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가짜 수산업자'에 시계 + 현금 500만 원 수수 혐의

검사는 모든 혐의 부인
학원비·차량비는 다툼?
언론인 2명 추가 입건

수산업자를 사칭한 100억 원대 사기범 김모(43)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외제차를 탄 김씨의 모습. 김씨 SNS 캡처

경찰이 현직 검사가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로부터 현금 500만 원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사는 김씨에게 수백만 원 상당의 명품시계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12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A 검사가 김씨로부터 받은 금품과 관련해, 현금으로 건네진 500만 원을 포함해 1,000만 원 정도로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날 A 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10시간가량 조사했다.

경찰은 김씨 직원 등의 휴대폰을 포렌식한 결과, A 검사가 스위스 명품 브랜드 'IWC' 시계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진과 문자메시지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김씨가 직원에게 시계 구입을 지시하자, 직원이 서울의 특정 지역 상가를 들러 400만원 상당의 시계를 구입한 흔적을 찾았다.

경찰은 시계를 구입한 당일 김씨가 A 검사를 만나 시계와 함께 현금 500만원을 건넸다는 단서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116억 원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기 직전인 올해 4월 초 '유력자들에게 상납한 내용이 있다'며 경찰에 면담을 요청해 관련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그러나 면담 이후 돌연 입장을 바꿔 로비 관련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A 검사는 경찰에서 시계와 현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밖에 연예인 지망생인 A 검사 자녀의 학원비를 김씨가 대납했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인맥이 두터웠던 김씨는 A 검사 자녀가 아이돌그룹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투자한 회사에서 그룹을 키운다고 하는데 테스트를 받아보라'며 A 검사에게 기획사를 소개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검사 자녀가 소속된 기획사에 투자금 등 명목으로 학원비를 대납해줬을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A 검사 측은 그러나 해당 기획사에 자녀가 연습생으로 이미 소속된 상황이라, 비용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검사와 김씨 사이에서 오간 수천만 원 상당의 자금 흐름을 살펴본 결과, 정상적인 중고차 매매대금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혐의에서 제외할 것을 검토 중이다.

경찰은 이날 김씨로부터 금품을 받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인원이 6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A 검사와 직위해제된 총경급 경찰 간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 등 이미 입건한 4명 이외에 현직 언론인 2명을 추가로 입건했다.

경찰은 수사를 받고 있는 총경급 간부에 대해선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감찰에 착수하기로 했다. 경찰은 김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경찰관은 현재까지 한 명뿐이라고 밝혔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