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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20년 전 ‘휴지뭉치’로 잡은 강간범 징역 10년 구형

입력
2021.07.1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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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능력 여부 놓고 공방

제주법원 전경.

제주법원 전경.



20년 전 범죄 현장에 흘리고 간 휴지뭉치 속 유전자(DNA) 분석을 통해 공소시효 만료 직전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에게 검찰이 징역 10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제주검찰청은 12일 제주지법 제2형사부(부장 장찬수) 심리로 열린 A씨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 10년 간의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시설 취업제한,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요청했다.

A씨는 2001년 3월 제주에서 연쇄 강간 사건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019년 장기 미제사건 DNA를 전수조사하던 중 사건 당시 발견된 휴지뭉치 속 DNA와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20년 만에 수면 위로 드러났다. 국과수로부터 DNA 감식 결과를 통보받은 대검찰청은 관할 경찰서로 사건을 넘겼다. 이어 재수사 끝에 A씨를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인 지난 3월 2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주거침입강간 등)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인천과 경기, 서울 등지에서 강간 등 성범죄 18건과 강력범죄 165건 등 모두 183건의 범죄를 저지르다가 2009년 검거돼 18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검찰은 이날 “피고인이 범행 당시 현장에 버리고 간 휴지뭉치는 형사소송법상 영장 없이도 압수할 수 있는 유류물로서 적법한 증거”라며 “압수조서가 별도로 작성된 적은 없지만 그 자체 만으로 증거 능력이 배제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이 휴지뭉치는 국과수의 DNA 감정 결과 훼손되거나 조작됐을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A씨 변호인 측은 “사건 당시 적법한 압수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휴지뭉치에서 피고인과 피해자의 유전자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복합적으로 검출될 가능성도 있어 별도의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며 재판부에 무죄를 선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너무 부끄럽고 죄송하다. 어떤 판결을 내리시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선고는 오는 8월 26일 오전 10시에 이뤄질 예정이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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