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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야행성입니까" 정부 방역 준칙에 뿔난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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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괜찮고, 밤에는 안 된다는데 도대체 기준이 뭐냐?”
지난 12일 오후 6시 30분 수원시 인계동 나혜석거리 먹자골목 한 술집에서 만난 40대 한 직장인이 지인과 단둘이 술을 마시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점심에 동료 3명과 함께 다닥다닥 붙어 밥을 먹었는데 저녁에는 2명만 모일 수 있다니 이게 뭐하는 거냐”며 “코로나가 밤에는 감염되고 낮에는 감염 안 되느냐, 소가 웃을 일”이라고 헛웃음 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첫날이기 때문인지 평소 이 시간이면 북적이던 먹자골목은 한산했다. 일부 술집 손님은 대부분 연인이다.
한가한 술집 주인도 거들었다. 50대인 그는 “최근 들어 점심때 반주를 겸해 2~3시간 머무는 손님들이 많아졌는데 우리같이 저녁 장사만 하는 술집은 문 닫으라는 말이냐”며 “정부도 급박한 상황에 어쩔 수 없다는 걸 이해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하면서 직장인과 술집 업주들의 볼멘소리는 이날 밤을 가득 채웠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준칙이 주먹구구식이라는 게 이유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는 오후 6시 이후부터 2명까지 가능하지만 점심시간에는 4명이 식사를 해도 무관하다. 직계 가족이라도 함께 거주하지 않으면 오후 6시 이후에는 2명까지만 모임이 허용된다. 사적 모임에 해당되는 상견례와 돌잔치도 마찬가지다. 반면 결혼식과 장례식은 친족(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배우자 등) 49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
광교신도시 인근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결혼식에 몇 년에 한 번 볼까 싶은 친척은 와도 되고, 돌잔치와 상견례는 직계인 할머니·할아버지조차 안 된다니 누가 이 상황을 이해하겠느냐”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직장인들은 “반차 내고 낮술 먹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30대 초반의 직장인 C씨는 “단톡방에 이번 주 중 반차 내고 낮술 먹은 뒤 오후 6시에 헤어지자는 제안이 올라와 솔깃했다”며 “K방역 성공에 취해 백신 확보가 늦어져 어르신 우선 접종시켜 놓고 혈기왕성한 20~30대 확진자가 나오니까 방역 준칙만 강화해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반면 연인들은 반색했다. “조용해서 좋다”는 것이다. B(24)씨는 “남자들끼리 오면 아무래도 술을 많이 먹고 시끄러운데 조용히 여유 있게 먹을 수 있어 좋다”며 “술집에 있지만, 커피전문점에 앉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의 방역준칙은 백신 접종이 충분히 이뤄진 뒤에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지침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 꼭 맞지 않다”면서도 “정부 입장에서도 지난 1년 반 동안 형성된 경험적 근거를 바탕으로 감염 취약 시간, 장소를 제한하면서도 사회·경제 활동의 피해는 최소화하려다 보니 이 같은 대책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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