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2시간 만에 이준석 "재원 남으면..."

입력
2021.07.13 00:10
2면
구독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송 대표와 이 대표는 이날 만찬 회동에서 선거법 개정, 전 국민 재난지원급 지급, 여야정 협의체의 조속한 가동 등에 합의했다.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송 대표와 이 대표는 이날 만찬 회동에서 선거법 개정, 전 국민 재난지원급 지급, 여야정 협의체의 조속한 가동 등에 합의했다.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 지급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합의 약 2시간 만에 "남는 재원이 있을 때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사실상 말을 바꾸면서 대형 후폭풍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가 왜 그런 합의를 당내 논의 없이 덜컥 하느냐"는 성토가 쏟아지는 등 이 대표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송 대표와 이 대표는 이날 여의도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뜻을 모았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동 브리핑에서 "두 대표가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향이 맞는다는 공감대를 이뤘다"며 "지급 시기는 (코로나19) 방역이 안정될 때"라고 설명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역시 "전 국민에게 지급하기로 양당 대표가 합의한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합의는 송 대표의 '신의 한 수'로 보였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두고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는 중인 민주당이 야당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얻어서다.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 등을 이유로 '소득 하위 80%'를 대상으로 한 선별 지급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전 국민'을 요구하면, 대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정부가 반대하기 어려울 터였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시간 50분 만에 황보 수석대변인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합의 내용을 사실상 뒤집었다. 국민의힘은 "두 대표의 합의 내용은 소상공인 보상 범위를 넓히고 그들에게 충분히 지원하는 데 추가경정예산(추경) 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남는 재원이 있을 때'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소득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포함해 '검토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전 국민 지급이 '조건부 합의'였다며 한발 물러선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가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당내 의사결정 라인과 제대로 상의하지 않고 합의해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곧장 반박에 나섰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두텁게 손실 보상'과 우리 당에서 주장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서로 맞아떨어져 합의가 된 것"이라며 "남은 재원을 갖고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범위를 결정하자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맞받았다.

민주당 내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 대권 주자 중 전 국민 지급에 찬성 입장이었던 이재명·추미애·김두관 후보는 곧바로 환영의 메시지를 냈지만, 선별 지원을 주장해온 이낙연·정세균·박용진 후보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손영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