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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침 짜내고 15분 내 편의점 쇼핑... 올림픽 취재진은 '격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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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입국 이틀째인 12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코로나19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위해 플라스틱 튜브에 침을 밀어 넣는다. 선잠 탓인지 입 속은 잔뜩 말라 있어 필요한 양만큼 뱉어 내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타액을 튜브에 넣은 다음 바코드 스티커를 붙여 조직위로 보내고, 바코드 숫자와 부여받은 고유번호 등을 정해진 등록 사이트에도 올려야 한다. '원만하고 안전한' 올림픽 취재를 위해선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의무사항이다. 2020 도쿄올림픽 취재진은 폐막 후 출국하는 날까지 이 과정을 매일 반복해야 한다.
주요 일간지 사진기자로 구성된 도쿄올림픽 사진공동취재단 선발대가 11일 일본에 입국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사상 초유의 ‘무관중 올림픽’을 앞두고 도쿄 전역에 코로나19 긴급사태마저 선포된 가운데, 입국하는 선수와 취재진, 지원인력들은 조직위의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느리고 느슨한 행정 처리에 비해 통제만은 철저했다. 11일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취재진은 공항환승센터 내 대기 장소에서 온라인 건강 관리 앱 '오차(OCHA, Online Check-in and Health report App)'가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을 받아야 했다. 그 이전에 감염통제지원시스템 '아이콘(ICON, Infection Control Support System)' 등록도 필수다. 오차에 등록했지만 조직위에 제출한 활동계획서(Activity Plan) 승인이 지연된 일부 기자들은 한참을 기다려 일본어로 된 서약서를 발급받거나, 오차 대신 다른 QR코드를 받기도 했다.
취재진에겐 모든 입국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웠다. 오차 앱 활성화와 더불어 올림픽 'PVC(Pre Valid Card)'와 '1·2차 코로나19 음성 결과서' 등 입국 필수 조건을 제출하고 나니, 또 한번 코로나19 검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타액을 이용한 PCR 검사다. 커튼으로 칸을 막은 자가검사실에서 혼자 플라스틱 튜브에 타액을 담는데, 채워야 할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선발대 중 한 기자는 "정면에 그려진 매실 장아찌와 레몬 그림, 'IMAGINE(상상해보세요)'이라는 문구가 살짝 도움이 됐다"고도 했다.
이날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필수서류를 제출한 뒤 코로나19 검사 후 음성 결과를 받고, 올림픽 취재 카드를 받아 들고 출국장까지 나오는데 3시간 남짓이나 걸렸다. 그래도 먼저 입국한 외국 기자들보다 대기 시간이 길지 않았던 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일본에 도착한 취재진은 3일 동안 숙소에 격리된다. 격리라고는 하나, 숙소 인근 편의점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만은 허용된다. 단, 숙소를 출발해 쇼핑을 마치고 복귀하는 데까지 15분 내에 끝내야 한다. 호텔 로비에서는 취재진의 격리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검역보안요원이 상시 대기하는데, 낮 시간대 2명, 밤 시간대 2명, 총 4명이 24시간 취재진의 외출 시간을 꼼꼼히 체크한다. 위반하는 경우엔 조직위에 즉시 보고하게 돼 있다.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외출 시작과 동시에 휴대폰의 스톱워치를 작동해야 한다. 도착 첫날 저녁부터 취재진은 이렇게 15분간의 편의점 쇼핑으로 공수한 도시락과 컵라면 등으로 끼니를 떼워야 했다.
이번 도쿄올림픽은 팬데믹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무관중' 경기를 비롯해 그간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 예고돼 있다. 취재 과정 또한 생소하고 복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입국 이틀째, 앞으로 지켜야 할 규정도 제한 사항도 점점 더 많아지겠지만 취재진은 기꺼이 불편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다. 일본 정부와 조직위, 우리 국민들의 바람대로 안전한 올림픽만 치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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