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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주 절반, 알바생보다 못 버는데…" 최저임금 인상에 분노 넘어 체념

입력
2021.07.13 20: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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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편의점주 평균 수입 200만 원 밑돌아"
"주 52시간제 적응도 벅찬데 엎친 데 덮친 격"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들, 답답함 토로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인상된 9,160원으로 결정된 13일 서울 송파구 무인 편의점에서 시민이 셀프계산대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인상된 9,160원으로 결정된 13일 서울 송파구 무인 편의점에서 시민이 셀프계산대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화기 너머에선 깊은 한숨만 들렸다. 13일 최종열 한국편의점주 협의회 공동대표에게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편의점 업계의 현실을 묻자, 돌아온 답변은 그랬다. 최 대표는 "지난해 편의점주들은 평균 200만 원도 못 가져갔다"며 "이미 전체 편의점주의 절반가량은 알바생보다도 못 버는 상황인데, 인건비 부담은 계속 늘어나니 눈앞이 캄캄할 뿐"이라고 한탄했다.

13일 최저임금위원회가 2022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1% 오른 9,160원으로 결정하면서,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들은 분노를 넘어 체념에 이른 기색이 역력했다.

최 대표는 "이번 최저임금 논의에서 자영업자들은 철저하게 소외됐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은 상여금, 복리후생비 등이 최저임금에 반영되기 때문에 완충효과가 있지만, 자영업자는 인건비 인상의 파급 효과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2018년 최저임금은 16.4%가 올랐지만, 당시엔 카드 수수료 인하 등의 정책 지원과 점주들의 근로시간 확대 등을 통해 어느 정도 버텨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더는 내릴 수수료도, 더는 늘릴 점주들의 근로시간도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영세 중소기업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경기도에서 섬유 염색 업체를 운영하는 장용준 대표는 "지금 당장 주 52시간제 적응도 벅찬데,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는 내년엔 어떻게 돌파구를 찾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가뜩이나 불안정한 경기에, 주 52시간제까지 적용돼 매출을 늘릴 방법은 사라진 셈이다. 영세 중소기업계엔 인건비 부담만 커지면서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장 대표는 "대부분의 50인 미만 영세 중소기업에서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사람들은 외국인 근로자"라며 "물론 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 여건상 오히려 내국인 숙련공들의 임금은 올려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또 급격한 임금 인상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도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스마트 설비 도입에 따라 5년 전만 해도 직원수가 85명이었지만, 지금은 50명도 채 안 된다"며 "일자리의 질은 개선될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제단체들 역시 이날 일제히 논평을 내고 최저임금 인상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주휴수당, 퇴직금, 4대 보험료 등을 포함하면 최저임금 인상 외에 33%의 추가 인건비가 상승하는 셈"이라며 "현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인상이 거듭되면서 결국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15.6%인 319만 명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등으로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들은 하루하루 비상 상황을 보내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코로나 충격으로 11년 만에 처음으로 중소기업 일자리 30만 개가 사라졌고, 기업의 경영 부담 가중으로 일자리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저임금위원회의 사용자위원 측은 이날 결정 직후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향후 이번 최저임금 결정으로 파생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경제 현실을 외면한 채 이기적인 투쟁만 거듭한 노동계와 이들에게 동조한 공익위원이 져야 할 것"이라며 "(인상안에 대해) 충격과 무력감을 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 영세 소상공인·중소기업이 감당하기는 어려운 결정이라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5.1% 인상이라는 수치는 아주 높다고 할 순 없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대면 소비 위축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숫자"라고 평가했다. 성 교수는 이어 "급격한 인상, 지역별·산업별 고려 없는 일괄적 적용 등이 부작용의 원인"이라며 "이미 한계에 도달한 이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에서 내년 9,160원으로 2,690원이 인상돼 총 41.6%가 올랐다. 최근 4년간 최저임금 임상률은 연평균 7.7%에 달해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2.7%)과 물가상승률(1.1%)을 크게 웃돌았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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