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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보내면 죄인입니까" 코로나에 지친 엄마들의 한숨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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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부터 어린이집(유치원) 휴원이라는데 다들 어떻게 하실 건가요?
9일 '서울·경기·인천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는 12일부터 보육 시설은 휴원하고, 교육 시설은 원격 수업을 진행한다'는 정부 발표 이후, 부모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등장했던 질문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1년 6개월 이상 이어지면서 휴원·원격 수업 조치는 이미 여러 차례 겪었으면서도 부모들, 특히 아이의 양육을 주로 맡는 엄마들은 '가정보육이냐, 긴급보육이냐'의 선택은 아직도 어려운 숙제라고 입을 모으는데요.
엄마들은 가정보육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최선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지난 한 해 '24시간 내내 집에서만 아이를 돌본다는 것의 고됨'을 경험하면서 가정보육이 누군가(부모 자신, 돌보미, 조부모)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선택지라는 사실을 깨달아 버렸기 때문에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 것인데요.
긴급보육(유치원·초등학교는 긴급돌봄)은 가정 보육이 힘든 아이들이 등원·등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요. 이용에 문턱이 높지 않고, 가정보육의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긴급보육을 이용하는 가정이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수도권에 4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된 첫날인 12일 서울 동북지역 커뮤니티의 회원은 "5세 조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조카 빼고는 아이들이 다 등원했다더라"며 긴급보육의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경기 화성시 지역 커뮤니티 이용자도 이날 "유치원 선생님이 '전체 원아의 87%가 등원해서 원격 수업 진행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며 경험담을 공유했습니다.
그렇다고 엄마들이 긴급보육을 쉽게 선택하는 것은 아니에요. 엄마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털어놓는 솔직한 심경은 '긴급보육을 이용하면서도 죄인이 되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먼저 맞벌이 가정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나빠져도 출근해야 하는 선생님께 미안해서 눈치가 보인다'고 말하는데요.
앞서 언급한 서울 중북부지역 커뮤니티의 또 다른 이용자는 10일 "워킹맘인데, 어린이집 선생님께 감사함을 느끼면서도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긴급보육을 신청했다"며 "둘째 생기면 매번 죄인이 될 것 같아서 둘째 생각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동시에 '우리 아이만 등원·등교해서 상처를 받지는 않았을지' 노심초사하기도 해요. 서울 중부지역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이날 "저희 첫째는 반에서 달랑 혼자 나와서 선생님과 둘이 수업 내내 있었다더라. 마음이 짠하다"고 말했습니다.
가정보육 담당자를 구해도 미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데요. 인천 지역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이날 "집앞 초등학교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 전교생에 가족들까지 전수검사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가정보육을 결정했다"며 "시누이에게 부탁을 했는데 본인 아이도 2명이나 있어 미안하고 마음이 안 좋다"고 말했습니다.
"올해는 긴급 보육을 보내려 한다"는 한 워킹맘은 "지난해에는 돌보미 이모가 봐주셨는데 가정보육이 힘든 탓에 골병이 드셨고 결국 그만두셨다"고 털어놓기도 했는데요.
전업 주부이면서도 긴급 보육을 보내는 경우는 더욱 '죄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가정보육의 노동 강도를 이해해주는 부모들도 많지만, '비상시국에 2주 정도 희생도 못하나'며 긴급보육 이용을 '이기심'으로 규정하는 시선도 만만치 않아서인데요.
서울 송파구의 한 프리랜서 직장인은 9일 "지난해 긴급보육 때는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계셨는데도 혈기왕성한 4세 남아와 갓 태어난 둘째를 감당하기 힘들었다"며 "지금은 돌이 된 둘째와 첫째 둘 다 어린이집 방학 기간 포함 3주 이상 혼자 데리고 있을 생각에 막막하다"고 털어놓았어요.
그러면서 "전업맘, 워킹맘 나눠서 '전업맘인데 왜 집에 못 데리고 있냐'는 그런 비수를 꽂는 말은 삼가주셨으면 한다"며 "집에만 있어서 미쳐가는 아이 둘을 봐야 하는 엄마들은 더 미친다"고 호소했는데요.
결국 가정보육을 당연시하는 '긴급보육'이라는 제도 앞에선 '사회가 보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구호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서울 마포지역 커뮤니티 이용자는 10일 "왜 매번 긴급보육 여부를 부모가 발 동동거리며 전화로 신청해야 하나"라며 "기관에서 보육하는 건 당연한 거고, 일하는 부모가 긴급한 사유로 아이를 집에서 보육하는 게 긴급보육"이라고 용어를 바로잡았어요.
이어 "딸에게 '네가 아이를 키우는 건 당연한 거니 일이 있을 때마다 죄책감 가지며 긴급보육 신청하거나 20년 넘게 공부해서 들어간 직장 그만두라'고 말씀할 거냐. 아니면 60세가 넘어서도 손주 대신 봐주며 살 거냐"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그는 "나는 우리 딸이 무슨 직업을 갖든 결혼하고 일하면서 애 키울 때 나만큼 눈치 안보고 키웠으면 좋겠다"며 "출산 장려금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일하면서 애 키우는데 매번 죄인 되는 게 싫어서 둘째 생각 안 하고 산다"고 목소리를 높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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