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시 이후 귀가 택시는 3인 이상 가능?…혼선 빚는 방역수칙

입력
2021.07.13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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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타고 있다. 수도권에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면서 이날부터 오후 6시 이후에는 사적 모임인 경우 택시 탑승도 2명까지로 제한된다. 뉴스1

12일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타고 있다. 수도권에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면서 이날부터 오후 6시 이후에는 사적 모임인 경우 택시 탑승도 2명까지로 제한된다. 뉴스1

12일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4단계가 적용되면서 곳곳에서 방역수칙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중교통과 운동시설은 탑승 인원이나 운동 강도, 샤워 여부 등을 놓고 실효성과 형평성 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개편안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지금처럼 폭증하지 않던 때 만들어진 탓에 감염 위험이 높은 다중이용시설에 최대한 영업을 ‘허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일상 속 상황들을 일일이 통제하려 하기보다 마스크 착용과 주기적 환기 등 큰 틀의 원칙을 더 엄격히 적용하는 쪽으로 방역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택시 왜 탔는지 어떻게 확인하나

4단계 방역수칙 중 가장 혼란이 큰 부분 중 하나가 택시 이용이다. 4단계 적용 방침을 밝힌 지난 9일 방역당국은 “오후 6시 이후 직장동료 3인이 같이 택시를 타는 것도 사적 모임에 해당하니 금지"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퇴근 뒤 회사 밖 어디서든 3명 이상 같이 있으면 안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택시는 안 되고 수십 명이 함께 타는 지하철이나 버스는 괜찮다는 말이냐며 논란이 일었다. 집이 같은 방향인 3명이 함께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걸 사적 모임으로 볼 수 있냐는 의문도 나왔다. 그러자 당국은 이날 “사적 모임이 아닌 퇴근을 위한 이동의 경우 택시 3인 이상도 허용된다"고 물러섰다. 택시 탄 목적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비말 많은 고강도 운동 어떻게 구분하나

체육시설을 둘러싸고도 혼선이 빚어진다. 비말(침방울)이 많이 발생하는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규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비말 발생이 어느 정도냐'는 지점이다. 이번 개편안은 헬스장의 경우 러닝머신이나 음악의 속도를 기준으로 삼았다. 시속 6㎞ 이상 러닝머신 운동, 음악이 100~120bpm(1분당 비트 수)보다 빠른 그룹운동(GX)이라면 비말이 많이 나오는 ‘고강도’ 운동으로 간주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업계에서도 반론이 나온다. 한 피트니스센터 직원은 “같은 음악을 틀어도 회원들의 움직임 속도와 반경에 따라 비말이 튀는 정도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 헬스장 회원들의 러닝머신 속도를 옆에서 하나하나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첫날인 12일 서울 은평구 연신내의 한 헬스장에서 회원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4단계는 헬스장에서 샤워실을 이용할 수 없고, 러닝머신 속도를 시속 6km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뉴시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첫날인 12일 서울 은평구 연신내의 한 헬스장에서 회원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4단계는 헬스장에서 샤워실을 이용할 수 없고, 러닝머신 속도를 시속 6km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뉴시스

체육시설의 샤워장도 마찬가지다. 4단계에선 헬스장, 태권도장, 농구장, 탁구장 등 실내 시설에선 샤워실 운영이 금지된다. 그런데 골프장은 허용됐다. 당국은 뒤늦게 이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골프장은 실외체육시설이라 방역 위험도가 낮다고 봤지만, 샤워실 부분이 간과됐던 측면이 있어 다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디테일 근거 부족…사회경제 활동은 유지돼야”

전문가들은 세부 수칙 상당수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러닝머신이나 음악 속도를 정하기보다는 에어컨 관리나 주기적 환기를 철저히 하고, 이용자가 반드시 KF 마스크를 쓰도록 하는 등 큰 틀의 원칙을 엄격히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상황에 대응하는 세부적인 방역 수칙을 일일이 마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개별 상황에 맞게 수칙을 적절히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근본적으로 거리두기 개편안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방역당국은 지난 3월 개편안 초안을, 지난달 최종안을 내놨다. 확진자 수가 진정세를 보일 무렵,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감안해 최대한 영업을 허가해주는 쪽에 초점을 맞춘 방안이다. 그래서 하루 확진자 2,000명대 예상까지 나오는 지금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다만 “치명률이 낮아졌는데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자영업자 희생을 요구해선 안 된다”며 “사회경제 활동을 가능한 유지하면서 의료 시스템을 붕괴시키지 않는 방역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소형 기자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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