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세계 첫 '부스터샷' 접종... "백신 불평등 가속화" 비판도

입력
2021.07.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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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 약화된 이식 환자 등 제한 실시
향후 전 국민 대상 확대 가능성도 제기
WHO "백신 부족 국가 많은데... 부적절"

이스라엘 텔아비브 셰바메디컬센터에서 12일 의료진이 한 남성에게 화이자 백신 부스터샷을 접종하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이스라엘 텔아비브 셰바메디컬센터에서 12일 의료진이 한 남성에게 화이자 백신 부스터샷을 접종하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선도 국가 이스라엘이 세계 최초로 백신 ‘부스터샷(3차 접종)’을 개시했다. 면역력이 약한 위험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적 접종이지만, ‘백신 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구촌에선 아직 단 한 번도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백신 접종률이 높은 일부 국가에서 벌써 3차 접종에 나서는 건 ‘백신 불평등’을 가속화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는 이스라엘 최대 병원 중 한 곳인 셰바메디컬센터에서 12일(현지시간) 심장 이식 환자 등을 대상으로 백신 3차 접종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니트잔 호로비츠 이스라엘 보건장관이 암 환자나 간 이식 환자, 최근 백신 보호 기능이 약해진 사람들 등 면역력이 낮아진 시민들의 항체 수치를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에밀리아 아니스 보건부 역학과장은 TOI에 “일부 환자에게서 백신 2회차 접종 후에도 만족스러운 항체 반응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3차 접종으로 항체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스터샷 접종에 나선 건 이스라엘이 전 세계에서 처음이다. TOI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부스터샷 승인 전에 내린 결단”이라며 “이스라엘은 어린이 대상 백신 접종 과정에서도 미국이나 유럽 보건 당국의 승인 전 선제적 조치를 내린 적이 있다”고 전했다. 영국은 지난달 말 ‘9월 부스터샷 접종’ 계획을 잠정 확정했고, 화이자 측도 각국 규제 당국에 승인 요청을 준비 중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스라엘 보건부는 일단 고위험군에 한정해 시작한 부스터샷 접종의 대상을 향후 전 국민으로 확대할지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부스터샷 접종을 둘러싼 곱지 않은 시각도 존재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대표적이다. 이른바 ‘백신 선도국의 독점’으로 불평등한 분배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코로나19) 사망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고 델타 변이가 우세해지고 있음에도, 많은 국가에서 의료진을 보호하기에 충분한 백신을 공급받지 못했다”며 “일부 국가는 다른 나라가 의료진과 취약 계층 접종을 위한 백신을 확보하기도 전에 수백만 회분의 부스터샷을 주문했는데, 그래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도 “취약한 사람들이 백신 없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이 귀중한 백신을 부스터샷에 사용한다면 분노와 부끄러움에 사로잡힐 것”이라고 일갈했다.

게다가 현재로선 부스터샷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이날 백신을 완전히(2회) 접종하면, 추가로 더 맞지 않아도 된다고 재차 밝혔다. 다만 “예비 데이터 보고 이후 향후 부스터샷 필요성과 시기에 대해 화이자 측과 계속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이며 방침이 바뀔 여지를 남겼다.

한편 태국 정부도 중국산 시노백 백신을 2회 접종한 의료진을 대상으로 3차 접종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누띤 찬위라꾼 부총리 겸 보건부장관은 이달 내로 의료진 대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추가 접종을 실시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부스터샷 접종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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