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6세 남아에 "중국!"이라며 주먹질...미 백인여성, 증오범죄 체포

입력
2021.07.13 07:51
수정
2021.07.1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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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라스베이거스 한 쇼핑몰에서 한인 가족 봉변
백인 여성, 6세 남자아이 목을 주먹으로 때려
피해 아동 엄마, 이 여성의 인종차별적 욕설 촬영

한국계 6세 남자아이를 때린 미국 백인 여성이 인종차별적 욕설을 퍼붓고 있다. 트위터 게시물 캡처

한국계 6세 남자아이를 때린 미국 백인 여성이 인종차별적 욕설을 퍼붓고 있다. 트위터 게시물 캡처

미국의 백인 여성이 한국계 여섯 살 남자아이의 목을 주먹으로 때리고 그 가족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가 증오범죄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피해 아동의 한인 엄마는 인종차별적 욕설을 퍼붓는 여성의 모습을 촬영해 체포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 경찰은 백인 여성 셸리 힐을 증오범죄와 폭행 혐의로 체포했다고 11일(현지시간) 미국의 아시안 소식 전문 매체 넥스트 샤크 등이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5일 오전 라스베이거스의 한 쇼핑몰에서 발생했다. 보도에 따르면 힐은 쇼핑을 하던 피해 한인 가족 뒤로 다가가 갑자기 6세 남자아이의 목을 주먹으로 때렸다. 아이의 아빠는 아이를 보호하며 힐과 대치했다.

그러나 힐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가족을 향해 "너희 잘못이다"며 "너희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안다. 중국!"이라는 인종차별적인 비방과 욕설을 퍼부었다.

아이의 부모는 "아들을 때리지 말라"며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외쳤고, 쇼핑몰 측 보안요원이 다가오자 힐은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이의 엄마는 힐을 뒤따라가 영상을 촬영했고, 그가 욕설하는 등의 장면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아이의 엄마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녀에게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보다 얼굴을 영상으로 촬영해 기록으로 남기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영상은 경찰이 힐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3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총격으로 한인 4명을 포함해 아시아계 여성 6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진 가운데 사건이 발생한 마사지숍 앞에서 한 아시아-히스패닉계 남성이 '아시아계 증오범죄를 멈춰달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있다. AP 뉴시스

3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총격으로 한인 4명을 포함해 아시아계 여성 6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진 가운데 사건이 발생한 마사지숍 앞에서 한 아시아-히스패닉계 남성이 '아시아계 증오범죄를 멈춰달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있다. AP 뉴시스

아이 엄마는 아들이 폭행을 당해 놀랐지만 주변 상점 직원들이 아이의 목에 얼음찜질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서 감사하다는 마음도 전했다. 피해 아동은 정서적으로 상처를 입었지만 2세 여동생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에 따르면 체포된 힐은 보석금 3,000달러를 내고 풀러났으며, 조만간 법정에 출두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중국에서 최초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각종 연설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지칭하며 갈등을 부추겨왔다.

지난 3월에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한인 4명 등 아시아계 여성 6명이 총격으로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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