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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회복 물 건너가나… 델타 변이 확산 그림자에 전전긍긍하는 유럽

입력
2021.07.13 18:4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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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봉쇄 부활 조짐에 반등 무산 우려
英은 규제 해제 강행… 佛, 백신 속도전

12일 프랑스 파리의 TV 스크린을 통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 모습이 중계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12일 프랑스 파리의 TV 스크린을 통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 모습이 중계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인도발) 변이 확산이 회복 기미를 보이던 유럽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각국에서 속속 부활 중인 봉쇄 등 방역 규제가 생산 활동과 소비 심리를 다시 위축시켜 반등 기회를 날려 버릴 것이란 우려에 각국 방역당국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지난달 말 시행한 방역 제한 전면 해제 조치에 대해 “판단 착오”였다며 사과했다. 이후 느슨해진 방역망을 뚫고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퍼지며 확진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달 초만 해도 1,000명대였던 이 나라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10일 1만283명을 기록해 지난해 12월 이래 가장 많았고, 12일에도 크게 줄지 않은 8,441명이었다.

철폐한 지 불과 2주 만이었지만 규제 복원은 불가피했다. 9일 모든 술집, 식당, 나이트클럽 등을 대상으로 영업 시간 제한(밤 12시까지)을 재도입했고, 야외 행사는 1,000명, 실내 행사는 500명으로 각각 인원을 제한했다.

더 센 규제를 가하는 나라도 있다. 남유럽에서 델타 변이가 가장 깊게 침투한 포르투갈의 경우 2일부터 밤 11시와 오전 5시 사이에 야간 통행금지를 실시 중이고, 지중해 섬나라 몰타는 14일부터 PCR(유전자 증폭) 검사 결과가 음성이고 유럽연합(EU) 회원국 국민이어도 백신 접종을 마치지 않은 사람의 입국은 허용하지 않는다. 독일과 프랑스는 스페인 여행 자제령을 9일 내렸는데, 스페인은 유럽 대륙에서 코로나19 감염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변이가 델타뿐인 것도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전염성 및 항체 무력화 능력이 델타 변이보다 더 강할 가능성이 크다는 페루발 '람다 변이'도 대기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람다 변이가 남미를 넘어 독일과 스페인, 영국 등 유럽국들이 포함된 29개국에서 확산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공포는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유니크레디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에릭 닐슨은 이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사람의 행동을 추동하는 건 강제적 봉쇄보다 자발적 통제인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최근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마이너스(-) 6.2%였던 EU의 성장률이 올해는 4.8%가 돼 1976년 이래 증가 폭이 가장 가파를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델타 변이 확산을 요인으로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FT는 설명했다.

결국 유일한 해법은 백신 접종이다. 경제를 망가뜨리는 방어(방역)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성패의 가늠자는 첨병을 자처한 영국이다. 2차 접종까지 마친 성인 인구 비율이 66%에 이르는 이 나라는 예고대로 잉글랜드 지역에 내려진 모든 방역 규제를 19일 해제한다. 실내 마스크 착용 및 사적 모임 규모 제한 등 거의 모든 의무가 사라진다. 고육책이지만,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이 적기”라며 날씨가 추워지는 9월까지 봉쇄 완화 시점을 미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머뭇대다 실기(失機)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백신 접종 완료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프랑스는 필사적이다.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접종 확대를 위한 대책을 쏟아냈다. 프랑스에서는 내달부터 증명서로 백신 접종을 마쳤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식당이나 술집에 들어갈 수 없고, 비행기나 열차 등으로 장거리 이동을 할 수도 없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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