 등 거의 모든 방역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델타(인도) 변이가 확산하면서 하루 신규 확진자가 3만 명 이상이지만, ‘실험’을 택했다. 미국도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가을 학기 모든 학교의 정상 수업을 권고한 만큼 방역 정책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런 정책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국제 의학학술지 ‘랜싯’에는 영국의 방역 규제 해제에 대해 학자 120명이 “위험하고 시기상조”라 비판하는 공개 서한이 실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아닌 중증자 중심 대응으로 전환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본다.
첫째는 치명률(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이 더 떨어져야 한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1.2% 안팎으로 약 0.1%인 독감의 10배가 넘는다. 40대 이하의 치명률은 독감보다 낮다. 하지만 80대 치명률은 18.6%, 70대는 5.56%에 이른다. 치명률을 낮추는 방법은 예방접종뿐인데, 이들 연령대 접종률은 각각 79.6%, 88.3%에 머물러 있다(12일 0시 1차 기준). 60대와 50대 치명률 역시 독감보다 높은데, 접종률은 각각 84.5%, 12.3%에 그친다.
이에 반해 영국과 싱가포르의 전 국민 1차 접종률은 68%가 넘는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언젠가 방역 해제가 필요는 하겠지만, 최소한 예방접종은 끝내야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건은 치료제다. 앞서 신종플루 때는 범용 치료제 타미플루가 있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치료제가 개발 중이지만, 쉽게 쓸 수 있는 약이 아직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방역을 해제하면 더 많은 환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확진자 수가 아닌 중증 환자 수로 대응하는 전환은 일러야 내년에나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온다. 일단 1, 2차에 걸친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접종으로 인한 효과가 구체적 수치로 어느 정도 나타나야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방역당국도 지금은 전체 확진자 규모를 줄이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9일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관리하기엔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며 “1, 2년 사이 정보가 쌓이면 관리 전략이 수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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